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이동할 때, 터널을 지나거나 다리 위를 지날 때, 잠잘 때처럼 실제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공황발작을 겪으면 환자들은 무척 당황하게 되고, 속수무책이라는 생각에 증상이 악화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5~8%가 평생 한 번 이상 공황장애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2배 정도 많이 나타납니다. 여성에게 공황장애 증상 중 특히 과호흡증상이 많은 이유는 여성들의 특별한 호르몬 변화 때문입니다. 여성에게 임신과 수정을 돕는 프로게스테론이란 호르몬은 과호흡을 일으키기도 하고 이유 없이 초조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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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A씨는 한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몇 년 전부터 원인 모를 가슴 통증에 시달렸고, 초조함과 불안함 때문에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처음에는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몇 가지 검사를 해본 결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렇듯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연예인은 항상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고 인기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려 공황장애에 취약한 것입니다. 하지만 공황장애는 연예인들의 직업병이라기보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모든 연령에서 나타나는 병입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절제하며 살아야 한다는 강박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기 때문에 대중을 의식해야 하는 연예인뿐 아니라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아가는 현대인은 쉽게 공황장애에 노출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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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하루에 접하는 정보의 양은 100년 전에 살았던 이들이 평생 접한 정보의 양과 비슷합니다. 그러니 우리 뇌가 이를 다 받아들이는 것은 코끼리가 스카이콩콩 위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는 일과 같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공부, 취업, 교통체증, 집세, 연금, 승진, 인간관계 때문에 서로 싸우는 스트레스에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만 해도 격렬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불안, 분노 때문에 몸이 서서히 병들어가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은 ‘어떤 일이 생기면 항상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태도는 심리학에서 ‘인지적 오류’로 불리는데 근거 없이 현실을 부정적으로 해석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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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지면 신체의 자율신경계가 신속하게 반응합니다. 우리 몸에 위협을 알리고 빨리 대처하는 신체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근육이 긴장되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혈압이 오르고 호흡이 가팔라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를 위험에 대비하게 해주는 정상적인 불안과 그렇지 않은 병적인 불안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인 불안 반응은 걱정거리가 있을 때 불안해하다가 걱정거리가 해결되면 괜찮아집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어도 계속 불안감을 느끼고 그런 일이 또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병적인 불안으로 보아야 합니다.
--- p.39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 정도가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고 그중 60% 정도가 여성입니다.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의 강도와 지속시간은 그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시험을 걱정하지만 불안장애가 있는 경우 시험을 보는 동안에도 걱정을 하고 시험이 끝난 다음에도 걱정을 합니다. 시험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하고 항상 자기 성적이 나쁠 거라고 확신합니다. 따라서 불안장애가 있으면 시험성적을 적절히 평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좋은 성적을 받더라도 걱정하고 불안해합니다. 시험을 앞두고 걱정을 한다든지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잠을 잘못 이루는 것은 예측 가능한 불안의 예입니다. 그리고 적당한 불안은 모든 일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 p.44-45
의식화한 미신적 행동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불안감을 해소하는 수단이 됩니다. 행운의 부적을 가지고 다니거나 불운을 의미하는 숫자를 피하거나 하는 행동은 사람들이 불안감을 없애고 안정감을 찾으려는 가장 흔한 시도입니다. 하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자기도 모르게 계속 같은 생각을 하게 되어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신이 끔찍한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거나 주변이 오염 물질로 가득하다는 끔찍한 생각을 떨어내기 힘들어 병원을 찾는 이들이 있습니다. 공중화장실에 갔다 온 뒤 배설물과 세균에 오염되었다고 걱정하거나 하루에 50통 이상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과 성병에 관한 상담전화에 매달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 p.60
불안장애는 어렸을 때부터 반복적으로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된 사람에게 잘 생깁니다. 어린 시절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무엇일까요? 어린이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엄마와 떨어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엄마와 떨어지는 경험을 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엄마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엄마가 아파서 또는 일 때문에 집을 떠날 때도 있지만 부모 사이가 나빠서 엄마가 못 살겠다고 푸념을 늘어놓거나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집을 나가겠다고 불평을 하는 경우에도 아이들은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됩니다.
--- p.70
아기가 자라면서 오히려 낯선 사람을 보고 불안을 느끼지 않으면 걱정해야 할 정도로 이런 두려움과 불안은 지극히 정상적인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어두움과 귀신, 괴물같이 미지의 두려운 대상을 막연히 느끼고 무서워하게 됩니다. 그리고 큰 소리와 낯선 사람을 두려워합니다. 아이들은 대체로 어둠을 가장 무서워하는데, 어떤 아이들은 침대 밑에 살고 있다고 믿는 무서운 귀신, 도깨비 등 괴물을 무서워합니다. 아이들은 또한 자기 자신이나 부모가 아프거나 죽거나 해서 헤어지는 것도 걱정합니다. 그리고 학교에 들어가면 시험, 학교 성적, 친구관계, 자신의 외모에 대해 걱정합니다.
--- p.76-77
불안에 효과가 있는 항우울제는 최소한 몇 달 동안 매일 복용해야 합니다. 다른 치료법을 시작할 때도 불안과 공황을 일단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약물치료를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만큼 약물 사용의 효과는 크고 뚜렷이 나타납니다. 일단 불안증상이 호전되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8개월 이상 약물을 유지를 해야 합니다. 유지 요법의 기간이 길수록 재발률은 상대적으로 낮아집니다. 약물을 사용할 때 어떤 사람들은 부작용을 걱정합니다. 약물 부작용으로 몸에 해를 입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부작용은 우리 몸이 약물 사용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몸에 해롭지 않으며 계속 약을 복용하면 사라집니다. 항우울제와 함께 인지행동치료, 호흡치료 같은 치료법을 동시에 실시하면 약물사용 기간이 단축됩니다.
--- p.96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대개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면 몹시 당황합니다. 가슴이 뛰면 ‘이러다 심장이 멈춰 죽을 거야’라는 공포심을 느낍니다. 그러다보니 이 공포심 때문에 심장박동이 더 빨라지고 더 빨라진 심장박동 때문에 더 심한 공포를 느끼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문제는 한번 공황장애를 경험하고 나면 이런 불안한 생각이 저절로(자동사고) 떠오른다는 것입니다. 이런 잘못된 믿음(가슴이 뛰고 어지러운 것은 내가 곧 죽거나 미치거나 하려는 것이다)을 바꾸는 것이 인지훈련입니다. 공황장애 환자들이 느끼는 신체 증상은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이어서 ‘나는 이러다 죽을 거야’,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쓰러질 거야’라는 비합리적인 생각에 빠집니다. 이와 같은 비합리적인 생각을 좀더 합리적인 생각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 p.106
세균에 오염될 것을 두려워하는 A는 문손잡이도 잡지 않고, 악수를 나누지도 않으며, 하루에 40번도 넘게 손을 씻자 병원을 찾아 인지행동요법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행동치료를 위해 A에게 먼저 더러워 보이는 문손잡이를 만지도록 한 다음(1단계 노출) 몇 시간 동안 손을 씻지 못하게(2단계 반응방지) 합니다. 일반적으로 치료과정 중 불안이 커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이런 어려운 자극이나 불안을 스스로 잘 견뎠다는 자신감이 쌓이면서 스스로 증상을 조절하고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노출은 어떤 두려운 대상에 오래 접촉하면 불안이 점차로 줄어든다는 사실에 근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세균에 대한 강박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불안이 사라질 때까지 세균덩어리라고 믿는 물건을 계속 만지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동안 불안이 점차 사라지고 결국 접촉을 더는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 p.114
불안장애만 있는 경우 치료를 받으면 효과가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불안이 오래 지속되면서 합병증으로 다른 불안장애가 생기거나 우울증, 알코올의존, 약물의존으로 병이 더 깊어진 경우에는 치료 효과가 떨어집니다. 따라서 불안장애는 가능한 한 빨리 치료해야 합니다. 불충분한 수면이나 영양 결핍으로도 불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과 고른 영양 섭취도 중요합니다. 뇌에서 진정작용을 하는 가바나 트립토판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뇌를 자극해서 불안을 유발하는 식품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불안한 상태에서는 커피, 홍차 등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식은 줄여야 합니다.
--- p.131
호흡에는 크게 흉식호흡과 복식호흡이 있습니다. 흉식호흡은 숨을 마실 때 가슴 부위가 팽창하고 쇄골이 들어가며 어깨가 올라갑니다. 반면 복식호흡은 숨을 마실 때 아랫배가 부풀어 오르면서 흉강과 복강을 나누는 횡격막이 아래로 내려가 결과적으로 폐가 더 큰 호흡을 하도록 돕습니다. 복식호흡을 하려면 횡격막을 더 크게 움직이기 때문에 횡격막호흡이라고도 합니다. 횡격막은 흉부와 복부 사이에 있는 둥근 돔 모양 근육막입니다. 이 근육을 위아래로 움직여 폐를 부풀리는 것을 횡격막호흡이라고 합니다. 평소에는 횡격막호흡을 느낄 수 없지만 한숨을 쉴 때는 호흡이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횡격막호흡은 흉식호흡보다 공기를 3~5배 더 들이마실 수 있는 호흡법입니다.
--- p.148-149
의자에는 깊숙이 앉거나 살짝 걸터앉거나 해서 척추가 꼬리뼈를 중심으로 바로 선 자세에서 호흡해야 합니다. 서서 하거나 앉아서 하는 호흡에 익숙해지면 일상생활을 할 때 불안해지고 숨이 가빠지는 느낌이 들 때 바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횡경막호흡은 천천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3초간 크게 숨을 들이쉬고, 2초는 숨을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5초간 천천히 숨을 내쉽니다. 머리 뒤에 손깍지를 끼고 숨을 들이쉬며 가슴을 넓게 폈다가 내쉬면서 양 팔꿈치를 앞으로 끌어모으는 동작이나 양팔을 위로 올린 뒤 숨을 내쉬면서 양손을 천천히 내리는 동작을 하면 더 깊게 호흡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 p.166-167
공황장애나 불안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평소 음식 섭취에 신경써야 합니다. 술이나 카페인은 공황발작을 조장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섭취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불안하거나 우울해진다고 알코올을 섭취하면 처음에는 불안증상이 진정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더 큰 불안증상이 찾아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우리 몸의 혈당 수치는 너무 높거나 낮아도 불안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트레스로 식욕이 떨어지더라도 소화가 잘되는 음식으로 소량을 규칙적으로 먹어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지나치게 단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신체의 당을 조절하기 위해 분비되는 인슐린의 작용으로 더 불안해질 수 있으니 지나치게 단 음식을 많이 먹지 않아야 합니다.
--- p.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