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책을 일본 유학시절에 처음 만났습니다. 외로움과 괴로움이 범벅일 즈음, 교토(京都)의 뒷골목 서점에서 혼자 키득거리며 봤던 기억이 납니다. 제 얘기를 하는 것 같아 돼지에게 더 공감이 갔고, 읽으면서 제 마음의 고통도 덜어지는 듯했습니다. 고달픈 유학시절을 달래주고 견딜 수 있게 해준 책이었죠.
이 책 [부처와 돼지]는 우리들 중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책장을 열고 만화라며 결코 얕볼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부처님께 듣고 싶은 삶의 지혜와 불교의 핵심을 말해줍니다. 삶이 왜 고달픈지, 행복과 불행의 원인은 무엇인지, 그 원인을 찾아가는 마음의 책입니다.
익살스런 그림과 그에 맞는 스토리를 하나하나 읽어갈수록 여러분은 분명 제가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그 진가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곁에 두고 읽고 또 읽기 바랍니다. 어느 페이지를 열더라도 선(禪)의 세계가 펼쳐지고, 그때마다 당신의 생각 또한 활짝 열릴 테니까요.
- 원영스님 (BBS [좋은 아침, 원영입니다] 진행자/ 청룡암 주지)
우리 사는 세상은 불타는 집과 같고, 태어나는 모든 생명은 고(苦)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린다고 합니다. 부대끼며 살다 보면 일견 맞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네 삶은 고통뿐일까요. 아닙니다. 삶이 고통의 연속이라면 생로병사의 삶을 악착같이 살아갈 필요가 없겠지요. 우리에게는 행복과 자유가 있습니다. 마음이 오염되어 그 행복과 자유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부처님도 처음에는 영원한 행복과 자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혹독한 구도의 여정 끝에 보리수 아래서 새벽별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기이하고 기이하구나. 일체중생이 모두 여래와 같은 지혜덕상이 있건마는 분별망상으로 깨닫지 못하는구나.”
이 말씀이 불교의 시작입니다. 부처님이 인류에 주신 최대의 선물이었습니다. 사람마다 무한한 능력이 있음을 지구라는 별에서 선포한 사람은 부처님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렇듯 부처님은 우리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고, 우리가 사는 이 땅이 지옥이 아니라 정토라는 것을 알렸습니다.
그렇다면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는 무엇일까요. 바로 중도(中道)입니다. 중도는 상극을 모두 버리는 것입니다. 선과 악, 있음과 없음, 옳음과 그름, 괴로움과 즐거움, 사랑과 미움, 그리고 너와 나를 모두 떠나는 것입니다. 서로 대립되는 양변을 떠나서 그 중간에도 머물지 않으면 중도를 이룰 수 있다고 했습니다.
중도의 세계를 깨닫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할까요. 마음속의 욕심과 성냄, 어리석음(三毒)을 닦아내야 합니다. 우리는 내 안의 마음속에 보화가 쌓였음에도 밖에서 잡철을 구하려고 합니다. 모든 진리는 자기 속에 구비되어 있습니다. 자기 밖에서 진리를 구하는 것은 바다 밖에서 물을 구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입니다.
[부처와 돼지]은 우리가 고통 속에 허우적거리는 중생이 아니라고 가만가만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행복한 존재들이고 이 땅이 천국이니 마음의 눈을 뜨자고 이야기합니다.
“달은 똑 같은데 물에 비친 달은 다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데, 아등바등거리면 마음이 흐려져 물에 비친 달 같은 자신밖에 볼 수 없게 된다.” (본문 중에서)
지은이는 어제에 매이지도 말고 내일을 걱정하지도 말라고 노래합니다. 허상과 껍데기를 깨뜨리고 자신의 진면목을 보자고 모두에게 제안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사는 세상은 날마다 좋은 날입니다.
- 김택근 (시인. 작가. 『성철평전』 『용성평전』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