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원하는 ‘살아 있고, 애정 어리며, 집중해주는 반응’, 우리는 그것을 한마디로 ‘눈맞춤’이라고 표현해봤습니다. 말 그대로, ‘부모가 아이와 눈을 맞춘다’는 것입니다. 그게 어떤 의미일까요?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봐주고 관심을 보여주는 것, 아이의 시선으로 이해하며 말을 걸어주는 것, 아이와 함께 놀이하며 아이의 마음에 응답해주는 것, 그럼으로써 아이도 부모도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자 하는 ‘눈맞춤 육아’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육아를 하면서 ‘대화’와 ‘놀이’에 대한 고민이나 문제를 많이 토로하곤 합니다. 사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대부분은 대화와 놀이로 채워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눈맞춤 육아’의 관점에서 내 아이와의 대화나 놀이를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지 차근차근 짚어보았습니다. 실제 상담을 했던 사례를 바탕으로, 평소 많은 부모님들이 궁금해 하거나 고민하고 있는 점들을 녹여냈기 때문에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일상에서 쉽게 따라 해보거나 적용해볼 수 있는 대화 방법이나 놀이 방법도 곳곳에 담아냈습니다. 실제로 한 번씩 시도해고 실천해보기를 권해봅니다
--- p.7~8
부모는 놀이를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놀이에 들어가야 합니다. 아이의 놀이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번 아이를 관찰해보세요. 아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봐주는 것도 아이의 놀이 세계로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말없이 아이의 놀이를 10분 정도 지켜보세요. 작은 손으로 장난감을 쥐는 모습, 중얼대는 예쁜 입술, 가끔 나를 보고 웃는 미소, 나를 부르는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가만히 느껴보세요.
--- p.30
“저는 남편이 아이랑 놀아주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서 자꾸 지적하게 돼요.”
엄마와 아빠는 각자 자라온 환경이 다른 만큼 놀이 스타일이나 양육 방식도 다른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양육 방식은 불편할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부부 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서로의 놀이 방식 중 어떠한 것이 편한지, 혹은 불편한지 살펴보는 것이지요. 배우자가 아이를 비난하는 태도, 아이에게 친절하지 못한 것, 너무 위험하게 놀아주는 것 등 서로의 놀이 태도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들이 무엇인지, 그 놀이 태도나 방식이 왜 마음에 들지 않는지 찾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 p.49
아이와 게임을 하다가 내 아이에게서 옳지 못한 모습이 삐죽 나오게 되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잘잘못을 이야기하며 아이의 도덕적인 문제를 거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때 부모들의 도덕적 잣대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부모의 지적으로 인해, 안 그래도 게임에 져서 속상한 아이의 화만 키울 뿐이지요. 때론 어떤 아이는 게임을 중단하거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지요. 이쯤 되면 즐겁자고 한 게임이 냉랭한 분위기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이가 지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고 부모가 무조건 아이에게 져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이가 지는 감정을 싫어 하는 것,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알아주세요. 지는 것이 싫은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며 그것은 나쁜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리고 다음과 같이 있는 그대로 아이가 보이는 행동을 읽어주세요
--- p.96~97
아이가 “이거 만들어주세요”라고 할 때, 부모는 아이의 물건을 만들어주는 해결사 로봇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조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만들어줄게”가 아닌 “여기서 어떻게 하지? 엄마, 아빠를 도와줄래(못하는 척하기)?”, “같이 해보자”, “도움을 요청했구나”와 같은 반응으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아이에게 주세요. 아이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볼 때 한 뼘 더 자라는 법입니다.
--- p.143
아이는 자신만의 판타지 안에서 놀이합니다. 부모가 보기에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블록으로 보일 수도 있지요. 그러나 그 블록이 전쟁놀이에 있는 적군의 탱크일 수도 있고, 주방놀이에 있는 음식일 수도 있습니다. 블록 놀이를 하다가도 블록이 공주가 되기도 하고 음식이 되기도 하고요. 아이는 정해진 방식으로만 놀이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놀이와 상상력은 매우 창의적이기 때문에 어른의 눈으로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지요. 장난감은 아이가 덧입혀주는 역할이나 사물로 변하기도 하지요. 이는 아이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 p.157
아이는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아이가 그런 마음이 드는 순간 가장 먼저 어떻게 하는지 아나요? 엄마 아빠를 쳐다봅니다. 아이가 무언가를 하면서 엄마 아빠를 쳐다본다면 ‘내가 잘하고 있나요?’, ‘이렇게 노는 거 어때요?’라는 아이의 물음이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런 상황일 때, 아이를 안심시켜주는 쉬운 방법이 뭘까요? 아이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해주는 것입니다.
--- p.178
부모와 아이가 꼭 언어적으로 대화를 주고받아야만 긍정적인 놀이는 아닙니다. 아이가 놀이에 집중하고 있을 때 그것을 그대로 표현해주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놀이 내용 반영하기’는 놀이치료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상호작용 기술이기도 합니다. 어려울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냥 놀이의 내용에 이야기를 붙여주기만 하면 되니까요.
--- p.183
아이를 양육하다 보면 부모가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놀이를 해줘야 하는 타이밍이 있지만, 아이도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따라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치원 버스를 타야 할 시간인데 아이의 놀이나 이야기를 계속 따라가다 보면 늦어버리는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지요. 그렇다고 아이에게 윽박지르거나 부정적인 언어로 재촉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어떤 부모는 “지금 나갈 시간인데 옷 입을까?”라고 아이에게 결정권을 넘기기도 하고, 또 어떤 부모는 “지금 나갈 시간인데 엄마는 옷을 입었으면 좋겠는데……”라고 말을 흐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부모의 의도를 아이에게 전달할 수 없습니다. 아이가 부모의 의도를 명확하게 알아차리도록 하려면 ‘직접 명령’을 사용해야 합니다. 직접 명령은 “지금 유치원 버스 탈 시간이야. 자리에서 일어나”와 같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을 말합니다. “유치원 버스 탈 시간인데 옷 입을까?”와 같이 선택의 여지가 있는 명령을 하면 엄마의 의도가 ‘제시간에 유치원 버스를 타는 것’임에도 아이에게 “싫어!”라고 대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됩니다.
--- p.195~196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맞습니다. 놀아줘도 또 놀아줘도 끝이 없고 부모도 체력과 정서의 한계가 있으니까요. 이 한계가 임계점에 다다르거나, 아이도 심심함의 버티기가 끝에 다다르면, 결국 부모들도 손발을 들고 아이들에게 미디어를 틀어주고 맙니다. 그러면서 생각하죠. ‘이렇게 자꾸 영상만 틀어주면 안 좋다던데……’라고요. 아이와는 어떻게 놀아주면 좋을까요? 너무 거창하거나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꼭 다양한 도구나 갖가지 교구를 펼쳐놓고 뭔가 그럴싸한 놀이를 함께하는 것만이 ‘놀이 육아’의 정답은 아니니까요. 쉽게 생각하면 놀이 방법은 무궁무진할 수 있어요. 아이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아이와 눈맞춤만 잘된다면 그 어떤 것도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단 1분의 시간으로도 아이와 통할 수 있고, 5분의 시간으로 충분히 짜릿하게 함께 즐거울 수 있지요.
--- p.217~218
아이와 놀이하는 것이 어려운 부모라면, 보드게임을 활용해보세요. 보드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이미 세팅된 놀이재료를 가지고 손쉽게 놀이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선택할 수 있는 재미가 있으며, 아이 수준에 맞게 놀이를 구조화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는 보드게임을 하면서 인지 기능이 발달할 수 있고, 규칙을 배우면서 작은 사회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보드게임은 두 명 이상이 해야 하기 때문에 타협과 협조, 경쟁을 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호작용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특히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보드게임을 통해 아이는 부모로부터 객관적인 지식을 배울 수도 있지요.
--- p.264~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