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콘텐츠’ 그리고 ‘정책 디테일’이란?
콘텐츠(contents)의 사전적 의미는 ‘내용’과 ‘차례’다. 예를 들면, a contents page는 ‘차례 페이지’다. 그러니, 지금부터 독자 여러분이 보게 될 ‘정책 콘텐츠’는 ‘정책의 차례’라고 보면 된다. 독자가 책을 한번에 파악하고 싶다면 차례 페이지를 읽어보면 되듯, 정책 콘텐츠를 들여다보면 해당 정책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무엇을 추구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일반적인 정책 현장에서 상사가 “정책 콘텐츠를 말하라”고 했을 때, 이는 정책의 상세한 부분까지 모두 설명하라는 게 아니라, 정책의 핵심 사항과 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덧붙여달라는 의미다.디테일(detail)의 사전적 의미는 ‘세부적인 내용’과 ‘사소한 부분’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독자 여러분이 보게 될 ‘정책 디테일’은 ‘정책의 세부적인 내용’이라고 여기면 된다. 즉, ‘정책 디테일’은 ‘정책 컨텐츠를 채워주는 세부적인 내용’이다.
경우에 따라 기본 보고서에 쓴 한 줄이 별도의 세부 추진 계획서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즉, 기본 보고서에서는 콘텐츠 중 하나였던 부분이, 세부 추진 계획서에서는 디테일이 될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이 책에 등장하거나 소개된 ‘정책명’은 말 그대로 ‘정책의 제목’으로, ‘정책 콘텐츠’는 ‘정책의 차례’로, ‘정책 디테일’은 ‘차례를 채우는 세부적인 내용’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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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날에는 서글프게도 선배 정책담당자들의 시절과 달리 정책을 만들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근접했으며, 인구는 5천만 명이 넘는 나라다. 이런 조건을 갖춘 3050클럽(30-50club)에 가입할 수 있는 나라의 수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총 일곱 개에 불과하다. 즉, 다른 나라들을 따라하기 바빴던 나라가 ‘다른 나라들이 따라하는 모범’으로 바뀌고 있다. 더 이상 편안한 벤치마킹은 힘들다. 우리나라의 정책담당자들은 나라와 국민들이 처한 현실에서 답을 찾아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내야 하는 시점에 서있다. --- p.31
디테일한 정책을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전에 일단 ‘정책’의 속성을 살펴보자. 정책은 관련 분야도 다양하고, 각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도 필요하다. 따라서 모든 정책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요소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에 대한 실마리를 사람에서 찾아보았다. 정책은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며, 사람이 완성시키고, 사람이 시행한다. 최종적으로는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따라서 정책결정자, 정책담당자, 현장담당자, 정책수혜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공통적인 실행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 p.40
신규 정책을 마련할 때에는 주민공청회 등을 열어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헌데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자료를 보고서에 익숙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 주민들 중에 보고서에 익숙한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책이나 신문과도 거리를 두고 사는 이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이들에게 정책 설명자료는 암호표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주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정책자료로는 제대로 된 주민의견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 p.89
강 주무관은 바이오디젤이 뜬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식물을 원료로 디젤유를 생산한다는 발상은 매력적이었다. 신규 정책을 마련하려는 욕심에 강 주무관은 바이오디젤에 대한 설익은 아이디어를 회의석상에서 꺼냈다. 그러나 강 주무관은 바이오디젤 원료인 기름콩의 가격과, 이를 바이오디젤로 가공할 때의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바이오디젤 가격이 일반 디젤 가격보다 더 비싸다고 김 과장이 지적하자 얼굴이 빨개진 채 아무 대답도 못 했다. 강 주무관처럼 성급하게 행동하면 신뢰를 잃을 수 있다. --- p.105
신규 정책이나 제도 개선 사업은 한번에 잘 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니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계속 찾고 보완하면서 완성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프로세스가 ‘모니터링 등 성과관리 프로세스’다. 이름에서 보듯이, 모니터링 결과를 통해 제도를 개선하는 작업, 즉 피드백 부분도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모니터링, 성과 측정, 피드백은 한몸을 이룬다. 사업 준비 단계에서 모니터링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버리면 나중에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 허나, 모니터링은 의외로 비용이 많이 든다. 또한 신규 정책을 추진할 경우에는 관련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 --- p.182
박 국장은 홍보 매체가 다양하다는 점과, 효과가 제각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했다. 보도자료, 홍보책자, 다큐멘터리, 현수막, 지하철 광고, 라디오 광고, 텔레비전 광고, 포털사이트 메인 페이지 광고, 파워블로거나 관련 커뮤니티(카페)와의 제휴 광고, 소셜네트워크 광고 등 오늘날에는 효과적인 홍보 매체가 아주 다양하다. 그러니 비용 대비 효과성 높은 홍보 매체를 선정할 수 있다. 박 국장이 홍보 부서의 의견도 구했더라면 더욱 효과적인 홍보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 p.213
필자는 미국에서 공부할 때 들었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참모였던 지식인 토머스 페인에 관한 이야기였다.
독립전쟁 발발 직전 친구들과 술집에서 회합을 하던 페인은, 다른 테이블의 한 사내가 자기 아이를 옆에 앉혀두고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전쟁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어.”
바로 그 순간, 페인은 그 자리로 찾아가 그 사내에게 따끔하게 충고했다.
“선생, 당신은 이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오! 그러니 전쟁이 날 거라면 차라리 당신이 살아있을 때 일어나기를 기도하시오. 당신의 아이가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말이오!”
토머스 페인의 말대로 정책관계자는 자신의 아이에게 밝은 미래를 열어주겠다는 생각을 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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