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생일
라네샤의 열두 번째 생일. 이날 저녁 마마 야야와 라네샤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마마 야야는 식사가 끝난 뒤 언제나처럼 라네샤에게 세상의 암호와 삶의 지혜를 일깨워 준다.
마마 야야는 입을 다시고는 말을 계속 이었다.
“숫자 4에 8을 더하면 12가 되잖아. 그건 정신력을 뜻해. 진정한 강인함이지.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이걸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비는 섬세하고 연약하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나비는 끝없이 변화해. 못생긴 벌레로 살다가 단단한 고치를 틀고, 거기서 예쁜 날개를 달고 다시 세상에 나오잖니. 라네샤, 암호를 늘 눈여겨보렴.” --- pp.29-30
유령을 보는 아이
라네샤에게는 한 가지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바로 유령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 하지만 라네샤는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즉 고아인 데다 영적인 능력을 지닌 마마 야야와 단둘이 살기 때문에 놀림을 받는데…….
그렇다. 나는 학교에서 늘 그렇게 놀림을 받는다.
“미치광이 라네샤, 귀신 보는 라네샤, 마녀 라네샤.”
이제는 그런 소리를 들어도 그냥 무시해 버린다. 물론 속상해서 울 때도 있다. 그래도 총에 맞거나, 늪에 빠지거나, 차에 치어 죽은 다음에는 내가 너희들을 볼 수 있다는 게 고마울 거라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유령이 된 아이들은 나를 보며 집을 생각하고, 살았을 때를 떠올린다. --- p.34
마마 야야의 이상한 꿈
어느 날 아침, 마마 야야는 등교 준비를 하는 라네샤를 붙들고 지난밤의 꿈 이야기를 건넨다. 곧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암시가 담긴 꿈이었다.
“꿈에서 말이다, 라네샤. 폭풍 구름이 몰려왔어. 바람이 불고 비가 세차게 내렸어. 그러다가 비가 그치고 해가 나왔단다.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갔어. 모두가 행복해 보였단다. 그런데 그때, 모든 게 검게 변했어. 누군가 커튼을 치기라도 한 것처럼. 아니 죽은 사람의 몸에 수의를 덮어씌운 것처럼. 어쩌면 신이 불을 꺼 버린 건지도 몰라.”
마마 야야는 손으로 탁자를 철썩 내리쳤다. 그러고는 천장을 물끄러미 올려다봤다. --- pp.69-70
소용돌이 구름이 바꿔 놓은 풍경
텔레비전에서 기상 캐스터가 나와 허리케인이 미시시피와 루이지애나를 강타할 거라는 소식을 숨 가쁘게 전한다. 아울러 주지사가 대통령에게 비상 사태를 선언할 것을 건의했다는 소식도. 마마 야야와 라네샤의 불안함은 점점 더 깊어만 간다.
가게 안쪽을 들여다봤다. 불이 아직 켜져 있었지만, 선반이 휑했다. 시리얼도, 쌀도, 물도, 우유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통조림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응 아저씨와 가족들도 뉴올리언스를 떠난 걸까?
집을 향해 돌아섰지만, 이번엔 뛰지 않았다. 그냥 걸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모든 게 거꾸로 뒤집힌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번엔 토끼 굴에 빠져서가 아니라 흰 구름 탓이었다. --- pp.106-107
사랑은 행동으로 보여 주는 거야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하지만, 라네샤와 마마 야야는 하나밖에 없는 집을 떠날 수가 없어 남기로 한다. 라네샤는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마마 야야를 보살펴 주어야 할 때라는 생각에 스스로 재난을 대비하기 시작한다.
“사랑은 행동으로 보여 주는 거란다.”
마마 야야는 늘 이렇게 말했다.
이제 내가 결심을 해야 한다. 어른답게 굴 것인가, 말 것인가.
대비하자. 어른이 되어야 해. 이젠 내가 주변을 안전하게 돌봐야 해. 나를 위해, 마마 야야를 위해, 그리고 점박이를 위해.
나는 창문을 전부 잠그고, 뒤뜰에 있는 헛간에서 판자를 꺼내 왔다. 못된 챙겼다. 망치질을 하고, 또 했다. 팔이 욱신거렸다. 내가 못질한 판자는 비뚤어지고 볼품이 없었다. 2층 창문은 밖에서 못질을 할 수가 없어서 안에다 판자를 댔다. 그래도 그냥 내버려 두는 것보다는 나았다. --- p.138
허리케인의 눈 속으로
마침내 허리케인이 나인스워드를 강타했다. 라네샤와 마마 야야와 점박이는 집에 남아 어마어마한 강도의 허리케인을 온 몸으로 견뎌 내야 했다.
마마 야야가 부르짖었다.
“누―운!”
마마 야야는 ‘눈’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허리케인의 눈 속에 있는 거야.’
숨을 들이마시며 한쪽 팔로 마마 야야를 감싸 안았다. 이게 최악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보다 더 나쁜 건 없을 거야. 그런데도 내가 견뎌 낼 것 같지가 않았다. 침실의 창문이 깨졌다. 그 사이로 바람이 들어와 온 집 안을 헤집고 다녔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핥았다. 벽에 걸린 액자가 떨어졌다. 침대보가 유령선처럼 요동쳤다. --- pp.159-160
안녕, 마마 야야
폭풍이 지나간 뒤 마마 야야는 라네샤에게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넌지시 말해 준다. 아울러 의미심장한 말과 목걸이를 건네 준 뒤 조용히 눈을 감는데……
“노아와 그의 가족, 그리고 세상의 동물들이 대홍수를 어떻게 넘겼는지 알지?”
“사람들이 신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니까 신이 홍수를 일으켰잖아요.”
“그랬다고 하지. 사람들이 죄를 지어서 그랬다고. 하지만 내 말을 들어 보렴, 라네샤. 어떤 폭풍은 그저 폭풍일 뿐이야. 홍수는 그저 홍수일 뿐이라고.”
홍수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홍수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떻게 끝나느냐, 중요한 건 그거야.”
“무지개가 뜨면…….”
“그래. 색색깔 무지개. 모든 빛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그게 다시는 홍수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신의 약속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 나는 신의 약속이라는 말에 주목한단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홍수가 아니야. 진짜 핵심은 그게 아니야. 이건 사랑에 대한 이야기야.”
“온 우주가 사랑으로 빛나고 있죠.”
내가 말했다. --- pp.193-194
희망이라는 빛
마마 야야가 숨을 거둔 뒤 깊은 슬픔에 빠진 라네샤. 그러나 라네샤 곁에는 타숀과 점박이가 있었다. 라네샤는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끝까지 희망을 끈을 놓지 않는다.
나는 새로 태어났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잘 견뎌 내리라는 것만큼은 안다.
나는 라네샤다. 얼굴에 막을 뒤집어쓰고 태어난 아이. 상징과 암시를 알아보고 해석하는 아이. 미래의 엔지니어. 사랑으로 빛나는 아이.
나는 라네샤다.
나는 마마 야야의 딸이다.
--- p.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