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오는 책상 위에 연필로 체크한 곳을 손가락으로 만졌다. “이 메타버스 공간이 실재하는 공간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고 있었어.” “태양의 그림자로 그것을 알 수 있어?”? “현실에서는 아침에 그림자가 길고, 정오에 가장 짧아. 태양의 고도에 따라 그림자 길이는 변해야 한다는 거야.” “오! 여긴 어떤데?” --- 「메타버스 탐정학교」 중에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모든 게 명확해졌다. 날 이 지하에 버려두고 간 저놈들은 희생자 저택이라는 게임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나눠 가졌다. 재수 없는 흑인, 멍청한 금발, 근육 바보 백인, 밉살스러운 동양인 꼬마, 바른 말 잘하는 혼혈 여자. 멍청한 놈들은 자기들 캐릭터에만 신경 쓸 뿐 정작 가장 중요한 역할이 빠졌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이 게임을 진행하려면 꼭 필요한 캐릭터. 그리고 희생자 저택이 진정한 ‘희생자 저택’이 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존재. 내가 바로 그였다. --- 「희생자 저택」 중에서
“감마 25번 고객님, 총을 들고 일어나세요.”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가벼운 군장에 소음기가 달린 M4 소총을 들고. 내가 머뭇거리자 여자는 내 목덜미를 잡고 일으키면서 소리쳤다. “여기 이러고 있으면 다 죽어요. 빨리 일어나 달려요!” 난 여자의 말을 듣고 일어났다. 여자는 내가 일어난 것을 보고 참호를 빠져 나가더니 고지 반대쪽, 그러니까 언던 아래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따라오세요, 감마 25번 고객님.” --- 「필사의 퇴근」 중에서
형태변환자는 반문한 소녀를 뒤로한 채 모닥불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유리병 펜던트를 열어 보랏빛 흙을 불꽃에 뿌렸다. 가짜였기 때문인지 보랏빛 불꽃이 일렁이지는 않았다. 유저는 내게 생소한 말이 아니었다. 모험가들은 나에게 말하곤 했다. ‘유저도 아닌 게.’ 형태변환자가 말을 이어갔다. “스스로 유저라는 인식조차 없다는 것이 네 특별함의 징표지. 네가 이 세계에서조차 진짜일 수 있는 이유야. 녀석이 의도한 바지.” --- 「대디 플레이어 원」 중에서
가까이 다가온 상대방을 향해 미친 듯이 방아쇠를 당겼다. 순식간에 네 발이 모두 발사됐고, 가까이 다가오던 상대방의 머리가 터져 버렸다. 정확하게는 장작 쪼개지듯 갈라졌는데 놀랍게도 죽지 않고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더 이상 총알이 나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방아쇠를 계속 당기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상대방의 정체와 내가 왜 여기 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거, 좀비 FPS 게임 ‘데드 앤드 언데드 2’잖아. 그럼 내 가 주인공인가?”
메타버스 탐정학교 2021년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윤자영 작가는 메타버스에서의 활동과 현실의 생활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여 준다. 줄거리: 어느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하지만 회장은 아들이 자살할 이유가 없었다며, 무슨 수를 쓰든 아들의 자살 원인을 밝혀내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전국 방탈출 카페를 모두 클리어한 신제이가 컨티뉴X에 접속하는데….
희생자 저택 한국 공포소설 장르의 유일무이한 작가인 전건우 작가는 메타버스와 복수, 슬래셔를 버무려 놓는다. 줄거리: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던 주인공은 컨티뉴X 베타테스터에 당첨돼 접속하는데, 그곳에는 이미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모여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공포영화에서 보던 전형적인 희생자였다. 그렇다면 주인공의 역할은?
필사의 퇴근 건강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청소년 소설을 주로 집필하던 은상 작가는 메타버스에서 느끼는 감정이 현실 세계와도 연결이 되는지를 이야기한다. 줄거리: 주인공은 고지전을 소재로 한 ‘오버더힐’이라는 게임에 접속한다. 그러나 게임기에 에러가 나서 다른 플레이어들은 모두 튕겨 나가고 게임 세계에는 주인공과 NPC만 남게 된다. 이 게임 세계에서 주인공을 구해내려 운영자가 투입되는데….
대디 플레이어 원 웹툰 IP를 개발하고 있는 서은건 작가는 이번 데뷔작에서 환상적이면서 복고적인 게임 세계를 통해 마인드 업로딩을 다룬다. 줄거리: 주인공 몬로는 게임 세계의 NPC다. 몬로의 역할은 플레이어를 게임의 대미를 장식하는 콘서트장까지 데리고 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맡게 된 플레이어는 마지막에 구해야 하는 콘서트 티켓을 이미 가지고 등장한다.
데드 앤드 언데드 추리, 공포, 역사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소설을 선보인 정명섭 작가는 또 하나의 주특기인 좀비 소설을 메타버스 세상에 풀어놓는다. 줄거리: 주인공은 자동차 사고 현장에서 눈을 뜬다. 어떻게 된 영문이지 주변을 둘러보는데 생존자가 보인다. 땅바닥을 기고 있던 생존자는 알고 보니 좀비였고, 주인공은 평소에 하던 게임 ‘데드 앤 언데드 2’의 시작 부분에 자신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