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었던 길은, 끝내고 나서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지는 대신 더 큰 그리움으로 남는 수수께끼 같은 길이기도 합니다.
길을 걷는 자유에 중독된 사람처럼 지금도 나는 그 길을 그리워합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걷습니다. 언제라도 또다시 그곳으로 달려갈 거라고 다짐하면서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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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을 올라오니 레온 지방에서 갈리시아로 바뀌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한동안 벌판 지역을 지나왔는데, 여기는 정말 산들의 세상 같습니다.
산티아고가 있는 이 갈리시아 지방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 그리고 대서양 연안의 풍부한 해산물 등으로 많은 관광객이 줄을 잇는 곳입니다. 다만 대서양에 인접한 지리적인 특성 때문에 비가 많고 기후 변화가 심해서 사람의 왕래가 활발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조금 못사는 지방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갈리시아 사람들은 새로운 삶터를 찾아 해외로 많이 나갔는데,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 집안도 여기 출신이라지요. 이곳은 남부 안달루시아와는 또다른 스페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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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삽니다. 그래서 혼자 떠나왔고, 그대로 혼자인 채로 혼자서 걷고 있습니다. 혼자도 행복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둘이라고 항상 행복한 게 아닌 것처럼, 혼자라고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으면서 느낄 충만함은 없겠지만, 약간은 허전한 듯한 행로도 싫지만은 않습니다. 둘이 걸으면서는 못 느낄 홀가분함을 만끽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가니까요.
나는 혼자 걷습니다.
너무 자유롭게 혼자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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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을 것 같은 널따란 들판이 다시 펼쳐집니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선, 지평선이 나를 중심으로 빙 둘러쳐집니다.
하늘과 땅. 그 사이를 걸어갑니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길인지는 모르지만, 그저 하늘과 땅 사이를 걸어갑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건 오직 하늘, 땅, 그리고 나입니다.
‘이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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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중의 하나인 성 야곱이 묻혀 있다는 곳입니다. '산티아고'는 '야곱'의 스페인식 이름이지요. 예수의 다른 제자들은 예루살렘이나 로마 등지에 묻혀 있다는데, 야곱만은 산티에고에 묻혀 있어서 그를 찾는 사람들은 이 길을 따라 산티아고까지 순례를 하는 것입니다.
이전에 땅끝 마을 가는 길에 산티아고에도 들른 적이 있습니다. 네, 스페인에도 땅긑 마을이 있습니다. 산티아고보다 더 서쪽이면서 대서양에 인접한 '땅끝(피니스테레라는 지명도 라틴어로 '이 세상의 끝')입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훨씬 전인 옛날부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서쪽 끝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붙인 곳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어느 나라에나 '땅끝'이라는 지명이 있다는 사실이 참 재미있습니다.
---pp. 4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