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영화는 우리가 지나온 인생의 어느 지점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저마다 간직한 사연과 아련한 추억을 더듬으며 애잔한 감정에 젖게 한다. 연인과 팔짱을 끼고 갔든, 친구들과 함께 몰려갔든, 부모님 손을 잡고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든, 과거에 영화관에 드나들던 추억은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빛은 바래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어디 그뿐인가. 주말이면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시청하던 TV 명화극장의 고전 영화를 다시 보면, 그동안 잊고 살았던 지난날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한 편의 고전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단순히 영화 관람을 뛰어넘어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추억을 되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유체 이탈이라도 하듯이 자신에게서 빠져나와 익숙하면서도 낯선 영화 속 시간과 공간에서 살아가는 타인의 삶으로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그 소중한 추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바로 이 작은 책에 들어 있다. ---「저자 서문」중에서
1900년대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펼쳐지는 이 영화는 결말에 파격적인 반전을 담지 않았지만, 보통 사람들이 한동안 잊고 살았던 가족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모습을 순수하고 아름답게 묘사해 감동을 전한다.
그레타 가르보와 리즈 테일러처럼 화려한 스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바버라 스탠윅은 실제로도 서민적이고 성실한 직업배우였는데 이 영화에도 그녀의 소박한 연기가 잘 녹아 있다.
릴리의 후견인인 교장 사라 하퍼 역으로 등장한 모린 오설리번은 타잔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이자 명감독인 존 패로우(John Farrow, 1904~1963)의 부인이며 배우 미아 패로우의 친모이다.
이 영화는 1956년 8월 5일 을지로 국도극장에서 개봉했다. ---「내가 바라는 모든 것(All I desire, 1953)」중에서
박남옥(朴南玉, 1923~)은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이다. 극작가인 남편 이보라의 시나리오로 친언니에게 돈을 빌려 이 영화를 제작 연출하던 당시 그녀는 갓난아이를 둥에 업고 촬영 현장을 지휘했다. 이 영화는 사랑을 위해 딸을 버리고, 사랑하지 않는 남자의 도움을 아무런 가책 없이 받아들이며, 배신한 남자에게 칼을 겨누는 파격적인 여성의 욕망을 전후의 피폐한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미망인(1955)」중에서
“그대가 이 편지를 읽고 있을 즈음이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인사말이 이렇게 의미심장한 편지로 시작되는 막스 오퓔스(Max Ophus, 1902~1957) 감독의 이 영화는 비극적인 자살로 삶을 마감한 독일 문학계의 거장 슈테판 츠바이크의 원작 소설을 하워드 코치가 각색한 멜로드라마의 고전이다 (중략)
리사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 밤 스테판이 준 흰 장미 한 송이를 잊지 못해 매년 그의 생일에 익명으로 흰 장미를 보내지만, 그는 그 꽃을 누가 보냈는지 끝내 알지 못한다. 이런 사연에 주목해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를 개봉할 때 ‘백장미의 수기’라는 제목을 붙였겠지만, 원제가 ‘모르는 여인의 편지’인 이 영화는 1956년 11월 13일 자유극장에서 개봉했다. 1969년에는 김응천(金應天, 1935~2001) 감독이 김진규, 문희를 주연으로 리메이크한 적이 있고, 2004년에는 중국 감독 서정뢰(徐靜?, 1974~)가 리메이크했다. ---「백장미의 수기(Letter from an Unknown Woman, 1948)」중에서
인신매매가 횡행하던 봉건주의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부모 자식 간의 애절한 가족애를 그리는 한편, 노예해방에 관련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사회성 짙은 걸작이다.
특히 초반부에서 히라마사가 유배를 떠나기 전, 어린 주시오에게 남긴 “동정심 없는 사람은 인간이 아니다. 너 자신을 위해 강해져라.”라는 말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다. 훗날 주시오가 지방 관리가 돼 산쇼다유의 수용소에 갇혀 있던 노예를 모두 해방하는 후반부에서 타인에게 관용을 베풀라는 철학적?도덕적 메시지가 현실로 드러난다. ---「산쇼다유(山椒大夫, 1954)」중에서
불행한 가정에서 학대당하는 아이의 현실, 도시 빈민층의 소외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등 사회적인 문제들을 흑백 화면에 사실적으로 묘사한 가이 그린 감독은 이 영화에서 단순한 멜로드라마를 뛰어넘어 당시 미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고 문제점들을 지적한 사회적 드라마로서의 가치도 부각했다. 특히, 미국의 엔니오 모리코네라고 불리는 제리 골드스미스의 배경음악이 드라마의 질을 한층 더 높여줬다.
당시 주가를 올리던 흑인 배우 시드니 포이티어의 절제된 연기도 좋았지만,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비정한 어머니 역을 맡은 쉘리 윈터스의 연기가 뛰어나 그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았으며, 셀리나 역의 신인 배우 엘리자베스 하트먼은 1987년 이 영화의 내용처럼 자살해 영화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푸른하늘(Patch of Blue, 1965)」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