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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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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포르투갈

: 외로움도 찬란해지는 나라 포르투갈의 스무 도시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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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94g | 140*205*16mm
ISBN13 9788925553412
ISBN10 892555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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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창열
0과 1로 구성된 세계를 탐구하며 활자 속에 파묻히길 즐기는 고요한 사람이다. 느리게 유영하는 여행자처럼 보이는 것과 달리, 사소함에 오감을 집중하고 미세함에 집착하여 사유한다. 어쩌면 그런 모습은 문장부호를 없앰으로써 긴장을 선사하는 주제 사라마구의 글을 닮았을지도 모른다. 그 작은 유사성이 어느 날 그를 포르투갈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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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에도 그런 풍경이 있다. 숙소를 나와 바이샤를 지나 테주 강변으로 발길을 옮겼다. 바이샤는 리스본에서 보기 드문 평지다. 리스본은 일곱 개의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도시다. 언덕마다 크고 작은 길들이 얽혀 있다. 길을 따라 사람과 트램이 흐른다. 언덕을 휘감던 길이 그 사이에 끼인 바이샤로 흘러내리고, 내리막을 걷는 모든 여행자와 트램이 바이샤에 닿아 좁은 평지에 사람이 고인다.
--- p.17 「지진의 흔적을 간직한 바이샤」

파두를 처음 듣는 사람들은 파디스타 목소리의 독특함에 놀란다. 앞서 깔린 기타라의 얇은 음색을 듣고 섣불리 예측한 이들을 배반한다. 파디스타의 목소리는 기교 없이 정직하고 깊은 심연에서 빠져 나오는 듯 모든 것을 게워낸다. 절정에서는 성대를 열고 입을 크게 벌려 힘주어 노래한다. 마이크 없이도 공연장 전체가 울린다. 목소리가 잠시 쉴 때, 기타라 소리가 치고 나선다. 눈을 감고 노래에 집중하면 각자의 사우다드를 만날 수 있다. 파두는 포르투갈어로 노래되지만 공연장에 앉은 다국적 사람들은 노래하는 이의 감정을 공유한다.
--- p.56 「Gone but not forgotten, 포르투갈의 목소리 파두」

조그마한 점 같은 것이 수평선 근처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대양을 항해하는 배였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세계의 끝이라는 단어가 주는 몽환적 분위기에 휩쓸려, 아무런 의심없이 호카 곶을 세계의 끝이라 믿었다. 이곳은 세계의 끝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사람이 있는 한 세계의 끝일 수 없다. 이곳은 단지 육지의 끝이었고, 바다의 시작이었다.
--- p.85 「육지의 끝, 바다의 시작 호카 곶」

포르투의 절정은 석양에 있다. 어스름이 내리면 도시는 낮과는 또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돔 루이스 1세 다리 위에서 태양은 강으로 진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이 붉게 타오르고 하늘은 짙은 빨강부터 노랑, 주홍, 보라를 거쳐 짙은 검정이 된다. 가로등과 건물에 불이 켜지고 그 빛이 강 위에서 별처럼 빛난다. 하늘에서도 하나 둘 별이 모습을 드러낸다. 30분도 걸리지 않는 이 광경을 보기 위해 나는 하루 종일 기다렸다. 이 아름다운 사태가 어찌하여 일어나는 것인지, 또 얼마만큼 환상적인지는 언어로 설명될 수 없다. 지구의 자전 때문이라는 무뚝뚝한 과학적 사실은 아름다움에 대한 설명일 수 없다. 어제 보았어도 오늘이면 또 보고 싶다. 포르투에 머무는 밤이면 다리 위에 올라 석양을 기다렸다.
--- p.191 「축제를 위해 태어난 사람들 포르투」

포르투갈어로 답할 재간이 없어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노인은 영어도 몰랐고 주제 사라마구도 몰랐지만 다니엘 상 하망의 이름은 알았다. 책의 본문에 몇 번 언급된 그의 이름을 노인은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인쇄된 이름을 몇 번이나 쓰다듬었다. 노인이 다니엘 상 하망의 집을 알려주었다. 그곳에는 반쯤 무너져 내린 집 한 채가 서 있었다. 의아했다. 지도를 확인하고 또 확인해보아도 이곳이다. 주변 할머니들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이 집이 맞다 말하며 몇 마디 덧붙인다. 입 안에서 그의 이름을 굴릴 때 떠오르는 아련한 표정과 경건히 가슴에 얹은 손을 보건대 그가 더 이상 살아 있지 않다는 뜻인 듯했다. 무너지며 흘러내린 흙벽과 앙상히 모습을 드러낸 목재 골격이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알려준다. 그가 살던 집에는 이제 잡초와 풀벌레가 산다.
--- p.203 「산중에 핀 유토피아 히우데오노르」

노르스름한 퇴적암이 부수어져 만들어진 모래사장은 황금빛이 감돈다. 파도는 너울이 크지 않아 아이들이 놀기에 적당하다. 맑은 물 밑으로 노란 모래가 비친다. 나무 계단을 만들어 절벽과 백사장을 오간다. 해안마다 삼삼오오 모여 햇볕을 즐긴다. 태닝도 하고, 발리볼도 한
다. 서퍼들은 양팔을 한껏 벌리고 균형을 잡는다. 다들 행복한 모습이다. 그 모습을 보며 해변을 걷는 내게도 행복이 전해지는 듯했다.
--- p.246 「영욕이 함께 서린 도시 라고스, 사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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