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문학계에는 조금 특별한 작가군이 형성되어 있다. 그들은 대개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후반에 걸쳐 동독에서 출생했으며 공산주의 교육을 받았고 한창 예민한 십대 시절에 베를린장벽의 붕괴를 경험했으며, 그 이후에는 갑자기 통일된 자본주의국가에서 성인이 되어 살아왔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들이 1990년대 후반부터 문단에 갑자기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지금은 독특한 시대적인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게 된, 지난날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해서 쓰고 있다는 것이다. 1976년생 야나 헨젤, 1970년생 요헨 슈미트, 1971년생 야콥 하인, 1974년생 율리아 쇼흐, 1968년생 그레고어 잔더 등이 그들이다. 문단에서는 그들을 '장벽 저편의 아이들Zonenkinder(베스트셀러가 된 야나 헨젤의 동명의 책 이름)', '트라반트 세대(동독의 자동차 트라반트에서 따온 말. 서독의 동세대 작가군을 역시 폭스바겐 자동차시리즈 이름을 따서 골프 세대라고 부르는 것과 대조적으로.)'등으로 부른다. 야콥 하인이 쓴 대로, 그들은 아무도 '장벽 이전'을 몰랐고 따라서 비교하거나 할 수도 없었으며 아주 가까이 있으나 어차피 가지도 못할 나라에 대해서 전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으므로, 그렇기 때문에 통독의 대전환 이후 이미 충분히 성인이 되어 있던 세대들이나 아주 어려서 갈등을 겪을 여지가 없던 그 이후세대들보다 더 많고 풍부한 이야기를 간직할 수 있었던 역사상 유일한 세대가 된다. 그들은 두 가지 세계의 성장기를 겪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벽이 무너진 1989년을 그들의 세대로 명명하여, 그들을 '89세대'라 하기도 한다.
--- 역자후기 중에서
갑자기 우리는 서베를린의 극장에 갈 수 있게 되었고 우리가 항상 흉내만 내고 있던 밴드 공연에도 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처음에 샀던 물건들은 모두가 다 너무나 흥미로웠다. 내 기억으로는 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잡지를 샀던 것 같다. 다른 애들은 신발과 레코드, 콘서트 티켓이나 위스키를 샀다. 우리는 그것들을 서독에서 받은 돈으로 지불했다. 서독 통화로 100마르크였다. 학교에서 영리한 애들은 매일 서독의 동물원역으로 갔고 그리고 서독 마르크를 동독 마르크로 바꾸거나 혹은 반대로 바꾸거나 했다. 무척 간단한 일이었다. 동물원역까지 전철을 타고 가서, 은행에 걸린 환율 시세를 보아둔다. 그리고는 그보다 몇 페니히 적게 부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몇 명은 아주 재빨리 시장경제의 정점에서 그들의 나갈 길을 찾아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