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번역교육 수업 모델 연구의 출발점
본 연구는 전문번역교육 수업 모델을 설계하여 학습자 및 번역수업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실행을 통해 효용성과 한계점을 고찰하여 통번역대학원 교수자들이 참조할 수 있는 수업 모델을 제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실행연구이다.
통번역 수요의 증가, 니즈의 다양화로 인하여 통번역교육기관은 양적 팽창을 거듭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듯이 통번역대학원의 번역 교과 역시 주제별, 중점 분야별, 매체별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양적?질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문번역교육 현장에서는 검증된 교육 모델의 부재로 인해 교수자 개인의 경험에 의존한 교육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번역교육기관이 제공하는 교육의 질 제고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으나(정연일 2007: 118), 번역 교육과정 설계와 관련해 기초로 삼을 연구 모델이 충분치 않고(박옥수 2007: 167), 대학원 차원에서의 교수법 연구 성과가 빈약하며(이유진 2010: 124), 따라서 검증된 교육 방식이 특별히 없는 실정에서 전문번역교육은 각 교육기관이나 교수자들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김한식 2008: 13).
실제로 통번역대학원에서는 전문번역사로 활동하는 교수자들이 실무 현장에서 실제 수주한 텍스트를 과제로 제시하거나 자신들이 경험했던 번역 업무를 모방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방식은 학습자들을 간접적으로 실무 상황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방법임에는 틀림없지만 Kiraly(1995: 10-11)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일관된 방법론이나 교육의 원칙이 없다면 전문번역사가 수업을 담당하는 상황에서조차도 개별 교수자의 직관이나 일화적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번역수업에 일관된 방법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러면서도 학습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 학기 수업을 풍부하고 유기적인 활동으로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번역수업이 더욱 유의미해질 수 있는가. 연구자는 2011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일 번역수업을 처음 담당하게 되면서 이와 같은 의문점을 가지게 되었고, 신임 교수자 차원에서 참조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번역수업 모델의 설계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번역교육에 관한 국내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번역이론에 입각한 수업 환경 조성이나 교수 자료?교육 모델?피드백 등을 통해 체계적인 번역교육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번역이론 중에서는 특히 기능주의 이론을 번역교육에 적용한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정연일 2003; 전미연 2004; 김진숙 2011, 2012; 박미정 2013; 김대영 2014). 이는 기능주의가 번역이 이루어지는 실무 상황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모델일 뿐 아니라, 실제 맥락과 유사하게 수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유용한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는 측면 때문일 것이다(Nord 2006; Pym 2010; Colina 2010).
이밖에도 번역이론에 기초한 교수 자료 설계 연구로는 Reiss(1976)의 텍스트 유형론에 입각한 번역과제 텍스트 배열 모델(이상빈 2010), 이독성 공식을 활용한 번역텍스트 난이도 평가와 선정 기준(이미경 2012), 과업기반 방법론에 입각한 영상번역 수업 교안 설계(안미영 2012) 등을 찾아볼 수 있다.
교육 모델 측면에서는 기능주의 이론에 기반을 둔 현장형 번역교육모델(김진숙 2011), 텍스트성에 입각한 번역평가 활용 교육 모델(홍경아 2012; Kiraly 1995)의 사회구성주의 번역수업 방식에 입각한 과업중심 비즈니스 번역수업 모델(김현아 2014), 이론 실습 연계형 수업 모델(원종화 2013) 등의 연구를 꼽을 수 있겠다.
한편 피드백 방법 연구로는 Kiraly(1995)의 사회구성주의 번역수업에 입각한 다면평가 모델(강경이 2011), 과정 중심 접근법에 입각한 글쓰기 교육과 동료 비평(이상원 2008)과 상호작용적 피드백 사례(이미경 2011) 등이 있으며, 이와 같은 체계적인 번역교육을 위한 시도들이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러나 교육 분야의 연구가 본래 가지고 있는 광범위한 특성과 지면 제약 등으로 인해 대다수의 연구가 수업 운영 사례나 교수?학습의 일부 구성요소만을 다루는 데 머무르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여전히 번역수업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관한 통합적인 방안(교수학습 내용의 선정과 배열, 교수학습 활동?방법?도구에 이르기까지 수업에 포함되는 일련의 구성요소)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수업 모델 연구는 충분하지 않다.
연구 범위를 학부 차원이 아닌 전문번역교육으로 한정한다면 연구 성과는 더욱 제한적이다. 2015년을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중과 중한번역수업을 대상으로 현장형 번역교육모델을 설계한 김진숙(2011) 정도가 유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연구 축적이 상당히 빈약한 실정이다.
그마저도 한국어와 중국어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본 연구가 대상으로 하는 한 일 번역에 적용하기에는 제한이 따랐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대상으로 한 수업 모델 설계 연구로는 김종희(2010)가 있으나 학부 차원을 대상로 하고 있기 때문에 통번역대학원 실정과는 학습 목표나 내용, 방법 등의 측면에서 상이점이 있다. 결론적으로 한 일 언어를 대상으로 한 전문번역교육 수업 모델 연구는 현재로서 전무하다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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