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플라워즈는 교환원들 -티퍼니나 코르벳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 이 창조해 내는 가상 현실 안에서 이용자들은 교환원들이 지루해하거나 혐오스러워하거나, 또는 공포심을 느끼게 되기까지 하는 환상들을 실행에 옮기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또한 자신들의 '진정한 자아'와 폰섹스 일에서 사용하는 가면을 쓴 인격을 별개의 것으로 분리시켜 놓는 데 능숙한 교환원들조차도 자신들의 자아를 보호하고, 진정한 친밀감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 발버둥쳐야만 한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판타지 공장>은 성적인 관심과 남녀의 성별에 대한 사회적 해석에 대해서 뿐 만 아니라, 인위적인 친밀감의 날조와 첨단 기술을 통한 그 친밀감의 중개에 대해서도 자극적인 물음들을 제기한다.
--- 책 표지 중에서
육체가 분리된 목소리만을 통한 친밀감의 교환이 가지고 있는 결점을 보충할 만한 장점은 그 과정이 생성시키는,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이기적인 면의 뒤쪽에 감춰져 있다.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는 유리한 점이란 교묘한 조종과 사기 행위를 통해 얻는 이득이다. 폰섹스나 목소리만을 통해 친밀감을 교환하는 여타의 행위들이 가지고 있는 덕목들은 쉽사리 간과되며, 사랑과 섹스는 이러이러한 것이 '되어야만' 한다는 전통적인 생각에 집착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무시되거나 또는 부인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친밀감을 나누는 행위를 선뜻 인정하려 들지 않는, 또는 그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육체에서 분리된 목소리만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일그러지고 가치가 손상되고 불만스러운 것으로 본다.
--- p.252
브래드는 현실 세계와 환상의 관계에 관하여 설명했다. 이용자들은 환상을 추구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 오지만, 그 환상은 진짜로 만난다는 가능성에 대한 것이며, 고정적으로 전화를 걸어 오는 이용자를 확보하는 요령은, 실제로 그를 만나지 않으면서도 그가 바야흐로 환상 속의 여인을 직접 만나게 될 찰나에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만드는 일이다.
어떤 아름다운 여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언젠가는 그녀와 실제로 만나게 되리라고 믿기 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게 된다면 아마 놀라 자빠지게 될 겁니다. (...)
가슨 캐닌(1974)은 거기에 들르는 고객이 어떤 영화배우와 섹스를 한다는 자신의 환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곳으로서, 매(Mae)의 것이라고 불렸던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갈보집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매춘부들은 그 당시 우상으로 여겨지는 배우들과 얼마나 닮았는가 하는 점을 기준으로 선발되었고, '복장과 태도도 비슷하게 보이도록 분장되었으며,' 그 실제 배우의 인생과 배경, 대화를 나눌 때의 말씨, 그리고 목소리가 지니고 있는 음색 등에 대한 정보를 귀띔받기도 했다. 캐닌이 감독을 맡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는 자들>이라는 영화에 캐롤 롬바드가 출연하고 있었고, 비록 그녀는 행복에 차서 클라크 게이블과 결혼했지만 캐닌은 그녀에게 '홀딱 반해 버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롬바드와 똑같이 닮은 여자에 대한 환상을 매의 집에서 충족시키게 되었으며, 그 경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그녀를 내곁에 데려다 앉혔고, 우리는 오랜 기간 동안 이야기를 주고 받았죠. 그녀는 내 생각을 마음에 들어했죠. 그녀는 클라크와 헤어지는 걸 생각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녀가 현명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내 생각을 말해주었죠. 그녀는 자신의 스위트룸에 올라가서 자녁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녀와 함께 보낸 그 나머지 시간은 처음에는 장려한 총천연색 영화였다가, 점점 흐릿하게 초점이 맞지 않다가 다시 느린 동작으로 재생되는 꿈과도 같은 것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나는 '진짜 캐롤에게' 매의 집에 갔었던 일과, 거기서 '닮은꼴 캐롤'과 마주치게 되엇던 것에 대하여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이야기를 해주었죠. 구두점을 찍듯이 내설명을 이따금씩 중단시킨 것은 폭소를 터뜨리다 못해 비명을 질러대는 듯한 캐롤의 웃음소리였습니다. "... 기다려요. 클라크에게는 내가 이야길 해줄 거니까 말이에요! 이런 아냐. 이야길 해주지 않는 게 더 낫겠어요. 그이도 거길 찾아갈 것 같으니까요!"
게이블이 진짜 아내인 자신과 즐기는 것보다 자기 아내의 흉내를 내고 있는 매춘부와 즐기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쪽을 선호할 수도 있다는 롬바드의 우려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동등한 위치에서의 친밀한 관계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단 시간 동안의 성적인 욕구, 그리고 단시간 동안의 감정적인 욕구까지도 욕망을 상호 교환하는 것에 대가를 치름으로써 충족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진짜 대상물과 비교할 때, 그것은 패스트 푸드 만큼이나 내용이 뻔하고 느끼할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대량 생산된 친밀감은 특정한 한 벌의 욕구들을 채워준다. 그것은 균형잡힌 식사와 함께 유용하며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시작이 주는 흥분, 그리고 익히 잘 알고 있는 것의 편안함이 주는 무난함, 이 두 가지 모두를 맛본다는 환상은 문화민속학에서 공통적인 주제가 된다. 아리스토파네스의 그리스 희극에서 시작되어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으로, 거기서 다시 오늘날의 영화 <밥과 캐롤과 테드와 앨리스>에 이르기까지 드러나는 공통적인 주제는 우연에 의한, 또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짝이 뒤바뀐다는 것이다.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제는 일관되게 남아 있다.(...)
폰섹스의 환상은 텔레비전이나 잡지 광고, 그리고 다른 문화적 이미지들을 형성해 내는 바로 그 힘에 의해 형성된다. 이 이미지들은 생활 양식, 나이, 계급 같은 공통분모와 시장을 찾아내고 있는 평등화 과정 속에서 생산된다. 대량 판매는 여성과 구별되는 존재로서의 현대 남성들이 지니고 있는 예측 가능한 본성을, 그리고 공통의 주제들을 통하여 인구통계학적 이해 관계에 의해 뭉쳐져 있는 각 집단의 사람들이 동일시될 수 있으며,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잇다는 생각을 먹이로 삼고 있는 야수와 마찬가지이다. 그 점이 바로 폰섹스가 효력을 발휘하게 되는 이유인데, 그 까닭은 어떤 단일한 포르노그라피 이미지가 큰 규모의, 동일시할 수 있는 그리고 영향을 줄 수 있는 모집단의 부분에 호소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이용자가 광고에 자기 마음에 드는 이미지가 실린 것을 보게 되었을 대, 그는 광범위한 측면에서 자신이 예상하는 바를 교환원에게 옮겨 놓을 수 있기 때문에 교환원은 그 광고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도 창조된 인물을 나름대로 해석하여 묘사해 낼 수 있는 것이다. 한 정보제공사가 내게 말했던 바 그대로이다. "나는 그들이 원했던 것은 뭐든지 다 해주니까. 그들은 내게 요구할 필요조차도 없지요."
--- pp 225~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