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세상의 틀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세상을 만든, 세상을 변혁시킨 철학자들에 대한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한 철학자들이 추구한 문제들은 결코 그들의 시대에만 유효한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문제 역시 그들이 고민하고 묻고 해명하고 추구한 문제에 기반을 둔다. 시대는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생성되는 것이다. ‘지금 여기’의 우리보다 앞서 치열하게 문제를 사유한 철학자들은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현철하게 마주하게 한다. 이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도 이 세상과 나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현실은 꿈을 이루는 것이고 세상이 꿈꾸는 자의 것이라면,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꾸어 가기를 원하는 그대, 그 꿈을 위해 이 책을 만나보시라. ---「들어가는 말」중에서
철학은 언제, 어디서 시작됐을까. 사람을 사유하는 존재라 한다면 사유하는 존재인 사람이 살아가기 시작한 바로 그때부터 철학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중해 연안의 소아시아 이오니아 서쪽 항구도시 밀레토스에서 철학이 시작되었다 말한다.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으며,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세상은 어떻게 변화하며 그 변화의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그들은 신화적이고 시적인 비약, 은유적 표현이 아닌 비교적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답했다. ---「p.16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 [영원히 존재하는 것에 대하여]」중에서
에크하르트에 따르면, 진정한 자유는 모든 이름 붙일 수 있는 사물들에 의존하거나 메이지 않는 데서 가능하다. 사람은 자신의 활동이나 자신의 작품에 대한 보상, 어떤 선행이나 행위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생각 자체가 없을 때에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모든 근원 가운데 근원에 들어갈 때 비로소 자유는 찾아온다. 이러한 자기 방기 혹은 포기를 통해 신은 인간 영혼에 은총을 채우고 그의 신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건은 시간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영원성 가운데 일어난다. 은총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겸손과 청빈이 요구된다. 청빈이란 영적 가난함이다. ---「p.105 에크하르트, [장미는 이유를 모른다]」중에서
경험론적 사유의 중요성을 역설한 사람은 프랜시스 베이컨이지만, 이 사유를 하나의 학문으로 초석을 놓은 사람은 존 로크이다. 그를 이은 조지 버클리, 이 전통을 완결한 데이비드 흄 모두 “모든 지식은 경험과 관찰로부터 나온다”라는 원리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경험론자다. 경험론은 지식의 근원을 믿음에서 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세의 신학적 사유와 구별되고, 경험과 그 추동기관인 감각을 경시하고 오로지 이성의 논리적 절차에 의해서만 학문을 추구한 합리론과도 구별된다. ---「p.144-5 로크, [“모든 지식은 경험과 관찰로부터 나온다”]」중에서
헤겔은 철학의 역사에서 방대한 체계를 세운 마지막 철학자로 평가된다. 그는 철학이라는 개념에 체계가 반드시 포함된다고 생각한 마지막 세대이다. 철학은 순수사유에만 존재하는 논리에서 시작하여 존재하는 모든 것에 이르는 거대한 체계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전통적 철학관을 지배했다. 하지만 헤겔 이후 그런 생각은 변한다. 체계는 구체적이고 특수한 것들의 독자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런 생각의 대변자는 쇠렌 키르케고르였는데, 그는 헤겔의 철학을 가장 극적으로 비판하며 현대철학의 길을 열었다. ---「p.199 헤겔, [정신과 자유의 철학자]」중에서
‘철학은 시대의 아들이다’라는 말이 철학의 역사성을 천명한다면 ‘철학은 순교자다’라는 말은 여기서 더 나아가 철학이 단순히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불화하고 시대에 저항하는 것임을 말해준다. 시대와의 불화로 인해 죽임을 당한 서양철학의 아버지 소크라테스의 운명이 철학의 운명을 선취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철학은 현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현재를 비판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철학의 시대성과 순교자로서의 사명을 마르크스보다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철학자는 없을 것이다.---「p.229 마르크스,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중에서
서양의 근대 문명과 그 정신은 의심할 여지없는 인류의 중요한 유산이다. 계몽주의 정신에 입각해 스스로를 계몽시키고 성숙시킬 과제를 자각한 근대인들은 개인주의를 발전시켰고, 이 개인주의는 미국혁명, 프랑스혁명과 더불어 정치혁명으로 발전한다. 근대 계몽주의는 인간 개인의 이성을 과신한 나머지, 이성의 범주에 들어오지 않는 것들을 배제하는 배타적 이원론으로 발전했다. 배타적 이원론은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했는데, 하이데거의 사유는 이러한 근대 및 근대를 가능하게 한 서양의 존재론 및 사유의 특징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p.303 하이데거,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중에서
인간의 마음을 도덕성을 근거로 규정하는 것은 마음에 도덕성 외의 다른 기능이나 특징이 없어서가 아니다. 인간의 의식은 도덕성을 떠나 사고할 수 있다. 마음의 인지적 기능은 도덕성과 별도로 그 나름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다만 유가는 사실판단이 아닌 가치판단에 입각해 도덕성이 결여된 마음은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자연과학의 세계에서는 객관 사실만이 중요하며 선악과 같은 가치판단은 의미가 없다. 그렇지만 유가는 인간의 마음을 그러한 자연과학적 잣대로 예단할 수 없다고 본다. ---「p.428 맹자, [인간이 금수와 다른 이유]
」중에서
사물의 생성원리를 설명하면서 주희는 리와 기氣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모든 사물은 리와 기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기는 사물을 구성하는 재료이며 리는 사물이 존재할 수 있도록 규정짓는 본질과 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형식과 질료로 우주만물의 생성원리를 설명한 것과 그 이론구조가 흡사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얘기한 ‘형식’이 주로 사물을 규정짓는 보편자를 가리킨다면, 주희가 말한 리는 사물에 공통적으로 내재된 법칙을 의미한다.
---「p.465 주희, [모든 사물에는 리가 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