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선생님을 만나러 오기 위해 아주 복잡한 여행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메모나 습작, 서랍 속에 넣어둔 시라도 몇 편 제게 보여주실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미발표된 작품이 있다는 것을 전세계 독자들이 알게 되면 얼마나 기뻐할지 선생님께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실 겁니다.”
물론 나는 아주 하찮은 메모 몇 개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그를 기쁘게 해주려고 그것을 보여주었어. 내가 당신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쓴 보잘것없는 시도 그에게 전해주었지. 그는 조용히 그 시를 읽더니 아무 말 없이 되돌려주었어.
--- 논쟁 1라운드 『위대한 시인의 비밀』
존경하는 교도소 위원회 여러분. M. 로씨가 자신이 투옥된 이유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는 그의 기억을 되찾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은 파렴치하게도 제 가족의 명예에 먹칠을 한 행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억의 무게를 우리만 짊어지고 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로씨가 자신의 행동을 잊어버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범죄를 저지른 여타의 죄인들과 다른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저 역시 과거의 기억들 몇 가지 정도는 잊어버렸습니다.
--- 논쟁 2라운드 『기억상실증에 걸린 죄수』
부인 : 사실 당신네 도시에서는 극소수의 사람이 행운을 만나 상당한 액수의 돈을 손에 넣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단 한푼도 얻지 못하지요. 뿐만 아니라 1유로를 낭비하는 거지요. 당신네 복권을 좀 보여주세요. ……맞잖아요. “다음 기회에 행운을 잡으십시오.” 제가 말한 대로지요? 당신네 도시에서는 매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행운에 도전하는 재미를 위해 두당 1유로를 허비하는 거예요. 제가 보기엔 좀 어리석은 것 같은데, 안 그래요?
논쟁 3라운드 『거꾸로시 사람들의 로또복권』
그 : 그렇지만 당신네 간판은 말 그대로 “마카니 가 15번지로 들어오세요”라고 적혀 있어요. 저건 명령입니다. 그 글을 읽으면서 나는 재판에 소환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 문장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랬을 겁니다.
점원 : 실례지만 손님은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신호등이 ‘파란 불’이라고 해서 그때마다 필요 없는데 길을 건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미시오’라는 글이 쓰인 문이 나타날 때마다 그 문을 미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 논쟁 6라운드 『‘미시오’ 앞에서는 민다』
방금 ‘3등에게 보내는 찬사’ 장학금이 폐지되었다는 교장 선생님의 회람을 받았단다. 내년에는 ‘마지막 하나라도’ 장학금이 새로 제정된다는구나. 꼴찌로 진급하는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이야. 너도 생각해 보면 알겠지만 이건 약간 위험해. 그렇지만 장학금 액수가 학급 1등에게 수여하는 장학금의 세 배라는구나. 잘 알겠지? ‘3등에게 보내는 찬사’ 장학금의 무려 아홉 배나 된단다! 행운을 빈다.
--- 논쟁 8라운드 『3등에게 보내는 찬사』
참견쟁이 씨, 우리는 당신을 당장 해고하기로 했습니다! 회사에 의심과 비판을 가하는 사람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 훌륭한 계획을 위해 많은 인원과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그러므로 부식되느니 되지 않느니, 만능이니 아니니 하는, 트집을 잡기 위한 말장난 때문에 의기소침해질 수는 없습니다. 결국 대중이 원하는 것은 확실한 제품들입니다. 모든 것을 부식시키는 산과 아무것에도 부식되지 않는 용기입니다. 우리는 둘 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 꼬리말 『만능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