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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처 몰랐던 터키 역사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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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처 몰랐던 터키 역사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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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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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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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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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13 978896060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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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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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이종헌
1993년에 언론계에 입문한 이후 북한과 경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로 일하다가 좀더 넓은 시각으로 한반도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세계 4대 통신사 중 하나로 불리는 미국 UPI 통신으로 옮겨 서울지국장과 특파원으로 일하며 영어로 기사를 작성해 전 세계에 타전해왔다. 미국의 언론, 학계의 지인들과 [east-asia-intel.com]이란 인터넷 매체(워싱턴 소재)를 만들어 북한과 아시아의 국제정세를 연구하고 있으며, 금융과 에너지 문제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세계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중앙대학교에서 국제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제학적 시각에서 정치 행위와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독특한 방법론으로 북한에 대한 여러 논문을 게재했다. 한양대학교에서 영어기사 작성법을 강의하며 언론계 후학들이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도록 힘써왔다. 국제 정세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한반도 문제를 올바르게 풀어나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틈틈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대표적 분쟁지역인 발칸 반도와 동유럽에 대한 역사기행 『낭만의 길 야만의 길, 발칸 동유럽 역사기행』을 집필했으며, 2편 격인 터키에 이어 중동지역에 대한 역사기행서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역사여행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책을 쓰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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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함이 이스탄불의 정체성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스탄불이 어떤 곳인가? 동양과 서양의 문물이 만나는 곳. 세상의 교차로. 실크로드의 종착지. 세상의 모든 물건이 있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모인다는 그 유명한 그랜드 바자르가 있는 곳. 때론 부딪치고 때론 화해하며 공존해온 아시아와 유럽 두 대륙이 불과 1km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만나는 곳.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로마제국의 천년 수도이자 그 철옹성을 무너뜨린 이슬람제국의 600년 수도.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가 가장 역동적으로 모여든 현장. 이런 곳에서 유럽 여느 도시의 한적함을 기대할 순 없는 것이다. 이 도시의 혼잡함은 불가피하다. 사방이 유적지니 도로를 확장하지도 새로 만들지도 못한다. 땅만 파면 수천 년 전의 유물이 쏟아져 나오니 지하철은 꿈도 못 꾸고 큰 건물도 세우지 못한다. 천만 명이 훨씬 넘는 주민들이 오직 지표면에 붙어서 살아야 하니 이곳에서 혼잡함은 기꺼이 감수해야 할 작은 불편함에 불과하다 --- p.22

1453년 봄, 콘스탄티노플의 유럽 쪽 내륙지역을 장악하고 도시를 완전 포위한 오스만 대군은 연일 대포를 쏘아댔지만 테오도시우스의 성벽은 좀처럼 허물어지지 않았다. 작은 대포는 성벽에 큰 타격을 주지 못했고, 큰 대포는 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그 사이 비잔티움 제국의 군인들이 재빨리 무너진 성벽을 복구했다. 게다가 비잔티움은 모든 병력을 테오도시우스의 성벽 쪽에 집결시켜둔 상태라 그냥 밀고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오스만군은 성벽이 한 겹뿐인 바다 쪽으로도 공격을 시도하려 했지만, 비잔티움이 골든혼 입구를 거대한 쇠사슬로 막아둔 바람에 성벽 쪽으로 배가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마르마라 해 쪽은 지형적으로 해안이 매우 좁아 여러 척의 배를 접안하고 바로 위 높게 위치한 성벽을 공략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오스만제국으로서는 내륙 쪽 테오도시우스의 성벽을 뚫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 p.70

돌마바흐체 궁전이 자리한 곳은 메흐메트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공략하기 위해 배를 육지로 끌어올렸던 역사적인 장소다. 압둘 마지드는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과 오스트리아 빈의 쉔부른 궁전을 모방해 넓은 행사장과 연회장을 가진 유럽식 궁전을 지었다. 서구식 궁전을 지으면서도 술탄은 자신의 은밀한 공간인 하렘은 없애지 않았다. 보스포루스해안을 따라 500m 이어지는 궁전은 ‘L’자 모양으로 배치된 건물과 아름다운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총 43개의 연회장과 홀이 있으며 방은 285개나 된다. ‘가득 찬 정원’이란 ‘돌마바흐체’의 의미대로 술탄은 이 궁전에 금은보화를 가득 채웠다. 궁전 내부 장식에는 14톤의 금과 40톤의 은이 사용되었다. 계단에는 수정을 박고 바닥에는 초대형 양탄자를 깔았다. 압권은 1층 홀에 매달린 수정 샹들리에인데, 4.5톤 무게에 750개의 촛불을 꽂을 수 있다. 사치와 호화로움이 전 세계 어느 궁전에도 뒤지지 않는다. --- pp.95-96

카드쾨이 선착장에는 화려한 궁전 모양의 하이다르파샤역이 있다. 1809년에 에우페미아 성당이 있던 자리에 독일이 건축해 기증한 역사다. 이 역에서 아시아대륙의 기찻길이 시작되고 끝난다. 유럽의 철도는 사르케지역에서 끝나고 해협을 건너 이곳에서부터 내륙으로 이어진다. 이란과 시리아로 가는 기차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하이다르파샤에서 열차를 타면 실크로드를 따라 가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만나 한반도까지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지금은 북한에 막혀 어렵지만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통일을 이루면 서울에서 열차로 이곳 하이다르파샤까지 올 수 있는 것이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된다. 서울역에서 열차에 오르면 평양과 라진, 선봉을 지나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광활한 시베리아와 몽골초원, 실크로드를 따라 이스탄불에 올 수 있다니! 언젠가 열차가 개통되면 그 첫 열차에 몸을 싣고 통일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 --- pp.126-127

이스탄불 구시가의 남쪽 끝에 있는 예니카프 부두나 신시가의 돌마바흐체 궁전 인근에 있는 카바타쉬 부두에서 페리를 타고 1시간 반 남짓 마르마라 해를 남쪽으로 가로질러 가면 오스만제국을 잉태한 도시 부르사가 나온다. 페리 예약은 인터넷으로 하면 매우 간편하며 부두 터미널은 공항에 못지않게 깨끗하고 시스템도 편리하다. 예니카프 부두에서 첫 번째로 출발하는 오전 7시 30분 배를 탔는데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승객들이 많았다. 대부분 회사원으로 보였는데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많은 듯했다. 배는 크고 쾌적했다. 마르마라 해를 달리는 느낌은 좁고 거친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마르마라 해는 북쪽으로는 흑해를 연결하는 보스포루스 해협과 남쪽으로는 에게해를 연결하는 다르다넬스 해협을 사이에 둔 송편 모양의 바다다. 면적은 제주도의 6배가량으로 세상에서 제일 작은 바다다. --- pp.156-157

돌길을 따라 늘어선 자주색 지붕의 전통 목조건축물은 총 약 2천 채 정도인데, 이 중 1,131채가 보호대상이다. 대부분 200년 이상 된 것이고, 300년이 넘은 것도 많다. 아직도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숙박시설이나 기념품 가게로 사용되는 곳도 있다. 모스크와 오스만의 전통 목욕탕인 하맘, 대상용 여관, 분수와 무덤, 시계탑과 해시계, 다리 등도 남아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오스만제국의 향기가 나는 듯하다. 보수는 유네스코의 규정대로 하기 때문에 까다롭다. 보존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곳은 예로부터 소나무와 전나무 숲이 우거져 나무를 구하기 쉬워 목재가 건축자재로 많이 사용되었다. 당시에는 목재가 가장 귀한 건축 자재였다. 보통 3층인 전통 가옥은 목재로 골격을 만들고 우리 한옥과 비슷하게 목재와 짚을 섞은 진흙과 벽돌로 벽을 만들었다. 하얀 칠을 한 벽마다 두세 개의 작은 창문을 달아놓은 것이 특징이다. 모든 방에는 개인 목욕 시설을 갖추고 있다. 몸을 깨끗이 하는 무슬림의 풍습이다. --- p.195

소프트 파워 에페수스가 선택한 생존전략은 동맹과 세력균형이었다. 에페수스는 안전한 지역이 아니었다. 에게해 연안에 위치해 기후가 온화하고 지형적 여건이 좋아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다. 주변에는 올리브나무와 오렌지나무가 지천인데, 이렇게 살기 좋은 곳을 그냥 두었을 리 만무하다. 기원전 5000년경부터 사람들이 산 흔적이 있는데, 본격적인 거주는 기원전 15세기부터였다. 기원전 12세기 그리스계 이오니아인들이 이곳에 정착해 도시를 세웠고 이때부터 에페수스로 불렸다. 그후 주변의 유목민족들에게 여러 차례 도시를 점령당했다. 히타이트 제국의 영향을 크게 받기도 했다. 리디아 등 주변 왕국의 힘이 커지고 그리스와 페르시아 등이 계속 이 지역을 노렸는데, 에페수스는 스스로 군사력을 키워서 싸우기보다 예속되어 보호받는 방법을 택했다. 자신들이 해오던 대로 경제적.문화적 삶을 계속 누릴 수만 있으면 지배자가 리디아이건 페르시아건 개의치 않았던 것이다. 페르시아의 지배 때는 무거운 세금에 저항한 적도 있지만 강력한 진압에 금방 꼬리를 내렸다. --- pp.222-233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남동쪽으로 날아가면 끝없는 아나톨리아 평원이 이어진다. 평균 고도가 700m를 넘으니 서울 남산 높이의 3배 가까이 된다. 사람이 살기에 가장 적당한 고도에 가깝다. 그 고원지대의 남동쪽 끝자락에 거대한 토로스 산맥이 자리하고 있다. 토로스는 그리스어로 ‘황소’를 뜻한다. 이름에 걸맞게 역동적이고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이 산맥은 해발 3천m가 넘는 험준한 산들이 수백 킬로미터 뻗어나가면서 아나톨리아 평원과 지중해를 동서로 가르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산등성이는 마치 웅크리고 있는 황소의 등을 연상케 한다. 이 산맥의 동쪽 언저리에서 인류 최초의 문명을 만든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이 발원한다. 산맥을 넘으면 오른쪽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지중해연안이, 왼쪽에는 평야 지역이 펼쳐져 있다. 비행기가 지중해 동쪽 연안으로 이어진 산맥을 따라 한참을 날아가다 고도를 낮춰 왼쪽으로 크게 휘어 돌면 잘 정돈된 농경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윽고 넓은 평원 한가운데 높이 솟아오른 바위산 자락에 형성되어 있는 꽤 큰 도시가 보인다. 이곳이 바로 ‘영혼의 도시’이자 ‘성서의 도시’인 안타키아다. --- pp.279-280

샨르우르파는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풀 한 포기 없는 황토빛 구릉이었다. 가지안테프를 벗어나자 차츰 나무가 줄어들더니 샨르우르파에 다가갈수록 그 많던 밀밭과 올리브나무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황량한 구릉과 바위들이 튀어나온 암반 지대뿐이었다. 언덕에 얇게 덮인 흙은 있지만 그 아래는 온통 바위라서 나무가 자랄 수 없다. 그야말로 온 세상이 마른 흙색이었다. 햇빛의 강도는 점점 세져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 도시에 들어서자 흙벽돌로 투박하게 사각형으로 지은 가옥들이 풀 한 포기 없는 민둥산 자락을 빼곡하게 메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도시에서는 흔한 자주색 지붕이나 꽃으로 장식된 창틀 따위는 이곳에서는 사치다. 샨르우르파는 여름철에 기온이 50도를 넘는 곳이다. 여름철 살인적인 햇볕과 겨울의 찬바람을 막기 위해 집과 집이 간격을 두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있다. 태초에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면서 지은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가옥과 같다. 이러한 가옥 형태는 기원전 6000년경 아나톨리아 고원에 인류가 처음으로 정착할 때부터 만들어진 것이었다. 당시에는 집들을 붙여놓고 출입문을 따로 두지 않아 사다리를 타고 지붕을 통해 드나들었다. 평평하게 만든 지붕 위에서는 가축을 길러 집 안으로 들어오는 열기를 식혔다. --- p.326

유일신의 기독교가 세상에 나오면서 문명에 기여한 부분도 많지만 우상숭배를 금한다는 명목 아래 다신교 신앙을 가혹하게 탄압하고 신전을 파괴해 인류의 다양성이 크게 훼손된 것 또한 사실이다. 한때 다양한 신들이 살아가던 터키 땅에 폐허로 남아 있는 많은 유적을 보면 그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로마제국이 이곳 신전을 더 철저히 파괴한 것은 다신교 이교도들의 거점인 동시에 카레 전투 등에서 로마가 가지고 있는 아픈 기억도 작용했을 것이다. 집단적 기억은 원래 그렇게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 하란은 기독교 교회가 최초로 공개적으로 지어진 곳이다. 아담과 아브라함, 이삭과 야곱 등 「창세기」의 인물들이 살았던 기독교에서 매우 중요한 도시다. 이런 곳에서 우상숭배가 만연한 것은 기독교세계에서는 용납하지 못할 일이었을 것이다. 하란의 서쪽 인근에 ‘야곱의 샘’이 벌판 한가운데 덩그러니 남아 있다. 유적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모습이다. 샘의 물도 이제는 완전히 말랐다. 야곱과 라헬이 사랑을 속삭일 낭만적 분위기도 아니다. 온전한 상상력의 영역이다. --- pp.375-376

터키를 여행하는 내내 머릿속을 떠돌던 질문 중 하나가 ‘문명이란 무엇인가?’였다. 문명은 인류가 공동체를 만들고 낯선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다. 그러나 접촉이 당황스러운 현대.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조차 의심받고 낯선 이의 얼굴을 함부로 쳐다볼 수도, 쳐다봐서도 안 되는 현대문명 속 우리들…. 모든 것을 경계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이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문명이라면, 우리는 스스로 문명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류 최초의 문명을 만들었지만 정작 우리가 자랑하는 현대문명의 이기는 하나도 없는 이곳, 시간이 멈춘 이곳에서 빛의 속도로 살아야 하는 우리의 자화상을 본다. 밀레케의 집에서 깊은 감동을 받고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한 후 나왔다.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질문에 대한 작은 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내친 김에 다리 아래로 내려가 티그리스 강물에 손을 담갔다. 말로만 듣던 티그리스 강,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만든 강, 절벽 사이를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에 손을 적시니 죽기 전에 해야 할 버킷리스트 중의 한 가지는 한 것 같다. --- p.419

오스만의 잔혹한 탄압이 이어지자 아르메니아는 정교국가인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했고, 러시아는 1915년 군대를 파견했다. 반 지역을 두고 오스만과 러시아는 30여년 만에 다시 전쟁태세로 돌입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사는 아르메니아의 편이 아니었다. 1917년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발생해 군대가 철수해버린 것이다. 아르메니아 시민군은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오스만군에 진압당했다. 믿었던 나라의 내부 사정이 아르메니아인들의 시위를 비참한 결말로 이끌었다. 반 지역을 되찾는 것도 오스만의 붕괴로 물거품이 되었다. 힘을 가지지 못한 약소국의 비참한 말로이자 비정한 국제관계다. 오스만군에 쫓긴 아르메니아인들은 대부분 반 지역을 떠나 동쪽으로 피난했다. 오스만군은 아르메니아인들이 살던 도시 반을 사람이 다시 살수 없을 정도로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이로서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고대도시 반은 영원히 사라지게 된 것이다. 오스만은 호수에서 조금 떨어진 산자락에 신도시를 만들어 자국민들을 이주시켰다. --- p.464

터키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스스로에게 몇 가지 화두를 제시했다. 첫째, 터키는 문명의 충돌인가 융합인가? 둘째, 유럽인가 아시아인가? 셋째, 이슬람 국가인가 세속 국가인가? 넷째, 터키는 공존의 열쇠인가 분열의 촉매인가? 이 네 가지 화두에 대해 속 시원히 답할 수 있는 석학은 어디에도 없다.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터키뿐만 아니라 이슬람세계와 서구에서도 진행중이다. 그러나 터키에 대한 많은 책을 읽고 자료를 조사하면서, 그리고 터키의 곳곳을 여행하면서 내린 작은 결론은 이러한 질문들이 부질없다는 것이다. 터키가 회자될 때마다 제일 먼저 나오는 질문은 항상 ‘유럽인가, 아시아인가’이다. 이 거대한 질문이 무의미한 것은 터키 사람들에게 그것이 결코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터키 사람들에게 아시아인지 유럽인지를 물어보는 사람들은 늘 유럽인들이었다. 이것은 한때 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던 오스만제국 후손들에 대한 경계로 보인다. 우리가 터키인들을 만나서 유럽인지 아시아인지 정체성을 밝히라고 요구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우리가 그들을 이웃으로 여기고 마음을 나누면 그만인 것이다. --- pp.489-491

에르도안 총리가 이슬람 권위주의를 본격적으로 휘두른 것은 2011년 3선 연임에 성공하면서부터다. 이것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불어 닥친 ‘아랍의 봄’의 영향이 컸다.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에서 세속주의에 기반한 장기집권 독재자들을 쫓아낸 ‘아랍의 봄’으로 일컬어지는 민주화 혁명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이슬람주의자들이었다. 오랜 독재로 풀뿌리 정치조직이 없는 상태에서 이들은 종교적 정서로 대중들을 파고들었고,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이다. 이들은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통해 아랍 전체에서 폭넓은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무슬림형제단 출신 무함마드 무르시가 대통령에 선출되었고,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모든 법의 근간으로 삼는 새 헌법이 채택되었다. 튀니지에서도 무슬림형제단의 분파인 엔나흐다당이 선거에서 압승해 정권을 잡았다. 리비아나 예멘 등에서도 무슬림형제단의 분파를 비롯한 이슬람 정당이 세력을 키웠다. 아사드 정부와 내전을 벌이고 있는 시리아 반군도 무슬림형제단이 주축이 된 것이다. 세속주의 독재가 떠난 자리에 이슬람 독재가 들어앉은 것이다. 그래서 ‘아랍의 봄’은 ‘아랍의 겨울’이 되었고 ‘이슬람의 봄’ 시대가 열렸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 pp.516-518

에르도안 총리의 문제는 경제적인 성공을 이루었다는 자만심에 취해 정치적으로 독재적 행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을 이룩한 지도자가 정치적으로 ‘오버’하는 형태는 신흥국의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과 러시아가 그랬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경제적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정치적 구설수에 오르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일본의 아베 총리도 돈을 쏟아붓는 소위 ‘아베노믹스’로 경제에 숨통이 트이자 바로 평화헌법 개정 같은 정치적 무리수를 두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의 인기는 상당 부분 인기에 영합한 포퓰리즘적 정책 덕택이다. 전 국민의 99%를 차지하는 무슬림들에게 우호적인 정책들을 쏟아냈다. 특히 저소득층 무슬림 유권자에게 각종 혜택을 주었다. 빵과 차 같은 기본적인 생필품의 가격은 낮게 유지하는 한편,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저소득 무슬림들이 소유하기 힘든 품목에는 엄청난 세금을 부과했다. 사치품이라는 이유다. 비싼 세금 때문에 휘발유 가격은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 2013년 2월 블룸버그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60개 조사 대상국 중에서 터키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 p.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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