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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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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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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72g | 153*225*20mm
ISBN13 9791189205881
ISBN10 1189205882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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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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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웠을 뿐인데 아무도 없었다.
이파리며 물소리가 산 그림자 속으로 돌아가고
내가 알던 이름들이 몇 개인가 반딧불로 떠돌았다.
여남은 선심을 베풀듯 흐릿한 잔광을 비추는 길이
퇴화된 촉수로 더듬대는 내 걸음을 데리고 갈 뿐
임차한 주거를 찾아오는 동안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입을 다문 담장과 대문들에 격리되어 지나오며 나 또한
오장육부 익숙해진 호흡으로 주위를 폐쇄했다.
아침나절 잠시 간밤의 환기를 위해 폐부를 열었던
진종일 자폐한 방 안, 시계며 책들이 낯선 목소리로
변질되어 돌아온 내게 작별의 인사를 준비하며 있고
애당초 만나지 않았으니 슬픔일 수 없는 이별이
망각의 검은 그림자를 지붕까지 내리고 있었다.
하늘의 전등을 켜고 싶었지만 내 권능 밖의 일
어두워졌을 뿐인데, 이어져 널린 시간을 따라왔을 뿐인데
안에서는 밖을 향해 바깥은 또 안을 향해
겹겹의 빗장을 걸고 있는 저녁, 이 허방을 향하여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않는 한밤이 오고 있다.
---「어두운 저녁」중에서

입춘이 지나가도 봄은 오지 않았다.
추위에 주눅 든 세상의 살점을 야금야금 갉으며
보이지 않는 이빨들이 횡행하기도 했다. 기다리자
안간힘을 다해가며 집들은 서로를 붙들고 구도를 지켰으나
그뿐, 욕망의 비린내에 취한 박쥐들이 배양한 흡혈의 떼거리가
골목마다 불안한 밤을 퍼덕이기 시작했다. 할렐루야
폐부를 뜯긴 채 내몰린 숙주들이 복음이라도 전하듯
새로운 숙주를 전파하며 현기증으로 도는 봄날
부끄러운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고 저들은
우수 춘분 진창을 첨벙대며 어디로 가는 걸까.
얼굴도 거진 삭아 가릴 것도 없는 내가
묵은 지층 위에 널린 햇살의 잔해를 깔고 앉아
아직도 올려다볼 하늘이 있는 건지 중얼거리고
갈 데까지 가보자, 자욱한 안개의 비린내를 헤집고
퇴화된 동공을 누가 보낸 전파가 송곳마냥 찔러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어김없이 누군가의 바이러스야.
잔인한 미소를 흘리며 허공이 까마득히 멀어져 가고 있다
---「입춘기立春記」중에서

세상에서 퇴출된 내가 아직 거기 근무 중인 당신과 통화를 한다.

멈추거나 뒷걸음질하는 건 죽음이에요. 분리대를 넘기 전엔 속도를 맞춰가며 앞으로만 가야 해요.

나는 시간의 굴곡을 걸어서 온 사람, 바퀴들의 언어를 알 수도 없었고 지나가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길을 이미 아는 까닭에 북극으로 떠날 채비를 서둘러야 했다.

돌아보지 마세요. 환영幻影에 집착하는 눈알들은 도태되고 말거에요.

애당초 눈먼 내게 뒤돌아볼 거울이 있을 리가 없지만, 회춘을 꿈꾸는 누구도 복원의 시점을 대답할 수 없으므로, 하느님의 시계가 거꾸로 돌지 않는다는 건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앞서간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바퀴들의 영역을 벗어나 전파가 잘 닿지 않는 산기슭에 접어들자 무수한 발자국의 지문이 화석 된 산길이 저 혼자 황당하게 누워 있다.
동지 지나 땅 밑에는 청미루 뿌리들이 하나둘씩 새움으로 지등紙燈을 건다는데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 눈들만 모여 사는 산 골 어디 백골 같은 산막山幕으로 숨어야 하는데

상관없이, 언제나 한결같은 하느님의 시계는 바늘에 나를 얹고 알 수 없는 어디를 향해 무심히 앞으로만 가는 중이다.
---「하느님의 시계」중에서

적막을 한입 물고 기다리던 새는 날아갔다.
(뱃속에 가둔 종자를 받아줄 땅이 여긴 없어)
마당귀에 갇혀 있던 어둠이 안개로 풀어져
작은 집을 송두리째 격리시키고, 이슥한 밤이 다가와
애증이 배제된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린다.
(오늘 밤 새는 모르는 골목 어디서 죽을 것이다)

아침이면 부활한 울음이 죽은 제 몸뚱아리를 물고
낯선 문간을 이리저리 기웃거리겠지만 세상에는
하늘의 숨구멍 같은 꽃밭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알아버린 새는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며
잡초보다 질긴 자궁으로 배양되어 문간마다 걸린
축객의 불빛들을 녹여낼 수 있을지, 제 속에 품어
한 무더기 새끼로 잉태할 수 있을지

대낮마냥 불 밝힌 도심都心에서 퇴출당한 어둠이
골목마다 밀려들어 한 번 더 빗장을 지르고
집들은 꿈에서도 이빨 가는 연습에 골몰하여
악착스레 지번을 붙들고 한밤을 빛낸다
존재하는 것들의 합창은 아름답고 장엄하다.

까맣게 착색된 공기에 변질된 외등의 빛살 아래
실뿌리며 잎이며 한 번도 연주되지 못한 종자들의 악보가
분리수거를 기다리는 봉투 속에 미련을 포갠 채 누워 있고
어디선가 지상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새소리가
유폐된 마당귀에 졸고 있는 술잔을 흔들고 지나간다.
무시로 되풀이되는 풍경을 별들도 그냥 지나친 뒤
차거운 미풍 한 줄 스쳐 가다 잠시 주정을 흘린다.

(오늘 밤 죽은 것은 새가 아닐 것이다)
---「새가 날아간 밤」중에서

염천에 바다가 끓자 집단으로 폐사된 것들이
누구네 한숨 덩어리로 떠도는 바닷가에 앉아 소주를 마셨다.

삼류시인의 잔이 삼류가락으로 선창을 읊었다
하늘도 바다 어디도 헐벗은 이의 주主는 없었다.

(자유는 사치야…) 해풍 한 줄 내 잔을 스치며 볼을 슬쩍 꼬집었다
(그냥 넘어, 시시한 인간의 줄임말이 시인이야)

허드레 생을 받은 전생의 죄업들이
허드레 장의를 기다리는 오뉴월의 진풍경.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고귀함은 동등하거늘
(꿈 깨라…) 후렴을 듣는 메뉴판이 히죽거렸다.
(비늘이나 속살 따라 제각각 값인 건 불문의 법이었어)

평등 혹은 자유의 입술들에 수없이 지문 받은 술잔들 쪽으로
장의를 재촉하던 바다가 다시 한번 전음을 보내왔다

(측은해, 이 불완전의 완전을 모두가 끄덕이게 될 즈음
거역에 도취한 저 잔 하나 맨 먼저 도태될 것 같아)

나무 그늘에서 곡哭을 마친 매미가 한마디 거들었다
(소멸하든 다시 태어나든 우주의 질량은 변함이 없는 거야)
---「한여름 날의 대화」중에서

봄날은 갈수록 재채기가 심해진다.

너무 일찍 내밀었다 푸르딩딩 얼어버린
새싹들 볼을 보고 거봐 거봐 촐싹대다
나도 몰래 감염되어 재채기를 하고

바람할미 상 치운 지 한참 지난 추녀 밑에
저 혼자 자지러지는 풍경 소리에도 재채기를 하고
녹슨 비늘로 가없는 허공 물살을 건너 물고기야
어디로 가려느냐, 꽃이 되지 못한 꽃들이 잠든 바다를 깨워
어느 섬 자락에 너울치게 하려느냐, 재채기를 하고

갈 테면 혼자 가라 나는 오래 떠돌다 돌아온 사람
헤진 생각 몇 조각 봇짐 메고 낯익은 지번地番을 찾아와
사라지고 없는 문패들을 더듬어 골목길을 얼쩡거리는
갈 데 없는 이방異邦의 바람 한 줄.

개돼지 혓바닥도 꽃무늬로 나풀대는 춘삼월은
부끄러워 가린 눈물 콧물로 재채기를 하며 지나가고
표정도 없이 그저 가는 뒤통수에 대고 꺼이꺼이
저주의 울음 같은, 또 재채기를 하고
---「봄날 재채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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