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도 와 주세요 곤마리님!
도서1팀 경제경영/자기계발MD 양찬
책의 분류에도 시민권을 줄 수 있다면, '미니멀리즘'도 당당히 시민권을 주장해도 될 것 같다. 처음에는 맨바닥과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은 흰 벽이 충격을 줬지만, 심플 라이프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출간되면서 지금은 하나의 작은 장르로 자리잡은 기분이다. 크게는 다 같은 라이프스타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책마다 성별, 나이, 환경에 따라 디테일한 처방을 제시하면서 각자 필요한 독자들을 잘 찾아가고 있다. 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세세한 정리 팁이 빼곡한 책에서부터, 마음까지 비우는 훈련을 알려주는 책까지 있어서, 도서 목록을 볼 때마다 세상에는 비울 것도 많고, 줄일 것도 많다고 감탄한다.
나는 한때 1인가구로서 몇 달마다 이사를 거듭하던 적이 있었다. 도시를 옮길 때도 있고, 나라를 옮길 때도 있었다. 내 짐을 풀 곳이 집일 때도 있고, 방일 때도 있었다. 그런 생활을 몇 년 하고 나면 의도치 않게 미니멀리스트가 된다. 지금도 서점직원 치고는 집에 책이 적은 편인데, 이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인내와 고통이 있었지만(수많은 박스와 완충재, 흔들리지 않도록 크기 별로 정렬한 책들, 나중에 발견되는 흠집들, 결국 마지막 페이지는 영원히 넘길 수 없을 거라는 부담) 지금은 전자책을 한 손에 들고서,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나름 미니멀리스트 걸음마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하지만, 집이 정갈하다고 자부할 정도는 못 된다. 누군가 갑자기 우리 집으로 온다면 허둥지둥 물건을 치우고 밀어넣는다. 화장품 샘플, 단추, 흐릿해진 영수증 등은 생각지 못한 곳에서 튀어나온다. 심기일전, 한 단계 발전한 정리술을 익히고 싶어서 '곤마리'님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곤마리', 『정리의 마법』의 저자 곤도 마리에는 정리 컨설턴트로서 인기를 얻었고, 15년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정리의 마법』이 만화판으로 나온 것이 『곤마리 씨, 우리 집 좀 정리해주세요』다.
밖에서는 문제 없지만 집은 상당히 어수선한 주인공이 정리 컨설턴트 곤마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곤마리의 도움에 따라 이상적인 생활을 생각하고, 물건을 버리고, 남은 물건을 정리하면서 주인공의 집이 점점 깨끗해지는 과정이 귀여운 그림 속에 담겨 있다. 원작에서 내용이 압축되고 만화적 재미가 더해졌는데, 설레는 것만 남긴다는 원칙과 핵심 메시지는 여전히 살아있다. 특히 옷을 접어서 정리하는 내용은 그림이라서 오히려 더 이해하기가 쉬워진 지점이었다.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곤마리님, 우리 집에도 와주세요!'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 책을 차근차근 따라하면서 스텝업을 꾀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