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서아시아 음악과 종교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기독교의 찬송과 의식음악 역시 콘스탄티노플, 예루살렘, 안티오크Antioch에서 전승·발전되었으며, 서양음악의 근간이 된 그리스 선법 역시 대부분 소아시아반도의 여러 지역과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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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를 포함한 서아시아 음악의 공통된 특징으로는 선율적 선법 체계the systems of melodic modes와 즉흥 연주, 다양한 리듬의 사용 등이 있다. 가장 먼저 선율적 선법 체계는 ‘마캄Maqam’이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 아랍 음악과 그 영향을 받은 터키 고전음악에서 마캄은 서양음악의 선법Mode과 유사한 개념으로, 일정한 선율 진행과 종지음이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서양음악에서 ‘미분음’이라 부르는 음정이 많은 수의 마캄을 이루는 음계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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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수학, 기하학, 천문학과 함께 그리스의 4대 학문Quadrivium의 하나였다. 중세 유럽이 그리스의 눈부신 학문적 성과를 외면하고 있는 사이, 이슬람 학자들은 그리스 문헌을 아랍어로 번역하면서 음악과 학문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로 인해 이슬람 세계의 초기 음악이론은 고대 그리스와 유사했지만, 이후 아랍어와 페르시아어로 전해지며 이슬람 세계만의 음악이론이 만들어졌고, 근대 이후 민족주의가 부각되면서 지역적 특징이 강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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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에서 음악을 전승한 것은 수피 종파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피에게 음악은 황홀경 속에서 신과 합일하도록 매개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수피 중에서도 메블레비Mevlevi 종파는 13세기 페르시아 시인이자 사상가인 젤랄레딘 루미Celaleddin Rumi(메블라나라고도 부른다)의 사상을 이어받아 그의 아들 술탄 벨레드Sultan Veled(1226~1312)가 콘야Konya를 중심으로 조직해 오스만 제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테케Tekke라고 하는 수피의 수도원은 1494년 이스탄불에서 최초로 설립되었고 이후 발칸반도로 확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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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 활기찬 음악 생활을 즐기던 메디나에서는 여성 음악인인 카이안 외에 남성 음악가인 무칸나툰Mukhannathun이 등장했고, 여성들의 의상과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또한 시리아, 이라크, 페르시아 등지에서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 가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그중 뚜와이스(632~715)가 가장 유명하다. 히자즈의 대가수였던 뚜와이스는 아랍어로 ‘자그마한 공작’이라는 뜻으로 본래 이름은 이사 이븐 압둘라였다. 이슬람 시대에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최초의 인물로 탬버린류의 악기를 가지고 아랍어로 노래를 하고, 아랍 음악에 하자즈Hazaj와 라말Ramal을 최초로 창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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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장려한 3대 칼리프 알-마흐디는 바그다드 도처의 가수들을 불러모아 많은 하사품을 내리기도 했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주인공인 5대 칼리프 하룬 알-라쉬드Harun Al-Rashid(재위 786~809)도 호화로운 궁정생활 속에 음악과 노래를 권장하고 예술과 학문을 발전시켰다. 그는 음악학교를 설립해 많은 이론가와 음악가를 배출함으로써 화려한 음악문화를 꽃피웠다. 그의 후원하에 가수만 2천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음악 축제가 열리기도 하고 노예와 과부들도 음악 활동에 활발히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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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두인족은 그들이 아랍의 진정한 주류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자부심이 있으며 수많은 종류의 노래와 춤이 전승되고 있다. 이들의 축제는 노래와 춤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무용이 사막과 고원지대의 단조로움과 대조되는 활기를 유목생활에 불어넣어 준다. 베두인족의 춤에서 무용수들은 줄을 지어 손을 잡고 엉덩이를 흔들며, 발걸음을 맞추는 식으로 춤을 춘다. 이때 손수건이나 칼 또는 방패를 쥐고 있는 자가 춤을 리드한다. 이러한 형태의 춤은 다브카Dabkha 등으로 불리며,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요르단 등의 농업 지역에서 연행된다.
이 춤에는 반주 악기로 주르나, 타블 등이 사용되며, 간혹 여성이 즐거움의 표시로 혀를 떨며 고음의 발성을 하는데 이를 자그루르타Zaghrurta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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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음악적 유산은 최근까지도 네팔, 스리랑카, 아프가니스탄 등과 같은 주변 국가에 영향을 미쳤다. 인도 고전음악은 여러 남아시아 국가에서 높은 위상을 지니게 되었으며, 영상매체의 발달과 함께 인도 영화음악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부탄을 비롯한 티베트 문화권의 경우, 네팔, 아프가니스탄 등에 비해서는 인도 고전음악과 영화음악의 영향이 비교적 덜한 편이지만, 역시 고대 인도로부터 발전해온 음악적 유산을 수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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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고전음악이론은 크게 음, 선율과 관계되는 ‘라가Raga’, 리듬 등 시간과 관계되는 딸라Tala 등으로 이루어진다. 각 개념들은 서양음악의 선법, 리듬 등 유사한 개념의 용어와 비교해 설명되었지만, 실제로 동일하지 않다. 양 음악이론은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 속에서 다른 환경을 바탕으로 한 미학과 종교, 철학 등이 반영되며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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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인도 음악의 많은 역사가 바로다와 함께하는데, 1886년에 인도 음악학교가 세워지고 1934년에 ‘인도음악/춤/드라마 대학’이 설립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통해 구자라트 지역은 많은 음악인들과 음악학자들의 요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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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산맥 주변의 음악은 크게 나누어 1) 티베트불교 의식음악, 2) 불교와 힌두교 설화 기반의 가면 무용곡과 제의를 위한 민중음악, 3) 민간의 노동가, 축제음악, 4) 직업음악가 가문에 의한 예능음악 등으로 분류된다. 다만, 부탄은 티베트와 인도의 티베트 불교와 종파가 다른 ‘드룩파Drukpa’를 국교로 제정해 불교의식 음악의 형태가 약간 다르다. 전 국민이 승려와 같은 이곳에는 민간음악도 경건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네팔에는 다양한 민족들이 저마다 개성을 지닌 전통음악을 전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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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대륙에 널리 퍼져 연주되고 있는 죠하프(구금)는 서남아시아와 그 주변 지역에서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인도에서는 모르창Morchang, 파키스탄의 신드 북부 지역에서는 창구Changu, 아쌈 지역에서는 대나무로 된 것을 고고나Gogona, 구자라트 지역에서는 끈 달린 대나무 죠하프를 틴가리Tingari라고 부른다. 네팔의 대나무 죠하프는 비나요Binaayo, 쇠로 된 죠하프는 무르충가Murcunga, 파키스탄과 이란에서 페르시아어로 창Chang,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창코우즈Changkouz라 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창크Changk라고 부른다. 페르시아 언어 및 문화의 영향 아래 있는 타지키스탄에서는 랍창Labchang이라고 불렸는데, 양 입술 사이에 끼우고 손가락으로 연주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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