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여자를 이끌던 남자가 슬쩍 뒤를 돌아 혼자 남겨진 아이를 바라봤다. ‘나중에 크거들랑 네 어미 말고 날 원망해라. 미안하고 사랑한다, 내 아들아.’ 차마 소리 내 말하지는 못하고 속으로 소리쳐 부른 뒤 남자는 아이에게서 시선을 뗐다. 그런데 홀로 남겨진 아이는 울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알듯이 두 눈을 꼭 감은 채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휘이잉. 또 한 차례 매서운 바람이 부부를 스쳐 지나갔다. ‘이대로라면?’ 자기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갓난아기가 견딜 추위가 아니었다. 남자가 눈빛을 굳히며 걸음을 틀었다. “여보.” “이대로는 못 가.” 결심 어린 말을 내뱉은 그가 향한 곳은 정문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공중전화였다. 탈칵. 동전을 넣고 번호를 누르는 사이 여자가 눈치 채고는 수화기를 가로챘다. “내가…… 내가 말할게요.” 차가운 두 눈이 다시 글썽이기 시작하자 남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물러났다. 그사이 통화가 연결됐는지 여자의 울음 가득한 목소리가 귓전에 들렸다. “복지회 정문에 아이를…… 데려다 놓았어요. 죄송해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요. 이거 하나만…… 약속해 주세요. 꼭…… 꼭 살려 주세요…….” 그녀의 간절한 소망이 어두운 밤하늘을 촉촉하게 적셨다. 통화가 끝난 후 두 사람은 이내 종적을 감췄다.
타닥. 잠시 후 홀트 아동복지회 안에서 한 여직원이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정문 앞에 남겨진 바구니 속을 바라본 직원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어머!” 놀람도 잠시 여직원은 빠르게 몸을 굽혀 아이를 안아 들었다. 두리번두리번. 혹시나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싶어 살펴봤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직원이 번뜩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지 강보에 싸인 아이를 내려다봤다. 두 눈을 꼭 감은 채 미동도 없는 아이. 코에서 뿜어져 나오는 김과 따뜻한 체온이 살아 있다는 걸 겨우 알 수 있게 해 줬다. “아가, 왜 울지 않니?” 그 모습이 너무도 애처로워 직원의 눈에서도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