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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 미친 조선의 지식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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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 미친 조선의 지식인들

: 유의열전

김남일 | 들녘 | 2011년 02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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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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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02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556g | 180*223*20mm
ISBN13 9788975278709
ISBN10 8975278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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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의 세계화를 이룬 유의 허준
허준은 할아버지가 무과출신으로 경상도우수사를 지냈고, 아버지도 무관으로 용천부사를 지냈다. 남부러울 데 없는 양반가문 출신임에도 그가 굳이 의학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시대적 상황으로 보아 그가 서얼이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가 한의학에 대한 탐구욕이 매우 큰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허준은 춘추전국시대부터 명나라까지 존재하였던 의학자들의 상이한 의학이론과 처방들을 자신의 견해에 따라 하나의 체계로 구성했다. 그는 어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알아야 할 의학이론을 질병명 뒤에 나열 설명하고 이를 감별해낼 수 있는 진맥법을 바로 다음으로 기록하고 그 뒤에 처방을 나열하며 끝에 단방(하나의 약물로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적은 것), 침구법, 양생법 등을 기록하는 형식을 취하여 이를 실현했다.

종두법으로 제세구민하고자 한 박제가와 이종인
두창 즉 천연두는 조선 후기 백성들을 가장 괴롭혔던 질환이다. 유의들을 중심으로 이 질환의 퇴치를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이 마련되었는데, 인두법의 시행이 바로 그것이다. 인두법은 18세기 말에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이때 실시되었다. 인두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가 두의법이다. 이는 곧 두진을 앓았던 아이의 속옷을 아직 두진에 걸리지 않은 아이에게 입혀서 두가 나오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비묘법이다. 이 방법은 다시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 즉 두장을 쓰거나 건두가설을 콧속에 불어넣는 것과 습두가를 솜에 싸서 콧속에 넣어 출두시키는 것이다. ……(중략) 실학자인 박제가는 1799년 『정시종두방』이라는 전문 서적을 입수했고, 정약용은 이듬해에 이를 참조하여 『마과회통』에 실었다. 1800년에 박제가가 경기도 포천에서 향리와 함께 향리의 아들, 관노의 아들, 그리고 박제가의 조카에게 정약용의 '종두법요지'에 따라서 인두법을 실시해 보았다. 이것이 기록으로 전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두법 실시이다. 서얼 출신인 박제가는 정조 연간에 규장각에 검서관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신진 학문에 대한 필요성을 깊이 인지한다. 그는 박지원, 이덕무, 유득공 등 북학파들과 사귀면서 학문의 본령을 경제지지에 두고 활동을 시작하여 상공업 장려, 신분차별 타파, 해외통상, 서양인 선교사의 초청, 과학기술교육의 진흥 등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제가는 국가의 부강이 백성들의 건강에 달려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의학연구에 매진했고, 이러한 그의 노력은 당시 사회적인 화두였던 ‘천연두 치료’라는 목표로 이어졌다. 그가 구성해낸 종두치료법은 포천의 의원 이종인에게 전해져 수많은 사람들의 인명을 구하게 되었다.

생활의학을 연구한 음식치료 전문의 전순의, 백과전서학파 이수광, 실학파의 여성유의 빙허각 이씨, 태교 전문가 사주당 이씨
빙허각 이씨(1759~1824)는 조선 후기에 활동한 여성 유의이다. 그는 당시 여성의 교육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던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모든 서적에 두루 통하여 이미 15세 때에 저술에 능했다고 한다. 이것은 아마도 그녀의 집안이 실학을 전업으로 한 집안이었다는 것과 관련이 깊을 것이다. ……(중략) 그녀는 1809년에 『규합총서』라는 여성용 백과사전을 편찬해내는데, 이것은 조선 후기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연구에 귀중한 참고자료가 된다. 이 책은 주식의, 봉임칙(바느질 방법), 산가락(농작과 원예, 가축치는 법), 청랑결(의학 관련 내용), 술수략(운수, 사주팔자 등 내용)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특히 청랑결의 부분에는 의학과 관련된 태교, 육아, 구급, 잡저 등 의학적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 내용들은 경험방과 구급방의 필요성에 어느 정도 부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사회적으로 여성들의 의학적 지식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은 여성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글로 기록되어 있어서 한글로 쓰인 의서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로 간주된다.
또 다른 여성 의학자로서 사주당 이씨(19세기)가 있다. 사주당 이씨는 태교 관련 지식을 집대성한 인물이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태교를 중시했다. 조선 초기에는 노중례가 왕명을 받아 1434년에 『태산요록』이라는 책을 만들어낸다. 이 책은 조선 초기에 태교관련 지식을 집대성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의 산물로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태교를 중요하게 여겼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후 400년 가까이 지난 후인 1821년 유경은 어머니인 사주당 이씨의 태교관련 원고를 모아 정리하여 『태교신기』를 저술한다. 민간에서 태교에 대한 지식을 정리한 것이다. ……(중략) 『태교신기』에서는 성교하여 임신하게 하는 시기 이전부터 태교를 염두에 두고 생활해야 할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태교가 부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남편에게도 중요한 과업임을 밝히고 있다. 태교와 함께 임신기간의 식습관과 약물 복용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어서 의서로서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여성 한의사들의 사회적 역할이 증대하고 있는 요즈음, 빙허각 이씨와 사주당 이씨는 현대 여성의료인의 귀감이라 할 것이다.

수의학, 법의학을 연구한 유의들
수의학과 법의학도 한의학에서 중요한 분야이다. 수의학에서 중요 연구 아이템으로 말, 소 등을 꼽은 것은 농경사회에서 중요한 운송수단이자 생산수단으로 경제적 가치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했던 것은 국가적 차원의 문제였다. 유학자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어 연구한 것도 이러한 국가사회적 이유가 가장 컸다고 할 수 있다.
법의학은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각종 살인, 자살 등의 사건에 대한 법의학적 판단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연구되었다. 각종 사건에 대해 법의학적 기준을 만든다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중요한 것이었다. 이에 조선시대에는 개국 초부터 국가의 기강확립이라는 차원에서 널리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현대에도 법의학이 국가를 뒤흔든 각종 살인사건에서 범인 검거에 맹활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를 이어 법의학을 연구한 구택규, 구윤명 부자
구택규(1693~1754)는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능성, 자는 성오, 호는 존제였다. 그의 아버지가 정제두의 문인이었다는 점으로 보아 그도 양명학에 조예가 깊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는 1714년 증광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검열이 된 후 삼사의 요직을 역임했고, 영조 때부터는 진주목사, 동래부사, 승지 등을 거쳤다. 그가 의학과 관련된 일을 시작한 것은 1744년 무렵 『속대전』의 편찬에 관여하면서부터이다. 그는 이때 『증수무원록』 편찬사업을 담당할 것을 명령받는데, 이것은 아마도 그가 당시 문신 가운데 법의학에 가장 조예가 깊었기 때문일 것이다. 『증수무원록』은 세종 때 간행된 『신주무원록』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그 체제를 많이 고치고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내용을 삭제한 뒤 우리 실정에 맞는 내용을 증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전들이나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이두로 구결을 붙여 놓고 있다. 이 책을 우리의 독자적인 법의학적 영역을 개척한 의서라고 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구택규의 『증수무원록』은 1792년에 한글로 토를 달고 주석을 첨가하여 『증수무원록언해』라는 이름으로 간행되어 구한말까지 살인사건에 대한 지침서이자 법률과 마찬가지로 적용되었다.
구윤명이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법의학적 지식을 발휘하게 된 것은 그의 말년인 정조 때이다. 부친 구택규가 지은 『증수무원록』의 실용성을 보다 강화하여 재편집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1796년에 만든 『증수무원록대전』은 부친의 서적 『증수무원록』에 문자와 방언에 주해를 첨가한 것이다. 이 책은 1796년에 간행된 후 철종 때인 1859년에 경상도, 전라도, 평안도 삼도에 명하여 인쇄되었고, 고종 때인 1890년에는 각 도에 명령하여 이 책을 인쇄하도록 했다. 이 책은 이렇듯 법의학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쓴 유일한 교과서로 수차례에 걸쳐 실용되었다. 심지어 갑오개혁으로 서구식 제도에 의한 재판소가 구성된 이후에도 이 책은 계속 채용되었다. 아마도 여기서 다루고 있는 내용과 수준이 서양의학에서 다루는 법의학 서적들에 비해 손색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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