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동안 남에게는 “괜찮으냐?” 안부도 묻고 잘 자라는 굿나잇 인사를 수없이 했지만, 정작 저 자신에게는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거든요. 여러분들도 오늘 밤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 “너 정말 괜찮으냐?” 안부를 물어주고 따뜻한 굿나잇 인사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 밤, 굿나잇, 장재열.---p.47
전신마비에 지능이 서너 살이 된 남편과 가난한 집안에서 의대를 가겠다는 이기적인 딸. 그런 엄마가 김 사장님한테만은 위로를 받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울 엄마 참 많이 외로웠겠다 싶더라. 그냥 다 처음 살아본 인생이라서 서툰 건데, 그래서 안쓰러운 건데, 그래서 실수 좀 해도 되는 건데. ---p.55
너도 사랑 지상주의니? 사랑이 언제나 행복과 기쁨과 설렘과 용기만을 줄 거라고? 고통과 원망, 아픔과 절망과 슬픔과 불행도 주겠지. 그리고 그것들을 이겨낼 힘도 더불어 주겠지. 그 정도는 돼야, 사랑이지. 그건 또 누구한테 배웠니? 사랑한테 배웠지.---p.123
사막의 유목민들은 밤에 낙타를 이렇게 나무에 묶어두지. 근데 아침엔 끈을 풀어. 보다시피. 그래도 낙타는 도망가지 않아. 나무에 끈이 묶인 밤을 기억하거든. 우리가 지난 상처를 기억하듯. 과거의 트라우마가, 상처가 현재의 우리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지.---p.128
너랑 난 계획적이고, 목적의식이 분명한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니 인생의 계획표에 나를 넣어. 난 이미 내 인생 계획표에 널 넣었어. 내 멋대로 살다가, 니 멋대로에 맞추는 중이라고.---p.143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장재열, 이 시처럼 모든 게 다 지나갈 거야.---p.150
강우가 보일 때, 너랑 나랑 사랑하던 순간을 기억해. 내가 너를 만지고 니가 나를 만질 때, 내가 니 품에서 웃고 울 때. 그 순간, 그것만이 진짜야.---p.153
작가님, 이제 나 오지 마요? 우리 애인이 너한테 고맙다고 전해달래. 만약 내가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난 죄책감 때문에 지금까지 살지 못했을 거래. 내가 널 위로하면서, 실은 나 자신을 위로했던 거래.---p.178
다 지나간 일이에요. 그래, 그때 나는 어렸고, 그 일은 지나갔고, 지금 나는 참 괜찮은 어른이 됐다 생각할게. 그래도 어느 날 내가 문득 보고 싶으면, 거울을 보세요. 작가님은 나니까.---p.181
더 사랑해서 약자가 되는 게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약자가 되는 거야. 마음의 여유? 내가 준 걸 받으려고 하는 조바심! 나는 사랑했으므로 행복하다, 괜찮다. 그게 여유지.---p.211
나에게 사랑은 어려운 거다. 오래가야 하는 거고, 책임져야 하는 거고, 즐기면 안 되는 거고, 조심스럽고, 귀하고……. 고리타분하지만 그게 나다. 사실 그렇게 살며 뭐 그다지 불편한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내 고리타분함이 인색함처럼 느껴져 참 싫었다. 이별이 눈앞인데, 사랑고백 한 번 못하고 늙어버린 모자란 사람 같은 기분이다. 의미에 갇혀 자유로움을 잃고, 숙연함에 갇혀 즐거움을 잊고, 돌아보니 평생을 그렇게 답답하게 살았다. 그래서 말한다. 잠시 그대들을 지켜줄 책임감은 내려놓고, 오지 않는 영원보다 분명히 놓인 ‘순간’
에 집중해서, “사랑합니다. 정말 많이 사랑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랑 놀아주어서.”---p.223, 노희경 작가 인터뷰 中
사랑의 의미는 순간순간 변한다. 오늘의 확신이 내일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사랑이라는 것은 섣불리 정의할 수 없는, 어쩌면 죽을 때까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랑에는 남녀 간의 사랑도 있고 가족 간의 사랑도 있고 동료 간의 사랑도 있는데, 편의상 정의하거나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사랑 앞에 미안한 일인 것 같다. 사랑이란 우리가 끝까지 고민해야 하고, 끝까지 설레고, 때때로 힘들거나 오해받거나 상처받을 수 있는…… 결국 무한대의 의미인 것 같다.
---p.235, 조인성 배우 인터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