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쓰로는 무는 버릇이 있다. 고양이가 애교로 살짝 무는 정도에 지나지 않긴 하지만, 절정에 달한 순간만은 제어가 되지 않는지 다쓰로의 이와 이 사이로 날카로운 아픔이 지나간다. 물론 내가 느끼는 아픔이다. 나는 움찔하여 몸을 뒤로 젖히고 이때라는 듯이 신음을 토한다. 그 한곳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매달리듯이 그렇게 한다. 언제까지나 그곳에 다쓰로의 이와 이를 느끼며 있고 싶다. 그러나 다음 순간, 땀으로 촉촉해진 피부에 소름이 돋으며 절정에 이른 다쓰로는 “아.” 혹은 “우.” 같은 소리를 내면서 사정을 하고, 내 밑에서 축 퍼져 움직이지 않는다.
샤워기로 피부에 묻은 젤을 씻어 내면서 보니, 종아리 뒤쪽에 선명하게 다쓰로의 잇자국이 남아 있다.
얼핏 보면 덧니로 착각하기 쉬울 만큼 큰 송곳니. 뾰족하게 팬 그 자리에는 희미하게 피도 배어 있다. 나는 이 아픔을, 이 핏자국을, 이 흉터를 언제까지나 이렇게 새겨 두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란다. --pp.7-8
“뭐야, 이거, 악, 너무 반가워! 엄청 옛날 건데……. 그래도 기억나, 기억나. 이 책받침은 초등학교 1, 2학년 때 건가? 정말 좋아했는데. 봐, 이 그림 속 여자아이가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지? 어린아이가 발칙하다고 아빠한테 압수당했어. 이 양말은 보라색 리본이 불량스럽다고, 이 도시락 보자기는 딸기 색깔이 천박하다고 압수. 사과하고 멜론은 통과이지만, 딸기와 레몬은 아웃이라는 둥 알 수 없는 기준이 여러 가지 있었어. 아, 반가워라.”
“그렇지? 나도 봐, 이거, 이 지우개. 얼핏 봐서는 트집 잡을 게 전혀 없는 평범한 갈색 지우개잖아? 그런데 초콜릿 냄새가 나. 엄마는 살 때 미처 몰랐다는데, 하나가 냄새를 맡고 아버지한테 일렀어.”
“나도 봐, 이 공책…… 엄마는 오케이였는데, 여기 조그맣게 하트 그림이 있는 걸 아빠한테 들켜서, 십 년은 이르다고 바로 압수. 아무래도 하트 무늬나 물방울무늬에는 아빠의 신경을 거스르는 요소가 있었던 것 같아.”
“이거, 이거. 이것 좀 봐, 우리 반 여자아이에게 받은 시험 부적이야. 이런 걸 갖고 있으면 되레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아버지란 사람이 이런 것까지 빼앗았다니까.”
“피도 눈물도 없었지. 난 이 토끼 마스코트 인형, 전학 가는 친구에게 이별 선물로 받았는데, 가방에 다는 순간 압수당했어. 개나 고양이면 몰라도 토끼는 교태를 부리는 거라나 뭐라나.”
“교태라…… 아, 토끼는 귀가 길고 눈이 빨가니까.” --pp.58-59
끝없이 토했다. 위 속의 내용물이 모두 올라왔다. 방금 먹은 오징어도, 어젯밤의 술도 음식도, 어쩌면 어제 낮에 먹은 B 정식까지 역류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는 격렬하게 모든 것을 토해 냈다. 토하고 또 토하길 한참 반복하여 겨우 속을 다 비우고 나서 얼굴을 들자, 해가 구름에 어렴풋이 가려 무지개 같은 무리가 져 있었다. 그 광채의 아름다움과 마치 축복처럼 느껴지는 성스러움에 감동하여 젖은 눈동자를 크게 뜨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갑자기, 그렇지만 분명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의미를 깨달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해도 나 자신은 이 세상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여도 나 자신은 아무 데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건 내가 아버지의 딸인 탓도 아니고, 야스의 손녀인 탓도 아니고, 사토미 씨의 자손인 탓도 아니고, 나 자신 탓도 아니고, 대체로 산다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의 딸이건, 어떤 피를 이어받았건, 젖건 젖지 않건, 오징어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사람은 똑같이 고독하고 인생은 진흙탕이다. 사랑하고 또 사랑해도 사랑받지 못하기도 하고,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여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기도 하고.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어서 생명이 있는 한 누구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
--pp.22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