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믿고 실천하고 싶은 삶의 원칙들은 사실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내면에 지니고 있는 겸양의 마음, 측은지심, 염치 같은 기본 덕목들이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깃들인 삶을 꿈꿉니다. 욕심을 조금 더 내자면, 올바를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냉철한 현실 인식 능력을 지닐 수 있기를, 그리고 이를 일상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힘들고 어렵고 외롭고 가난한 이웃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나누는 적극적인 교감의 능력도 꼭 가졌으면 합니다. 교육감으로서는 ‘소통, 공감, 평등, 평화’ 같은 가치들이 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 마음속에 삶의 원리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머리말」중에서
교육 현장에 싱싱한 생명의 기운이 흐르게 함으로써 교육의 행복한 미래를 여는, 교육 패러다임 변혁의 지향과 과정을 아우르는 개념이 바로 ‘혁신교육’입니다. 혁신교육은 한국 교육의 질곡에서 벗어나 공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교육, 평화적이고 더불어 행복한 학교 문화를 꿈꾸는 교육입니다. 혁신교육은 행복한 배움을 통해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자기 가능성을 실현하는 교육입니다. 창조적 상상력과 존중ㆍ배려의 능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삶을 개척함은 물론이고 온 인류의 발전과 평화에도 기여하는 학생을 길러 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혁신교육은 교육 운동의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민주화와 개혁의 동력을 만들어 가는 사회 운동이자 문화 운동이기도 합니다. ---「혁신교육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도전」중에서
효용과 가치가 조화와 균형을 이룬 교육이 좋은 교육입니다. 어느 한쪽만이 강조되면 균형이 깨지고 개인과 사회의 분열이 일어납니다. 미국의 제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는 “생활을 꾸려 가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교육, 이 두 가지를 똑같이 중요하게 가르치는 교육이 좋은 교육”이라고 했습니다. 쓸모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과 가치를 중심에 두는 교육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교육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중에서
무상급식은 단순히 아이들에게 밥 한 끼 공짜로 먹이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하고 우리 모두의 삶의 질 향상을 사회적으로 책임지는 과정을 통해, 양극화가 빚어낸 사회적ㆍ경제적 불평등이 촉발한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사회 통합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안전 운행을 위한 기본 품목인 안전벨트일 뿐, 첨단 안전장치나 에어백 같은 선택 품목이 아닙니다. 무상급식 정책은 사회 전반의 복지 시스템의 전환을 이끌어 낼 소중한 기회로 여겨져야 합니다. ---「복지는 정쟁의 대상이 아닙니다」중에서
학생인권과 교권은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지켜져야 할 소중한 권리입니다. 교권의 보호가 곧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교권이 더 이상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상습적으로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교사의 정당한 교육적 지도에 불응하는 학생에게는, 행동의 원인을 살피는 세심한 돌봄과 함께 민주적 절차에 근거한 단호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이제 학생인권에 반하는 구시대적인 교권을 뒤로하고, 시대상을 반영한 새로운 교권을 확립해야 할 때입니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권리입니다」중에서
아이들 사회에서 발생하는 편견과 차별, 그리고 그것이 낳는 왕따와 폭력 등은 어쩌면 우리 어른들 사회의 축소판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혹시 합의되거나 검증되지도 않은 기준을 잣대로 사람의 우열을 가르는 사회인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적, 재산, 성별, 직종, 심지어 용모나 출신 지역으로 사람을 줄 세우고 우열을 가리지는 않았는지, 그 와중에 잉여 또는 열등으로 분류되어 억울한 일을 겪은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분노에 찬 외침에 귀를 닫은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즐거움과 행복이 혹시 이웃의 고통과 불행을 담보로 한 것은 아닌지 모두가 진지하게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거듭 듭니다. ---「편견과 차별, 왕따와 폭력」중에서
2009년 이후 교육감 직선제를 통해 교육자치가 이루어 낸 우리 교육의 변화는 이전에 결코 볼 수 없던 것들이었습니다. 한국 교육의 기존 패러다임을 흔들었고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널리 알렸습니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새로운 학교를 만들었고, 무상급식이 ‘시혜’가 아니라 보편적 ‘복지’의 일환임을 알렸습니다. ‘교육’과 ‘입시’가 동의어인 이 나라에서 혁신학교, 학생인권 같은 ‘낯선’ 개념을 국민적 의제로 만들어 내었습니다. 학교와 교사, 학부모들 위에 군림해 온 권위주의와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참여와 자치의 민주적인 행정, 청렴 행정으로 교육행정을 바꾸어 왔습니다. ---「교육감 직선제와 교육자치」중에서
교육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현실 교육에서 국가 경쟁력과 교육의 본질, 그리고 개인과 집단의 이해를 함께 만족시키는 길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간절하게 변화를 원하면서도 그것이 가져올 갈등과 혼란을 우려하여 관성대로 흘러가도록 놓아 둘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가치를 생각하는 교육의 실현이 필요한 것이고, 그것을 밑받침하는 책임 교육이 필요합니다.
가치를 생각하는 교육이란 교육을 대상화해 왔던 비교육적인 철학을 극복하는 것을 뜻합니다. 교육의 목적을 교육 자체에 두지 않고 교육을 수단으로 삼아 온 과거 지향적인 철학을 지양해야 합니다. 또, 책임 교육이란 교육가족이 혼연일체가 되어, 자라나는 학생들을 자기 아이처럼 여기고 성장에 따르는 아픔과 고통까지 함께 책임지는 교육입니다.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교육」중에서
혁신학교는 ‘교육의 본질’이라는 잣대로 우리 교육의 한계와 문제점을 꼼꼼하게 살피고, 교육 공동체의 건강한 자발성에 힘입어 ‘새롭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공교육을 살려 내자는 것입니다. 따라서, 혁신학교는 단순히 제도나 정책에 관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교육의 체질과 문화를 근본부터 새롭게 하자는 교육문화 운동이어야 합니다. 일반 국민이 교육과 관련하여 느끼는 고통을 살피는 섬세한 더듬이가 있어야 하고, 버겁더라도 수월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횡적 역량 구축을 통한 협력 및 네트워크의 힘을 보여 주는 새로운 교육적 질서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나아가, 교사와 교사가 서로 배우고, 학교와 학교가 서로 돕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교사, 학부모, 학생, 그리고 교육청 간에 신뢰의 문화를 창조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혁신학교에서 보낸 하루」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