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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샘물 드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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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샘물 드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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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3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09쪽 | 350g | 153*225*20mm
ISBN13 9788958242987
ISBN10 8958242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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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이 보인다. 철길에는 무모할 만큼 용감하게 떠나던 열네 살 소녀가 있다. 나는 달리는 기차를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고향을 떠나야 한다는 결심을 굳혔다. 나를 키워 줄 수 있는 땅은 철길을 따라 더 멀리 가는 곳, 더 큰 도시라고 생각했다. 가야에 기차역이 생기면서부터 함안은 구읍이 되었다. 나는 가끔 함안역으로 달려가 개나리 울타리 사이로 역사 안을 훔쳐보면서 마산으로 떠나는 계획을 세우곤 했다. …
기차역은 내 삶의 고비마다 등장하여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개나리 울타리를 넘던 날」중에서

백인이 생태 연구차 아프리카에 갔다. 현지에 도착하여 짐도 날라야 하고 여러 가지 현지인들의 도움이 필요하여 셀파를 고용했다. 그들은 삼 일 동안 밀림 속을 강행군하였다. 아무 말 없이 행군에 참여하던 원주민들이 더는 가지 않겠다고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았다. 백인은 마음도 급하고 꼼짝을 하지 않는 원주민이 원망스럽기도 하여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그들의 대답이 “우리는 삼 일 동안 내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빨리 왔으니 영혼이 따라올 동안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내 영혼은 지금 어디쯤 왔을까」중에서

비바람이 분다. 사람들이 바람 속으로 뛰기 시작한다. 바람의 속도보다 빠르게 달려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들은 납세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한 모범적인 국민. 아내와 자식을 지키기 위하여 열심히 살아 온 가장. 우리에게는 더없이 친절한 이웃이다. 무엇이 그들을 하루아침에 유랑민으로 만들었을까. 그들의 성은 노씨, 이름은 숙자.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그들의 족보를 바꾸고 남자를 여자로 성전환도 시킨다. ‘밥 퍼’ 급식소 국솥에서 바람이 지나가면 노씨 집성촌 사람들의 행렬이 시작된다. 그들은 한 끼의 식사로 내일의 출구를 기다리며 까치발로 해바라기를 한다. ---「지나가는 바람」중에서

아버지는 밤을 새다시피 끙끙 앓는다. 할아버지가 어머니 방에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어머니의 신혼 방에는 독수공방이 아니라 아기씨가 들어온다. 시누이를 감시자로 세운 셈이다. …
어머니는 무슨 꿈을 꾸고 있었을까. 아버지가 샘물을 드므에 가득 채운 뒤 지게를 한쪽에 세워 놓았다. 그리고 아내 등 뒤에 와서 가만히 껴안는다. 화들짝 놀라는 아내에게 분가할 때까지 조금만 참자고 다독이는 모습도 보인다. 나는 행복해하는 어머니의 꿈이 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함께한 세월이 십 년을 채우지 못했다. 저승과 이승에서 육갑을 넘겨 삼 년이 더 지나서야 만났다. 그 긴 세월에 이별과 기다림도 한순간에 지나간다. ---「꿈의 샘물 드므」중에서

점심시간이다. 교실로 들어가는 복도 끝에서 누가 찾아왔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급히 복도로 나와 보았다. 소녀는 저만치 출입구 쪽에 서 있는 생소한 청년을 향해 걸어갔다. 청년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럴 리가 없는데 혹시 그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청년에게서 육 년 전 코 밑에 솜털이 하늘거리던 중1 학생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어느덧 솜털이 수염으로 변하여 면도한 얼굴이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 같다.
우리는 한 치 앞의 일을 장담할 수 있을까. … ---「지금 어쩌라고」중에서

등록금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하였다. 기차에 오를 때에도 이상이 없었는데 언제 쓰리(도둑)를 맞았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다 큰 처녀가 창피한 줄도 모르고 울기 시작하였다.… 나는 너무 울어 머리가 띵하여 눈은 바보처럼 초점을 잃었다.
사천역을 지나면서 내 앞으로 낯선 청년이 다가왔다. 어떤 사람이 아가씨에게 전해 주라고 해서 왔다고 한다. 청년은 어디서 보았는지 낯이 익었다. 함안역에서 본 것 같기도 하였다. 신문지에 싼 뭉치를 펴 보니 돈도 있고 쪽지가 있다. 쪽지의 내용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기가 막혔다. “재수 없다. 쪼대 가시나야, 울지 마라. 더럽고 치사해서 너 돈 도로 준다.” 등록금을 되찾았다. 급하게 갈겨 쓴 글씨를 보면서 기뻐할 수 없었다. 거지가 되어 동냥을 받은 기분이다. 앞자리에 앉은 할머니는 다행이라며 청년이 사라진 쪽을 보면서 연신 “아이고, 부처님 고맙습니다.” 중얼거리며 합장을 한다. 나는 할머니의 익살스런 모습 때문에 웃음을 참아야 했다.
어쩌면 물건을 전해 준 그 청년이 도둑이 아닐까. …
도둑에게도 자격증이 있다면 당신은 자격 미달입니다.
---「당신은 자격 미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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