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근본 가르침에 토대를 두는 이 책은 그간 대승과 소승의 대결 구도 속에서 각각 다르게 이해되어온 불교 사상에 새로운 흐름을 부여한다. 이 책의 제1부에서는 인도의 사상적 배경 속에서 불교가 발생하게 된 철학적, 종교적 맥락을 개괄하고, 붓다의 인식론, 존재론, 윤리학과 연기, 업, 윤회, 열반과 같은 교의를 통해 초기 불교의 근본 가르침을 경험주의적 입장에서 강조한다. 이러한 작업은 붓다가 감각 및 초감각적 지각을 통해 경험되지 않는 형이상학적인 것은 모두 거부했음을 입증하려 한 것이었다.
이 책의 제2부에서는 붓다의 사후에 변화하기 시작하는 불교 사상을 추적하여, 소승과 대승에서 이뤄지는 철학적 발전을 살펴본다. 먼저 학문주의 성향을 갖는 부파불교(소승)의 세 학파 상좌부, 설일체유부, 경량부가 아비달마 문헌에서 보여주는 각기 다른 철학적 해석을 검토함으로써 초기 불교와의 관계와 대승의 발전에 기여한 점을 살펴본다. 그러고 나서 대승불교의 두 학파 중관파와 유가행파에서 각각 초월론과 관념론이 발생하게 된 철학적 근거를 제시한 나가르주나와 바수반두의 저작들을 조명한다. 이 책을 통해 불교 사상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2500여 년 전 주창된 이래로 다양한 학파의 해석이 덧대어지며 다변화되어온 불교 사상의 큰 줄기를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견해를 통해 불교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다
역사적 맥락에 따라 불교 철학을 살펴보는 이 책은 대승과 소승 사이에 놓인 커다란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그간 수용되어온 불교 관념들에 독창적이고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다. 이를테면 지은이는 대부분의 서양 학자들이 ‘열반’을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으며, 인도의 수행주의 전통과 붓다의 요가 수련 경력을 설명함으로써 열반이 정의나 서술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의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대승불교를 중심으로 불교를 수용해온 우리의 입장에서 이러한 견해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복잡한 역사, 다양한 전적, 상이한 문화를 초월하여 불교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