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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게요, 오래가게
중고도서

또 올게요, 오래가게

: 기꺼이 단골이 되고 싶은 다정하고 주름진 노포 이야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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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0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724g | 152*210*20mm
ISBN13 9788950996727
ISBN10 8950996723

업체 공지사항

문제집, 수험서, 대학교재, 만화 등 반품불가
문제집, 수험서, 대학교재, 만화 등 반품불가
초판X, 띠지X
초판X, 띠지X, 만화 및 문제집(수험서) 반품X
문자O, 전화X, 가격문의X
문자O, 전화X, 가격문의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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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생활하는 집이 따로 있지만 어렸을 때는 이곳이 가게이자 저희 집이기도 했어요. 백일잔치, 돌잔치를 이 집에서 했죠. 앞쪽이 가게고 뒤쪽이 생활공간이었는데 가게가 좁으니까 방학 때 방에서 TV를 보고 있으면 식사 손님들 들어오신다고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고요. 할아버지께서 지으신 집이기도 하지만 곳곳에 가족의 추억이 있으니 이 집은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제 동생도 부모님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그냥 이 집이 좋습니다. 찹쌀떡, 도넛이랑도 잘 어울리고요. 그래서 손님들도 더 좋아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03 덩실분식」중에서

우스갯소리지만 요즘은 자연스럽게 고장 나도록 만드는 게 가장 좋은 기술이라 하지 않느냐 했더니 분야 최고의 명장으로 인정받는 대장장이는 “그러게 말여. 그런데 나는 그 기술은 없네.” 하고 역시나 호탕하게 웃고 만다.
---「06 영주대장간」중에서

그런가 하면 식당을 차려서 국수를 내면 훨씬 더 장사가 잘되지 않겠냐는 질문에도 손사래를 친다. 질문도 당연한 듯하지만 고개를 젓는 이유도 당연했다. “요리하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덧붙이길 “저는 저대로 좋은 재료로 최선을 다해 만들지만 사실 국수는 삶는 사람이 정성껏 잘 삶아야 맛있어요.”
---「08 쌍송국수」중에서

왕 목수는 오래 살고 보니 돈을 많이 벌거나 세상에 널리 이름 떨치는 것도 성공이겠지만 이렇게 후손들에게 보여줄 것을 남기는 것도 성공한 삶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아무렴요. 부디 시절 시절이 아로새겨진 이 오래된 목공소가 시간이 지나도 뒤틀리지 않는 나뭇결처럼 유려하면서도 올곧게 더 오래도록 제자리를 지킬 수 있기를.
---「10 삼화목공소」중에서

잘할 수 있는 일을 이렇듯 오래 지속할 수 있었던 까닭을 생각해보게 된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그에 앞서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일하는 태도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남 잘되는 것에 배 아파하지 않고, 나 손해볼 것 같다고 훼방 놓지 않고, 해코지하는 사람은 스스로 멈출 수 있게 기다려주고, 득이다 실이다 따지지 않고 나눌 수 있는 것을 기꺼이 나눈 시간들이 오늘의 오래된 자전거포를 있게 하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12 시민자전차상회」중에서

“오늘처럼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발전이 있지 않겠습니까? 역사를 알아야 발전이 있지요. 내 뜻을 이해합니까?” 그제야 도로명 주소 표지판 아래 내걸린 ‘주민 해설사의 집’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 지물포 얘기보다 중요한 게 한지인데 한지 얘기를 많이 못했다고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에서 평생 몸에 이로운 종이를 매만진 사람의 결을 느낄 수 있었다.
---「13 대구지물상사」중에서

만수탕과 만수여관은 이기희 대표가 1인 다역을 하며 운영하고 있다. 생물학으로 석사 과정을 마치고 계속 공부를 이어가려 했던 그는 ‘힘이 들어도 사람들을 깨끗하게 해주는 일이라 참 보람이 있으니 네가 좀 지키고 있어라’ 하신 어머니 유지를 물리치지 못했다. 목욕탕을 하면 돈깨나 있는 현금 부자라 했던 때지만 베푸는 게 먼저였던 어머니는 빚이 더 많았다. 1997년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본격적으로 운영을 맡았는데 만만치가 않았다. 어머니가 운영하실 때는 종업원을 다섯까지 두었지만 인건비를 줄이고 1인 다역을 할 수밖에 없었다.
---「14 만수탕」중에서

“언젠가부터 순간을 즐길 줄은 알지만 자기 몸을 그 속에 담아 꽃 피워 보고픈 열망은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썩지 않고 피어나는 꽃은 없습니다. 썩어서 토양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내가 썩을 생각을 못할까요? 썩어지는 것만큼 아름다운 토양을 만드는 일은 없습니다. 썩으려고 주저앉아본 사람은 알게 될 거예요. 그 자리에 생명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가 배울 겁니다. 스스로들의 학교가 될 겁니다. 저는 배다리에서 그런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20 아벨서점」중에서

어르신께 천안쌀이 좋으냐 물으니 쌀은 경기미가 최고라 하셔서 한 번 웃고, 그럼 충남에서는 천안쌀이 최고냐 했더니 예산쌀이 더 맛나다 하셔서 또 웃는다. 그럼에도 역전쌀상회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천안 일대에서 재배한 곡류를 판다. 좋다, 최고다 하는 것들보다 이웃의 손을 거친 것을 믿고 먹는다.
---「21 역전쌀상회」중에서

“너도 나도 살 수 있는 것들은 큰 서점에 가면 있지. 그런데 그들이 찾는 책은 여기에 있는 거야. 여기에 와야만 살 수 있는 책들이 있어. 저건 언젠가 임자가 나올 텐데 싶은 책들이 있거든. 그런데 어느 날 누가 와서 그걸 찾아. 얼마나 반가워하는 줄 몰라. 보석을 찾은 것 같이. 그런 거 보면 나도 참 좋아. 그렇게 한 10년 만에 팔리는 책들이 있다고. 그 재미지.”
---「22 포린북스토어」중에서

그가 도장 하나를 꺼냈다. 낙관석에 새긴 꽤 묵직한 인장이다. 1997년 10월 운현궁 미술관에서 국제인장예술대전이 열렸을 때 출품한 것이라 했다. 돌에 새긴 글자는 선명했다. ‘세계평화’. 일생에 남을 작품으로 출품한 인장 글귀가 세계평화라니???. 식상한 구호 같은 이 넉 자를 이토록 무겁게 느껴본 적이 없다. 그것은 가슴에 새긴 소원이고, 세상에 알리고 싶은 전언이었다.
---「24 황해당인판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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