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께서는 하필이면 이로움을 말하십니까. 어짊과 의로움이 있을 뿐입니다. 왕께서 ‘어떻게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 것인가’라고 말하면, 대부는 ‘어떻게 우리 집안을 이롭게 할 것인가’라고 말할 것이고, 사대부나 서민들은 ‘어떻게 내 자신을 이롭게 할 것인가’라고 말할 것이니, 위아래가 서로 이로움을 차지하려고 하여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중략) 왕께서도 또한 어짊과 의로움을 말씀하셔야 할 뿐이거늘, 하필이면 이로움을 말하십니까? --- pp.23~24
태산을 옆에 끼고 북해를 뛰어넘는 것을 가지고 남에게 ‘나는 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진실로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어른을 위해 나뭇가지를 꺾는 것을 가지고 남에게 ‘나는 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하지 않는 것이지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왕이면서 왕답지 않은 것은 태산을 옆에 끼고 북해를 뛰어넘는 것과 같은 일이 아닙니다. 왕이면서 왕답지 않은 것은 나뭇가지를 꺾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 p.41
내가 듣건대 관직에 있는 자가 그 직분을 다하지 못하면 떠나고, 간언의 책임이 있는 자가 그 말을 다하지 못하면 떠난다고 했다. 나는 관직에 있지도 않고, 나는 간언의 책임도 없으니, 내가 나아가고 물러나는 데 어찌 느긋한 여유가 있지 않겠는가? --- p.133
천하에 도가 있으면 덕이 작은 사람이 덕이 큰 사람에게 부림을 당하고, 현명함이 작은 사람이 현명함이 큰 사람에게 부림을 당한다. 천하에 도가 없으면 작은 사람이 큰 사람에게 부림을 당하고, 약한 사람이 강한 사람에게 부림을 당한다. 이 두 가지는 하늘의 뜻이다. 하늘의 뜻에 따르는 자는 존속하고,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자는 멸망한다. --- p.227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어짊이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의로움이며, 조심스러워하는 마음은 예의이며,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은 지혜이다. 어짊·의로움·예의·지혜는 외부로부터 나에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래 가지고 있었던 것인데,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 p.375
지금 넷째 손가락이 구부러져 펴지지 않는다고 해도 아프거나 일에 해가 되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것을 펴줄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진나라와 초나라 사이의 길이라도 멀다고 하지 않을 것이니, 그 손가락이 남만 못하기 때문이다. 손가락이 남만 못하면 그것을 싫어할 줄 알면서 마음이 남만 못하면 싫어할 줄 모르니, 이것을 비교할 줄 모른다고 하는 것이다.
--- p.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