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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24g | 148*210*30mm
ISBN13 9788972756057
ISBN10 8972756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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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물러서, 클레어.” 데릭이 외쳤다. “밥은 누드주의자야. 나까지 누드로 만들었다고.”
“그렇군요.”
클레어는 운동선수처럼 대담하게 비키니를 벗고 스커트도 내렸다. 가슴과 엉덩이의 피부가 파라핀처럼 부드럽고 또 창백해 보였다. 밥은 만의 가장자리 물 위에서 클레어를 바라보았고 부어오른 손으로 물을 저었다. 클레어는 초록빛 물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밥은 자기와 아내 사이에 얼마나 먼 거리가 가로놓여 있는지, 그 거리를 없애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 생각했다. 테라스 백 개보다 더 많은 노동과 대화가 필요하리라. 절망적인 기분이었다. 밥은 그 절망의 무게와 함께 물 아래로 잠수했다.---「갈색 해안」p.27

어머니가 집을 비운 어느 겨울 아침에는 내가 잠옷 차림의 스티븐을 대문 바깥에 1시간이나 세워두기도 했다. 창문으로 내다보며 놀려대는 동안 스티븐은 얼어붙은 대문 앞 계단에 서서 고함을 지르며 문을 두드렸다.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 다만 동생의 분노를 먹고사는 작은 악마가 내 안에 살고 있었다는 것밖에는. 격분하여 펄펄 뛰는 스티븐의 모습에는 절정에 이른 미움이 있었고 그건 오싹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성행위 하는 남녀를 보는 것처럼 도색적이기도 했다. 그렇게 1시간을 보내고 꽁꽁 얼어버린 스티븐에게 문을 열어준 후 뜨겁고 진한 코코아잔을 건네줄 때까지도 나는 소리내어 웃고 있었다. 스티븐은 빨갛게 언 손가락으로 잔을 받아 마시고 난 뒤 깡통 따개를 나한테 집어 던져 내 입술 아래쪽이 5센티미터 정도 찢어지게 만들었다. 내 안에 사는 작은 악마가 짓는 미소인 양 그 흉터는 아직도 남아 있다. ---「삶에서 한 걸음 물러서기」p.44~45

제인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 벌써 후회스러웠다. 마음이 복잡했다. 코딱지만 한 닷선 자동차 안에서 아내의 새로운 연인과 함께 앉아 있자니 아내와의 즐거웠던 옛 추억, 떠올리지 않는 편이 나을 그 시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인의 배가 내 허리에 밀착되었던 어느 추운 아침부터, 욕실에서 온몸이 비누 거품으로 미끌거리던 제인의 모습, 그리고 격렬한 사랑을 나누다가 그만 침대의 나사못이 빠져버렸던 오래전의 어느 밤까지. 하지만 그렇게 과거의 장면을 회상하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배리가 끼어들었다. 얼룩덜룩한 벗은 엉덩이가 침대 위에 나타나고 협탁 위에서는 촛불이 타오르며 향이 연기를 내뿜는다. 배리의 누런 엄지손톱이 제인의 레이스 팬티 안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서서히 팬티를 아래로 끌어내린다.---「계곡 아래로」p.127

1시가 가까웠다. 어머니가 점심을 먹으러 집에 오는 시간이다. 너는 새아버지와 단둘이 집에 있고 싶지 않다. 아프다고 하여 얻어낸 귀중한 휴일에 굳이 우편물을 가져오라고 시키는 새아버지에게 아직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너는 열 걸음 정도 걷다가 꾀를 낸다. 너는 우편물을 자갈길에 흩어놓는다. 갑자기 와르르 쏟아져내린 것처럼 보이도록 신경을 쓴다. 그리고 타이어 자국이 난 곳에 눕는다. 갑자기 기절한 사람처럼 팔 다리를 적당히 벌린다. 어머니 차가 큰길에서 자갈길로 접어들면 바로 너를 발견할 것이다. 어머니는 놀라 브레이크를 당기겠지만 너는 충분히 위쪽에 누웠으니 차 밑에 깔릴 염려는 없다. 어머니는 울면서 너를 걱정하겠지. 너는 어머니 추궁에 하는 수 없이 새아버지가 우편물 심부름 시킨 일을 털어놓으면 된다.---「표범」p.155

"자, 캐럴, 여기 내 옆에 좀 앉아줄 수 있겠소? 잠시 동안만 함께 누워 있고 싶군요. 그러려면 얼마를 주면 될까?“
캐럴이 고개를 뒤로 뺐다. 이중턱이 만들어졌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앨버트?”
“난 그렇게 많은 걸 요구하지 않아요. 그냥 여기 함께 누워 있으면 되오. 지금 주머니에 20달러가 있군. 이걸 주겠소. 그냥 쉬는 데 20달러인 거요. 내 보기엔 나쁘지 않은 조건 같은데.”
캐럴이 갑자기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높고 청량한, 아주 예쁜 웃음소리였다. 내가 상대를 그렇게 웃게 만든 게 얼마 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간신히 웃음을 그친 후 캐럴이 말했다.
“잠깐만요, 앨버트. 제가 창녀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캐럴은 다시 웃었다.
“창녀라, 이거 글렌다가 쓰러지겠는데요. 아마 죽으려고 할 거예요.” ---「눈 안의 문」p.179

"몇 살인데?“
“서른다섯 살밖에 안 되었어.”
“뭐라고! 지금 서른다섯이라고 했니?”
제이시가 비명을 질렀다.
마야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담배를 꺼내 물었다.
“못 들은 걸로 해둬. 괜히 얘기했구나.”
“마야, 널 언짢게 할 생각은 없었어. 다만, 그러니까 나이 때문에 놀랐을 뿐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난 상관없어.” 마야가 단호하게 뮸했다. “이건 나랑 로저 사이의 문제야. 다른 사람이야 멋대로 생각하라지. 나이는 꼬리표에 불과해. 우리는 둘 다 성숙한 영혼이라고.”
“꼭 그런 거 같지는 않은걸.”
마야가 한숨을 쉬었다.
“난 로저를 사랑해, 제이시.”
대답할 말이 마땅치 않았다. 제이시의 아버지도 나이가 겨우 서른일곱인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야생의 아메리카」 p.197-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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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첫 단편집만으로도 웰스 타워가 드문 재능의 소유자임을 확신하게 된다.
뉴욕타임즈
예술적이고 재미있으면서 감동을 준다. 웰스 타워의 소설 세계는 폭력과 동정, 공격과 배려가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 생태계이다.
뉴욕 매거진
웰스 타워에겐 흥미진진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소재는 없는 듯하다. 독자 혼자서는 도저히 거칠 수 없는 길을 따라 익숙한 세상, 그리고 낯선 세상에 닿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소설가의 첫 번째 임무임을 새삼 깨닫게 하는 작품들이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즈
웰스 타워는 지루한 묘사를 하지 못하는 작가인 모양이다. 요란하고 충격적인 데뷔작이다.
맨스 저널
충격적인 단편집이다. 웰스 타워의 언어는 레슬링 선수의 몸처럼 탄탄하고 남성적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웰스 타워의 작품들은 폭력적이고 재미있으면서도 아름다운 진짜 미국 영어로 쓰였다. 지금 당장 읽어보라.
마이클 셰이본(퓰리처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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