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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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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탄생

: 대한민국의 심장 도시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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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494g | 152*217*20mm
ISBN13 9788994142555
ISBN10 89941425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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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밭이었던 잠원동은 무가 자라기 좋은 모래 토질이어서 단무지 농사가 잘되었고, 서초동은 미군과 서울 사람이 사가는 화초를 키우는 꽃동네였다. 압구정은 배나무 과수원골이었고, 도곡동은 도라지 특산지였다. 청담동은 이름처럼 물 맑은 청숫골이었다. 가장 기름진 땅인 개포동, 일원동 일대에서 난 과일과 채소들은 품질이 상급인 데다 산지가 가깝기까지 해서 서울 사람들에게 아주 인기가 있었다. / 한강 나루를 오가는 나룻배들은 과일과 채소, 그리고 한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가득 싣고 있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개포동, 일원동 일대의 주민들이 서울 시내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지금의 타워팰리스 부근 양재천변에서 ‘엔진배’를 타고 탄천을 따라 올라가 뚝섬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양재동까지 육로로 가면 거의 1박 2일이 걸렸다고 하니 그 정도로 강남은 오지였다. --- p.25

공유수면 매립 공사는 봉이 김선달이 환생해도 놀랄 정도로 무조건 남는 장사였다. 건설 비수기인 12월부터 4월까지 노는 중장비와 노동력을 이용해 첫해에는 우선 제방만 쌓아 두고, 다음 해 비수기에 모래를 퍼부어 공유수면을 매립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대지 위에 자신들이 직접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거나 아니면 땅을 그냥 국영기업체나 정부 투자기관에 일괄 매각할 수 있었다. 어느 쪽이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장사였다. 이런 식으로 한강변은 강변도로에 이어 아파트 숲이 되어 갔다. --- pp.53-54

박종규의 질문은 간단명료했다. “헬기로 돌아본 지역, 즉 과천, 서초, 강남, 잠실 중에서 어느 곳이 가장 장래성이 있고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윤진우는 탄천 서쪽이 가장 유망한 것 같다고 답했다. 바로 오늘날 강남구가 된 땅이었다. 박종규는 “그러면 그쪽을 사 모으라”고 지시했다. 약 2주 후 윤진우가 그 일을 거의 잊고 있을 때 시장실에서 연락이 왔다. 갔더니 “제일은행 고태진 전무실에 가면 돈을 줄 테니 받아 와서 우선 그 돈으로 땅을 사 모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높은 곳에서 나온 자금으로 땅을 사 모으고 땅값이 어느 정도 상승하면 되팔아서 갖다 바친다. 이 사실은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매우 높은 분 한둘과 김현옥 서울시장, 그리고 자기만이 알고 있는 비밀 사항이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윤진우는 흥분했다. 당시 청와대는 누구든 생사여탈을 자유자재로 하는 절대 권력이었다. 윤진우는 ‘그 어른에게 잘 보이면 출세길이 훤하게 뚫린다’고 생각하니 흥분 때문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 p.208

1966년 초 평당 2백~4백 원 수준이던 말죽거리 땅값은 1968년 말 불과 2년 만에 평당 6천 원으로 뛰었다. 부동산투기억제세가 부과되고 불경기 등으로 일시적으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강남의 땅값 상승률은 늘 타 지역을 압도했다. 예를 들어 1963년 당시 땅값 수준(지수)을 100이라 했을 때, 1970년 강남구 학동의 땅값은 2,000, 압구정동은 2,500, 신사동은 5,000이 되었다. 7년 만에 각각 20배, 25배, 50배가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에 중구 신당동과 용산구 후암동은 각 각 10배와 7.5배 상승하는 데 그쳤다. 1979년이 되면 아예 단위가 달라졌다. 학동의 땅값 지수는 13만, 압구정동 8만 9,000, 신사동 10만이었다. 이에 따르면, 1963~1979년 16년간 학동의 땅값은 무려 1천 333배, 압구정동은 875배, 신사동의 경우 1천 배가 올랐다. 같은 기 간 신당동과 후암동의 땅값은 각각 25배 상승하는 데 그쳤다. 물론 강남의 땅값이 그 전에 워낙 낮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정말 놀라운 지가 상승이었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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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에는 우리가 잘 몰랐던 강남의 살아 있는 역사가 담겨 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강남의 공간을 새롭게 마주하게 된다. 경부고속도로와 제3한강교, 유명 아파트와 거리들, 빌딩들, 그리고 수많은 사건들이 과거로부터 말을 걸어 온다. 따뜻한 봄날, 이 책을 들고 천천히 강남의 거리를 걸어보면 어떨까? 잊고 있던, 모르고 있던 강남의 과거가 여러분의 현재로 펼쳐질 것이다.
-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우리나라의 변화무쌍한 현대사는 수도 서울의 그것과 궤를 같이한다. 그리고 수도 서울의 현대사는 강남 개발에서 정점을 이룬다. 강남 개발의 역동적 발자취를 찾아다니고 온몸과 마음으로 현장을 누볐던 지은이들이 이제 구석구석의 역사들을 한데 모아 큰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미 현실이 된 역사적 사실과 수면 아래 잠겨 있던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또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강렬한 힘과 그늘을 동시에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주제의 폭과 깊이에서 근래에 보기 드문 역작이다.
- 최병선 (전 국토연구원 원장, 전 가천대학교 공과대학 도시계획학과 교수)
호불호를 떠나 강남이 우리나라 도시계획의 역사에서, 아니 한국 현대사를 통틀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임을 부정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도시계획에 평생을 바쳤던 나에게 이 책의 발간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더구나 세종시 건설 현장에서 일했던 계용준 사장과 한종수 팀장이 썼다니 더욱 반가웠다. 이 책은 강남을 비롯한 우리나라 신도시와 도시계획의 역사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고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
도시계획과 개발 분야를 공부해온 나의 지난 40년은 강남 개발의 역사와 함께 한 시간이기도 하다. 강남은 나에게 많은 영감과 문제의식을 던져준 존재이자 여전히 불가사의한 존재이다. 이 책은 강남의 명암을 너무나도 명쾌하게 밝혀준다. 자료에 근거하여 강남 개발 과정을 차근차근 펼쳐가는 한편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뒷이야기들을 퍽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나아가 이 책은 단순히 강남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강남에 끌려가는 우리 사회를 성찰하며, 우리 도시들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한다.
- 황희연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전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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