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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부석사 관음상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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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부석사 관음상의 눈물

: 약탈당한 고려문화재와 대마도 왜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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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47쪽 | 633g | 153*224*22mm
ISBN13 9788996741787
ISBN10 8996741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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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전모가 밝혀진 1월 말부터 한국인 절도단에 의한 대마도 불상절도사건이 한일 양국의 언론에 일제히 보도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도난 문화재인 만큼 즉각 반환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도 외교채널을 통해 반환을 검토하는 모양새였다. 바로 이때 국내 여론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압수된 불상 중 적어도 관세음보살좌상만큼은 반환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1330년 서산 부석사에 봉안된 이 불상은 왜구(倭寇)에 의한 약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었다. --- pp.22-23

수백 년 전 약탈당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문화재가 절도범들에 의해 원소유국으로 되돌아온 사건이라는 점에서 대마도 불상 절도사건은 국제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희귀한 사건이다. 도난과 약탈(입증이 되었다면)이라는 두 가지 범죄가 얽힌 이 불상의 처리를 위해서 오늘날 참고할 수 있는 국제법의 규정이나 국제관행은 찾기 힘든 형편이다. 1970년 성립된 ‘유네스코 불법문화재 반환협약’은 1970년 이후에 도난이나 불법에 의해 반입된 문화재는 반환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협약에는 한국과 일본이 가입하고 있는 만큼 부석사 불상이 단순한 도난 문화재라면 한국은 유네스코 협약에 따라 불상을 반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부석사 불상이 약탈문화재라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오늘날 그리스, 터키, 이집트와 같은 나라들은 과거 수백 년 전 약탈된 문화재의 반환을 위해 꾸준히 투쟁을 벌이고 있고, 이 같은 약탈문화재 반환운동은 문화재 관련 학자들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호응을 이끌어 내며,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 pp.26-27

“한국인으로부터 감사하다는 말은 듣지 못할지언정… ‘약탈’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분노를 넘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조선에 교역을 하러 건너간 일본인들이 조선에서 벌어지는 불교탄압의 와중에 불상의 몰수나 파괴의 참상을 보다 못해 불타는 절에서 불상을 구출해 낸 것을 약탈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실례가 아닌가? 불상이 대마도에 오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마인들이 신앙의 대상으로 오랫동안 지켜 온 불상을 훔쳐가서 생떼를 쓰며 돌려주지 않고 있으니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라는 것을 재인식했다. 도둑질한 것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논리는 북조선에 의한 일본인 납치사건과 다를 바 없다.” 대마도 간논지(觀音寺) 전 주지 다나카 세쓰코(田中節孝) 씨가 대전지법의 불상 이전금지 가처분 판결을 내린 직후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 p.26

왜구는 오로지 약탈, 살상, 방화, 납치를 자행했던 집단인 만큼 왜구가 활동했던 당시 일본의 무로마치 막부 정부에도 용납될 수 없었던 불법적인 존재였다. 더구나 전시 약탈이 국제범죄로 확고히 정착된 오늘날, 역사적으로 수백 년간 집요하게 인접국을 침략하고 노략질했던 왜구는 평화스럽고 선진적인 이미지를 뒤집어쓴 오늘날의 일본인들에게 부담스럽고 곤란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분위기와 맞아떨어졌는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일본인 학자들의 ‘왜구 재해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왜구에 관한 자료 공백은 학자들의 역사 재해석을 용이하게 해 주었다. --- p.192

왜구의 정체를 논할 때 또 하나의 논란 점은 왜구의 활동내용이다. 왜구의 핵심은 약탈이며, 약탈의 과정에서 방화와 살인이 뒤따른다. 약탈의 대상은 미곡과 물건, 사람 등 돈이 되는 모든 것이다. 이러한 약탈물은 자체에서 소비되거나, 매각되었고, 특히 약탈물 중 훼손이 심해서 매각되지 못한 불상이나 불구는 신사나 사찰에 기증되기도 했을 것이다. 이같이 약탈물의 매각이나 기증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왜구가 상행위나 기증행위도 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 p.199

1419년 6월 6일 3군도체찰사 이종무(李從茂)는 병선 227척과 1만7,285인의 군사와 함께 65일간의 식량을 준비하여 거제도를 출발하여 아소만으로 향했다. 이것이 세종의 대마도 정벌, 즉 기해동정(己亥東征)이다. 아소만을 한 바퀴 돌며 수색한 조선군은 아소만 동쪽의 고부네코시(小船越) 등지에서 왜구 100여 명을 참수하고 2,000여 호의 가옥을 불태웠으며, 150여 명의 명나라 포로와 조선인을 찾아내는 전과를 올렸다. --- p.207

1592년 4월 소 요시토시가 이끄는 대마군대는 출병 제1진 고니시 유키나가의 군대에 편성되어 선두를 맡게 되었다. 5,000명 규모의 대마군대는 각 포구의 씨족집단을 단위로 동원되었는데, 최대다수는 소씨(宗氏)였고, 다음이 아히루(阿比留) 일족이었다 한다. 대마병사는 출병한 모든 일본 부대에 배치되었다. 그들은 선두에서 일본군대를 부산과 서울까지 인도했고 통역과 안내를 맡았다. 동원된 통역만 60명이었다 하는데, 모두 왜관 출신이었음은 물론이다. 300여 년 전 몽고군의 일본정벌을 반대했지만, 몽고의 강압으로 전쟁에 끌려들어가 침략군의 선두에 서야 했던 고려군의 처지와 비슷할 것이다. --- pp.246-247

폐번치현 이후 16대이자 최후의 대마번주 소 요시아키라(宗義達)는 1862년 16세에 번주가 된 지 10년 만에 대마번의 해체를 당한 비운의 도주였다. 그는 막말 유신기의 10년간의 결정적 시기에 배후세력인 막부
와 조선을 배신하면서 존왕양이파에 가담했지만, 결국은 유일한 자산인 왜관과 대마도 번사를 모두 잃고, 종국에는 600년 역사의 영주국 대마도가 청산되는 시기를 이끌었던 망국의 영주이기도 했다. 그는 1884년 화족령(華族令)에 의해 백작의 지위를 얻고 이후 도쿄에 거주하다 1902년 사망했다. --- p.297

대마번 폐지 후 대마도의 가치는 오직 제국주의 일본을 위한 요새로서의 역할에 두어졌으며,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통해 대마도의 요새화(要塞化)가 추진되었다. 1886년 이즈하라에 육군경비대가 설치된 데 이어 아소만 다케시키(竹敷)에는 해군 방비대가 설치되어 아소만 일대에 10여 개의 포대가 구축되었고, 1899년 게치(鷄知)에 대마요새 포병대대가 설치되어 해안 일대의 능선에 수개의 보루가 구축되어 섬 전체가 요새화되었다. 러·일전쟁을 앞둔 1900년에는 대마도 동서를 관통하는 만세키(萬關)인공 운하가 완공되어 러·일전쟁에서 일본 해군에 결정적 승리를 가져다주었다. --- pp.298-299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된 이후 의병활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조선 합병을 서두르던 일본 제국주의는 항일의병으로서 가장 규모가 크고 격렬한 홍주의병의 중심인물, 이른바 ‘홍주 9의사’와 항일의병의 거두 면암 최익현을 대마도에 유배했다. 핵심적이고 상징적인 항일의병들을 조선 민중과 효과적으로 차단시키기 위해 한일 양국 사이의 외딴섬 대마도가 선택된 것이다. --- p.302

조선과 대마도의 숙명적이고 끈질긴 관계는 조선의 마지막 왕녀 덕혜옹주(德惠翁主, 1912~1989)와 대마도주 소씨의 후계자 소 다케유키(宗武志)의 비극적인 결혼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망국의 왕실에 태어나
강요된 일본유학과 정신병 그리고 대마도주 후손과 결혼, 이어서 일본의 패전과 조선의 독립 직후 이혼, 나아가 그들 사이의 유일한 혈육인 딸(정혜)의 실종은 조선과 대마도의 파란만장했던 관계와 불행한 결별을 극적으로 상징하고 있는 듯하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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