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제임스는 구급차의 기어를 1단에 넣고 사이렌을 울리면서 카지노로 달렸다. 제임스 쪽이 로빈보다는 처지가 나은 편이었다. 운전에 정신이 팔려서 다른 생각은 할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11분 41초 뒤에 카지노에 도착하여 운전석에서 뛰어내리자마자 뒷문을 열고서는 들것을 가지고 나와 카지노의 층계를 뛰어올라갔다. 말할 것도 없이 흰 가운을 입고 있었다. 장-피에르가 층계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메리칸 살롱에 제임스를 안내하기까지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스티븐이 하베이 위에 엎드려 있다. 들것이 바닥에 놓여졌다. 하베이 메트카프의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를 들것으로 옮기는 것은 세 사람으로도 힘든 일이었다. 스티븐과 제임스가 들것을 돌고 구급차까지 운반하고, 장-피에르가 그 뒤를 따랐다.
"우리 주인을 어디로 데려갑니까?" 라는 소리가 들렸다. 세 사람은 움찔해서 뒤돌아보았다. 그는 흰 롤스 로이스 옆에 서 있는 하베이의 프랑스 인 운전사였다. 순간 망설인 끝에 장-피에르가 대답했다.
"메트카프 씨는 갑자기 병으로 쓰러져서 즉시 병원으로 데려가서 수술을 해야만 돼요. 당신은 당장 요트로 돌아가서 선실에 맞아들일 준비를 해두고 다음 지시를 기다리도록 승무원들에게 전하도록 하시요."
운전사는 거수경례를 갖다붙이고는 롤스 로이스 쪽으로 달려갔다. 제임스가 구급차의 운전석에 뛰어오르고 스티븐과 장-피에르는 하베이를 따라 뒤쪽으로 올라탔다.
"정말 아슬아슬하군. 하지만 아주 훌륭했소, 장-피에르. 나는 말도 나오지 않았었는데." 하고 스티븐이 자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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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뒤의 20일 동안은 네 사람에게 있어서 눈코뜰새없이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각자가 자기 계획을 준비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계획도 완전히 외워두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금요일에는 전원이 세인트 토머스 병원에서 함께 만나 그 뒤에도 몇 번이나 계속한 강습의 제1회를 받았는데, 제임스가 어떻게든 자신의 발로 서 있어 주기만 했더라면 이 강습은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피를 보고 기분이 나빠진 것까지는 그런대로 좋았는데, 매스를 보고는 더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제이스의 처지에서 보면 이것은 꼭 한 가지 쓸모가 있었다. 그것 덕분에 자신의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참석하게 된 것에 대해 변명을 하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으니까.
그 다음주는 준비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스티븐은 할리 가에 다니며 의학의 어떤 특수한 분야에 관한 아주 고도의 죽석강의를 받았다.
제임스는 몬테 카를로에서의 마지막 테스트에 대비해서 세인트 토머스 병원에서 할리 가까지의 혼잡한 거리를 누비며 낡아빠진 밴을 운전하면서 지냈지만, 본이더러 말하라면 이 일은 연습보다는 막상 그 상황에 부딪치는 편이 훨씬 쉽겠다는 것이었다.
다시 그는 며칠 옥스퍼드에서 지내면서 대학의 재무처장에 관계되는 것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조사하고, 한편으로는 재무처장인 캐스턴 씨의 행동을 세밀하게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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