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는 누군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숲의 식구들이 그리고 지구가, 지구의 문법이, 지구의 신음이, 우리의 책임이, 우리의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또 우리를 기다리는 이가 있다. 때로는 감격에, 때로는 영감에 조용히 마음 설레는 우리 자신이다.”
--- p.12
“카라코람의 산맥, 사하라 사막, 태평양의 일렁임, 심해의 고요, 구름의 바다, 한나절 쏟아지는 장대비, 양쯔나 나일 같은 거대한 강들. 하기야, 프랭크 윌첵(Frank Wilczek)의 말처럼 원자 자체가 초소형 악기라면, 원자들이 분자 같은 규칙적인 물질을 이루어내며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고 있다면, 산과 사막, 바다, 구름, 비, 강 같은 것들의 오케스트라야 새삼 말해 무엇할까.”
--- p.36
“우주의 이야기의 한 가닥으로서만 내 삶의 이야기가 여기에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여기 와 있는 우주와 지구를 상상하고 실감하기에 최적의 장소인 산과 숲속은 이슬을 머금고 있는 아침녘 풀잎의 미세한 떨림 같은 기적, 희망, 암시, 손짓이다.”
--- p.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