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마치 제가 흥정할 물건의 상태를 살피는 것만 같은 무례한 시선으로 진영이 입고 있는 연회색 저고리와 치마, 그리고 아직 댕기를 드리고 있는 머리 모양까지 유심히 살폈다.
“흥!”
제 속에서 평가를 마친 것인지 콧소리와 함께 사내가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러더니 신발을 벗고 법당의 가운데 문을 통해 들어오려 하였다.
“안 됩니다.”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인 진영이, 고요한 법당 안을 쨍하니 울리는 제 소리를 듣고는 멋쩍어 흠흠 하며 목청을 가다듬었다. _16쪽 중에서

“그것이 진짜 당신 모습인건가? 얌전한 얼굴을 하고선... 제법 성깔 있잖아?”
하긴, 그러고 보면 처음 만난 날 이미 제게 물세례를 퍼부었던 여인이기도 했다.
“깜빡 잊고 있었어. 당ㅎ신이 원래 만만한 여자가 아니었다는 걸. 훗....”
제법 세게 부닥친 탓에 얼얼한 이마를 문지르며 성현이 저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을 머금었다.
_93쪽 중에서

“당신은?”
정한군이 몸을 옆으로 돌려, 팔로 비스듬히 고개를 받치고선 진영을 바라보았다.
“낭자는 어떤 이였소? 어릴 때도 지금처럼 천생 여인인 듯 그리 얌전하였소? 혹시 지금과는 정반대로 사내같은 아이는 아니었소? 말썽을 부린 적은 없소? 부모님의 속을 끓인 적은 없소? 어릴 땐 무엇을 하며 놀았소? 자라서는? 무엇을 가장 좋아하였소?”
“...... 왜 그리 소상하게 물으시는 것입니까?”
“당신이 좋으니까.”
망설임도 없이 단박에 제 마음을 고백한 정한군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
“하! 이렇게 무딜 수가......” _162쪽 중에서

출간 2주 만에 드라마화가 결정된 화제작 《조선왕비간택사건》의 작가 월우의 신작! 《조선낭자열전》 시리즈 그 두 번째 이야기 <br/><br/>출간 2주 만에 드라마화가 결정된 화제작 《조선왕비간택사건》의 작가 월우의 신작! 《조선낭자열전》 시리즈 그 두 번째 이야기<br/><br/>유머러스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남녀 주인공, 개성 강한 인물들이 펼치는 독특한 사건 전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탄탄한 짜임새,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문체 등으로 2013년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조선왕비간택사건》을 잇는 또 하나의 화제작. <br/><br/>병환으로 누워계신 큰 아버지의 재산을 욕심 낸 부모가 사촌인 민영을 죽인 후, 낭자 진영은 세속을 떠나 절로 들어갔다. 여승이 되어 평생 민영의 명복을 빌고, 제 부모의 죄를 속죄하며 살겠다는 진영이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뻔뻔스러운 사내 성현은 민영 아버지에게 빌려준 돈을 빌미로 진영에게 제 아내가 될 것을 강요한다. <br/><br/>한편, 원치 않는 혼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현과 함께 의금부에 갇힌 아비를 찾아가던 진영 앞에 진영의 마음을 뒤흔들 만큼 다정다감한 귀공자가 나타나는데... <br/><br/>통괘한 사랑의 반전을 가져다 줄 낭자 진영의 선택은 과연?<br/><br/><br/>여승이 되겠다는데 쫓아오는 남자들, 버리겠다는데 쌓이는 재물들, <br/>매사 뜻대로 되지 않아 행복한 그녀, 진영의 이야기 <br/><br/>재물 때문에 사촌 동생을 죽인 부모와 주변의 탐욕스러운 인간 군상들에게 환멸을 느껴 산사로 들어간 진영. 비구니가 되어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고 다짐한 그녀 앞에 불쑥 나타난 이상한 사내 성현. 아이가 둘이나 딸린 그는 진영의 아버지에게 돈을 주고 진영을 샀다며 뻔뻔하고 무례하게 환속을 요구하고, 환속한 진영에게 돌아갈 재산을 탐낸 오씨 문중에서는 진영의 혼사를 막기 위해 필사적인 방해 공작을 펼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