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저거 봤소?” 마침내 조르바가 말했다. “비탈에서 돌이 살아나는 거 말이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 깊이 기쁨을 느꼈다. 생각했다. ‘사물을 태어나 처음 보듯이 보는 것, 이것은 위대한 몽상가나 시인이 사물을 보는 방식이다. 그런 사람들은 매일 아침마다 자신들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을 본다. 실제로 보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창조하는 것이다.’
조르바에게는 세상이 태초의 인간이 보는 세상처럼 벅차고 강렬한 광경으로 다가왔다. 별들은 조르바의 위로 미끄러지듯 나아갔고, 바다는 조르바의 관자놀이에 부딪쳐 부서졌다. 이성이라는 왜곡된 간섭을 받지 않은 조르바는 대지로 살고, 물로 살았으며, 동물로 살고, 신으로 살았다. --- p.217
애국자가 참 많소.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주제에 말이오. 나는 애국자가 아니오. 그럴 생각도 없고요. 돈 줄 테니 하라고 해도 안 해요. 꽤 많이들 천국을 믿소. 거기다 당나귀도 한 마리 묶어 놓고요. 나는 안 묶어 놨소. 자유인 거요! 내 당나귀는 지옥에 떨어져 죽겠지만, 난 지옥이 안 무섭소. 천국에 가고 싶지도 않소. 그 양반더러 거기 있는 토끼풀이나 배 터지게 뜯어먹으라고 해요. 나는 무식한 놈이오. 대가리가 바윗덩어리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당최 모르오. 그런데도 대장, 당신은 날 이해해 준다오.
세상만사 덧없다고, 다들 무서워하오. 하지만 나는 이겨 냈소. 죽어라 반성들을 하던데, 나는 안 그래도 되오. 나는 좋다고 날뛰지도 않고, 안 좋다고 징징거리지도 않소. --- p.230
“가여운 부불리나를 참 빨리도 잊더군요, 조르바.” 내 딴에는 잔인하게 말한다고 그렇게 말했다. 조르바는 욱해서 언성을 높였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소!” 조르바가 소리쳤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을 생각하지 않소. 내일 일어날 일도 생각하지 않고요.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만 생각하오. 오늘 일만 신경 쓴다, 이 말이오. ‘조르바, 지금 뭐 하나?’ ‘자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뭐 하나?’ ‘일하네.’ ‘그럼, 잘해 보게.’ ‘조르바, 지금 뭐 하나?’ ‘계집하고 키스하네.’ ‘그럼, 잘해 보게, 조르바! 키스할 동안 딴 일은 다 잊어버려. 이 세상에 자네하고 계집, 딱 둘밖에 없다고 생각해! 서둘러!’ 하고 말이오.” --- p.426
“난 이렇게 생각해요, 조르바 ? 그런데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 인간은 세 부류가 있어요. 첫 번째는 많이들 그렇듯이 먹고 마시고, 사랑을 나누고, 돈을 벌고, 이름을 날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 다음은 인류를 걱정하면서 목표를 자기의 삶에 두지 않고, 온 인류의 삶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 이 사람들은 인류를 하나로 느끼고, 인류를 일깨우려고 애쓰고, 사랑할 수 있는 데까지 사랑하고, 인류에게 좋은 일을 하려고 애씁니다. 마지막은 전 우주적인 삶을 사는 게 목표인 사람들입니다?이 사람들은 세상만물, 인간들, 동물들, 나무들, 별들, 이 모두가 하나이고, 우리 모두는 똑같은 끔찍한 투쟁을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꼼짝없이 갇힌 하나의 실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투쟁이냐? ……물질을 정신으로 바꾸는 투쟁입니다.”
조르바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난 머리가 둔해요, 대장. 이런 건 잘 못 알아들어요……. 아, 당신이 춤으로 보여 줄 수만 있다면 나도 알아들을 텐데.”
--- p.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