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문신 문화는 수천 년 전의 유물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으며, 세계 여러 지역과 민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문신에는 각 집단 고유의 종교적 세계관, 신화와 민담, 역사적 사실 등 다양한 사상과 이야기가 녹아 있다. 문신을 표현하는 문양 역시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무늬부터 자연이나 예술작품에서 파생된 사실적이고 세밀한 묘사까지 다채로운 방식으로 시각적 독창성을 드러낸다. 즉, 문신은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군상들의 생각과 행동이 집약적으로 녹아 있는 하나의 문화적 상징물이다. … (중략) … 우리는 문신을 통해서 인간 사회가 어떠한 방식으로 욕망을 드러내거나 억압하고, 옳은 것과 그른 것, 혹은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역사의 시간과 공간적 흐름 속에서 문화가 어떻게 변동해 가는지 살펴볼 수 있다. --- p.6~7
마오리족에게 문신은 사회적 지위와 계급, 명성을 드러내고 부족과 가문을 나타내는 고유의 표식으로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마오리족 문신은 부위별로 그 명칭과 뜻하는 바가 정교하게 구분되어 있으며, 이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 역시 마오리 사회 내에서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다. 마오리 사람들은 삶의 중요한 단계마다 문신을 하나씩 새기기 때문에 문신은 일생의 성취와 업적이 담긴 개인의 역사이기도 하다. --- p.35
코르디예라 지역의 전통 문신은 각 종족과 부족별로 그 모양과 상징하는 의미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주로 해, 달, 산, 바위, 강, 들, 번개와 같은 자연과 매, 뱀, 지네, 전갈, 도마뱀과 같은 동물 및 곤충을 기하학적으로 단순화하여 표현한다. 하나의 문양을 독립적으로 새기기도 하지만 대개 여러 무늬를 층층이 길게 새겨 가슴, 어깨, 팔 등을 뒤덮는 것이 특징이다. 부스칼란 마을에서 인기 있는 문양은 매와 뱀 비늘인데, 하늘을 나는 매는 자유와 의지를, 허물을 벗는 뱀은 부활과 새로운 시작을 뜻한다. --- p.148~151
“문신이란 건 문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문화니까. 문신 문화라는 것을 조금 더 존중해 주었으면 하지. … (중략) … 문신이란 것을 조금 더 소중하게 다루길 바라지. 결국 뭐랄까, 그 패션 같이, 장난 같은 감각으로 하니까. 그런 게 아닌데. 인생의 한때, 인생의 한 장면이니까. 문신을 새긴다는 것은.”
--- p.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