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퍼즐 실력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 아이도 신났고 어른들도 신났다. 좀 우습긴 했지만, 우리 부부는 어디를 가든 퍼즐 조각들을 들고 다녔다. 친가에 갈 때도, 외가에 갈 때도, 이모네 놀러갈 때도 가져갔다. 우리도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아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고 말이다. 1~2분 앉아있기도 힘들어하던 아이가 어떻게 1시간 이상 퍼즐에 집중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집안 어른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놀라운 일이 계속되다」중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칙칙이 하고 싶어요” 하며 다가왔습니다. 아이와 재밌게 후각훈련을 하면서 1차 훈련을 할 때가 불현듯 생각납니다. 그때의 조마조마했던 제 마음과 지금의 평온한 마음상태를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1차 때 과연 아이가 말을 할까? ‘이걸 하면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불안하고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지금 아이는 문장도 따라 말하고 간단한 일상생활에 필요한 말을 스스로 합니다. 1차 때 말을 못하던 아이는 이미 제 마음에 지워지고 없습니다.
---「놀라운 일이 계속되다」중에서
아이가 밝아지고 일상생활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행복해집니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내 아이였던가 하는 맘에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저녁만 되면 학교가기 싫다고, 유치원 다닐 때는 유치원가기 싫다고 눈물을 흘리던 아이 달래느라 가슴 쓸어내리기가 몇 날이었는데 스스로 “이제 학교가야 돼요” 하는데 신기하기만 합니다. 짧은 시간에 전체적으로 한 단계 올라선 것 같습니다.
---「파란만장한 변화를 경험하다」중에서
우리 아이는 몇 단어 정도만 말했어요. “물 줘, 쉬야, 안 먹어, 가자” 정도로 말입니다. 훈련 5일째 첫 변화는 유치원에서 친구에게 “같이 놀자” 라고 말했다고 선생님이 전해주셨습니다. 8일째 후각 스프레이를 뿌리니까 그걸 만져보고 싶어서 “갖고 싶어요” 하고 요청했습니다. 10
일째 아빠가 밖에서 들어오는데 쳐다보며 “아빠 왔어”라고 말했습니다. 전율이 왔습니다. 그리고는 “나가자” “1층 가자”라고 말했어요. 놀러 나가고 싶었나 봐요. 이놈 말하는 것 맞죠?
---「우리 아이가 말을 해요」중에서
몇 달 전부터 집에 있던 씽씽카를, 쳐다보지도 않아서 몇 번이고 시켜보려고 했지만 안 타던 씽씽카를 후각훈련이 끝나자마자 집요하고 끈기 있게 3시간이나 끌고 다니면서 잘 타는 거예요. 너무 신기했어요. 2차 훈련이 끝나고는 세발자전거는 엄청 잘 타고, 16인치 자전거도 잘 타게 됐어요. 그전에는 자전거에 억지로 태우는 것도 불가능했거든요. 집안에서는 씽씽카를 엄청 타고, 밖에 나가면 자전거를 탄다고 떼쓰는 것이 너무 즐거워요.
---「자전거를 탄다고 떼쓰는 것이 너무 즐거워요」중에서
설득할 수 있는 상황들이 많아졌어요.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 중단하고 다른 일을 하게 하는 게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한 5분 전만 말을 해주면 중단하는 상황이 생겨도 떼를 쓰는 경우가 현저히 줄었어요. 하고 싶은 일을 제지했을 때도 많이 흥분하지 않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구요. 좀 더 차분하고 의젓해졌어요. 집중력도 더 생기고 관찰력도 좋아진 것 같구요.
---「똑똑해지고 차분해졌어요」중에서
“다른 사람과 같은 냄새를 공유하지 않고는 남들과 관계를 맺기 힘들다.”
독일 드레스덴 대학교 연구진은 32명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후각장애 여부, 일상생활, 사회적 관계, 좋아하는 음식 등에 대해 심층면접을 했는데, 위 글은 실험에 참가한 한 여성의 말이다.연구진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정보를 후각으로 주고받는다고 설명한다. 후각에 문제가 있으면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닫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후각과 공감능력」중에서
“아이가 아픈 것을 잘 몰라요.”
자폐증 아이의 부모에게서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어떤 아이들은 넘어져서 무릎이 다 까졌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자기 몸을 계속 꼬집기도 한다. 자기 몸을 계속 꼬집는 것은 통증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방식으로 아이들이 반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행동에서 실제 쾌감을 느낄 수도 있고, 다른 작은 자극으로는 피부 감각을 느낄 수 없어 ‘감각적 체험’을 위해 꼬집는 것일 수도 있다. 안아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든가, 신체 접촉을 꺼리는 행동은 흔히 ‘촉각 방어’라는 용어로 불릴 정도로 자폐 아이들에게는 흔한 현상이다.
이런 반응과 관련된 연구가 있다.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는사람은 냄새를 맡는 능력도 둔감하다는 연구이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존 우드 교수팀은 통증을 느낄 수 없는 환자 3
명을 대상으로 후각능력을 실험했다. 이들은 발사믹 식초, 오렌지, 민트와 커피 등의 향을 맡지 못했다. 통증 감각과 냄새는 뇌로 전달되는 통로가 같다. 연구진은 이들 피부에서 뇌로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이온통로에 변화가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여기가 고장 나면 뇌에 냄새 신호를 전달할수 없다. …… 2015년에 발표된 연구는 후각기능과 자폐와의 연관성을 시사한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의 리론 로젠크란츠 연구팀은 자폐아는 악취에 대한 반응이 현격히 달라 후각 테스트를 통해 80% 정도로 정확하게 자폐아를 가려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 지금까지 후각기능 이상과 자폐증 사이에는 우리가 모르던 이런 연결고리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어떻게 고칠까?” 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후각기능 이상과 자폐증의 공통점」중에서
자연의학에서는 우리 몸을 하나의 유기체로 본다. 한 곳의 변화는 반드시 다른 곳의 변화로 이어진다. 우주는 아주 작은 변화도 지나치지 않는다. 인간은 소우주이다. 발에 가시만 하나 박혀도 걷는 모양부터 장기의 위치까지 다 바뀐다. 뇌신경 중 하나가 바뀌면 어떻게 될까? 그것이 포유류의 뇌를 극적으로 발달시켰고, 사회성의 기본이 되며, 감정과 기억에 엄청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후각은 뇌 발달의 방아쇠」중에서
평균에 맞춰져 있는 세상에 평균적으로 발달하기를 원한다면 아이들의 왜곡된 감각을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물론 모든 것이 안테나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안테나 하나 바로 세워서 좋아질 수 있다면 너무 반가운 일이다. 아이의 왜곡된 감각을 고치는 것은 아이가 세상을 정상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빠른 길이다.
---「후각은 모든 감각의 기본이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