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무엇인가의 느낌, 그 경험, 표현을 모두 아우르는 단어가 정동이다.
---「첫 문장」중에서
마음의 말에는 아무런 계획과 전략도 전제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업이나 통제도 보장되지 않는다. 가능이 약속되지 않은 미결정의 시간에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잠재적인 변화가, 마음의 말이 알 수 있고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질 들뢰즈의 “견디며 나아감”의 묘사에서처럼, 정동은 냉철하고 엄격한 의지에서, 환희와 비통의 굴곡에서, 한 번 더 망설이고 걸음을 디디고 고개를 숙인다. 이렇게, 정동은 불가능을 마주한 자유의 결단이다, 그 무심한 몸짓이다.
--- p.22
정동은 주체에게 차이와 변화를 낳으며, 관계와 집합을 만드는 근원적인 힘이다. 많은 조우와 관계 속에서 기쁨과 슬픔, 환희와 고통의 정동 작용을 거치며 개체적이고 집합적인 삶이 이뤄진다. 궁극적으로는 수많은 굴곡을 겪으며 삶을 지속해 나가는 원천적인 힘이 정동이다.
--- p.40
우리가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약하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은 마땅히 그리고 동등하게 비통함을 누릴 자격이 있기에, 누구나 타자의 삶에 대한 공존과 협력의 책임을 진다.
--- p.46
진실 실천은 외부적이고 비판적이며 주체적이다. 자신의 삶의 원천으로서 어떤 진실을 믿고, 무엇을 지향하며,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라는 물음을 통해 정동의 윤리와 진실의 정치 사이의 연관성을 구성할 수 있다.
--- p.80
행복의 윤리는 고통을 받아들이는 수동성, 나아가 주어진 상황을 긍정하면서도 그에 지치지 않고 또 하나의 도약을 시도하는 용기, 이러한 받아들임과 행함을 반복하는 충실한 인내와 격렬한 운동성에 있다.
--- p.127
지독한 혼란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뚫고 넘으면서, 사랑은 항상 ‘재발명’되어야 할 필연성을 요청한다는 점이다. 진실하고 자유로운 관계성의 창조는 사랑의 재발명을 지속적으로 이끌기 위한 근본 요소다.
--- p.182
대중의 진실 실천은 자신을 급진적으로 변형하는 윤리적 가치와, 권력에 대한 비판으로 수행되는 정치적 가치를 공통으로 함축한다. 따라서 윤리와 정치가 서로의 외부에 있되, 양자가 서로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변화를 도모하는 정치윤리적 가치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 p.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