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 생활 15년 차에 처음 논설위원이 된 이후 15년 가까이 칼럼, 사설 등을 정기적으로 집필한 경험이 있습니다. 내 글이 사회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폐를 끼치지는 말자고, 다툼을 증폭시키지는 말자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나보다 나은 이들, 특히 앞서 살다 간 분들이 남긴 좋은 말들을 많이 접하고자 했습니다. 이 책의 대부분은 그 과정에서 얻은 결과물입니다. 명언집은 세상에 이미 많이 나와 있고, 인터넷상에는 훨씬 더 많은 금언과 격언, 속담들이 돌아다닙니다. 비슷한 책, 비슷한 모음집이라면 구태여 더 보탤 까닭이 없습니다. 진부하거나 식상한 것들은 빼고 ‘명언 중의 명언’만 고르고 싶었고, 되도록 내면의 울림에 호소하는 문구들로 상차림을 하고 싶었습니다. ---「프롤로그」중에서
“나는 자신을 동정하는 야생동물을 보지 못했다. 얼어죽어 나무에서 떨어지는 작은 새조차도 자신을 동정하지 않는다. I never saw a wild thing sorry for itself. A small bird will drop frozen dead from a bough without ever having felt sorry for itself.” 힘들거나 지쳤을 때, 그래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정당화하고 보상하고픈 유혹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때 읽으면 마치 찬물을 뒤집어쓰는 느낌이다. 자기 연민은 인간의 특권이다. 사람만이 어제를 회상하고 내일을 걱정한다. 스스로를 다독일 줄 안다. 야생동물인 작은 새는 다르다. 꽁꽁 얼어 마침내 나뭇가지를 움켜쥔 네 발가락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땅으로 떨어지지만, 자신을 동정하지 않는다. 자기 연민에 기대고 싶을 때, 동사(凍死)한 작은 새를 떠올리며 거꾸로 용기를 얻는 것은 왜일까. --- p. 13
“천지는 어질지 않다.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 성인도 어질지 않다. 백성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하늘과 땅, 즉 세상은 어떤 의도를 갖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선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악하지도 않다. 그냥 있는 그대로, 생긴 그대로 돌아갈 뿐이다. 인간은 그렇게 무심하게 움직이는 천지에 대고 일희일비하거나 앙앙불락한다. 긴 가뭄 끝에 비가 오면 하늘이 고맙다 하고, 홍수가 나 큰 피해가 나면 하늘이 가혹하다고 한다. 다 착각이요 쓸모없는 짓이다. 천지의 선의에 기댈 시간이면 차라리 인간으로서 할 바를 더 열심히 하는 것이 백번 낫다. --- p. 41
“작은 선은 큰 악을 닮고, 큰 선은 비정함을 닮았다. 小善は大惡に似たり, 大善は非情に似たり.” 이 한 마디에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인생관이 집약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조 엔이 넘는 부채에 허덕이다 2010년 상장폐지된 JAL의 회장직을 맡게 된 이나모리 가즈오는 불과 2년 8개월 만에 도쿄증권거래소에 다시 상장시켰다. 극적인 부활에 성공한 것이다. 직원 30퍼센트 감축, 적자노선 철수, 항공기 기종 축소, 자회사 매각 등 피눈물나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덕분이었다. 물론 무조건 줄이기만 한 게 아니다. --- p. 61
“눈이 제일 게으르다” 큰 과제나 일거리를 앞두고 꾀가 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다. 모내기든 김매기든 너른 땅을 눈으로 살피며 좀체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럴 때마다 농부 어르신은 “눈이 제일 게으르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일을 시작하셨다. 신기하게도 언제 다 하지 싶던 일은 시간이 흐를수록 진도가 오르고, 마침내 생각보다 빨리 끝나곤 했다. 결국 핵심은 눈이 아니라 손발, 걱정이 아니라 행동이었던 것이다.
--- p. 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