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geo)는 어원적으로 지구(earth), 땅(land)을 의미합니다. 땅과 함께 생활하는 우리 인간은 모두 땅과 어울려 땅에 순화되어 살고 있습니다. 지리는 동양에서는 ‘땅의 이치地理’를 의미하며, 서양에서는 ‘땅의 특징을 기술하다geography’라는 의미입니다. 인간은 땅 위에서 땅과 함께 숨 쉬며 땅을 닮아가는 존재인데, 지역별 땅의 다양한 특징을 파악하고 이해하며 땅 위에서 인간과 연계된 모든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지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인간은 모두가 지리적 인간, 즉 지리인(地理人, geo-huma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오로드(georoad)’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땅과 지구를 의미하는 ‘geo’와 길을 의미하는 ‘road’가 합쳐진 합성어입니다. 우리가 거주하는 땅 위에는 여러 종류의 길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걷는 길도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길, 죽으면 가게 되는 황천길 등 길의 의미는 실로 다양합니다.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그 의미가 무엇이든 간에 인간이 길을 따라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필요에 의해, 아니 필요에 의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이동합니다. 목적지가 나를 끌어당기는 요인, 즉 흡인 요인에 의해 이동하기도 합니다. 또한 현재 머무르고 있는 거주지가 나를 밀어내는 요인, 즉 배출 요인에 의해 지금 있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하죠. 물론 이동을 방해하는 요인에 의해 이동을 하지 않기도 하고요. 그러나 인간은 선사시대부터 지속적으로 이동을 해왔고, 그 결과 ‘길’이 만들어졌습니다. 다양한 이동은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내고 이는 고스란히 길이라는 매개체에 투영되어 우리에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우리나라 주요 교통로였던 삼남대로,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갈 때 이용했던 선비길, 지방에서 한양으로 물품을 이송하기 위한 수운 및 해운 경로인 조운길, 동서양 문명의 교역 중심 길인 비단길(실크로드) 등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인류의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는 문화유산 길입니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크고 작은 길 안에는 여러 시대에 걸쳐 이룩된 의미와 상징이 담겨 있습니다.---「‘지오로드’를 아시나요?」중에서
인류를 유지시키는 중요한 기제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성교제입니다. 마치 자석이 서로 반대의 극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사람들은 이성교제를 통해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서로 첫눈에 반하건 서서히 관계를 발전시키건 간에 사랑을 확인하려는 시도는 교제의 과정에서 계속되죠. 그리고 이러한 구애 과정에서 지금껏 숨겨온 온갖 색깔의 끼를 발산하고 핑크빛 무드에 젖어들다가, 커플링을 맞춰 끼며 더욱 깊은 연인관계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행위들은 이성교제 시 보편적인 행동이면서 사람마다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는 측면에서 매우 특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구상에는 연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특별한 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우선 사랑의 상징 하트! 하트(heart)는 심장의 모양을 의미합니다. 연애는 서로의 심장이 쿵쾅거리는 느낌을 동반하며 시작되죠. 지구 이곳저곳에는 하트 모양의 지형들이 있습니다.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만큼이나 다양한 하트 모양들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누벨칼레도니(뉴칼레도니아)의 ‘보(Voh)의 하트’ 입니다. 이는 맹그로브 나무의 군락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또한 호주의 대보초 주변에서는 하트 모양의 산호섬을 볼 수 있습니다. 서서히 자라면서 형성되는 산호초 하트는 시간이 갈수록 단단해지는 사랑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여수시 모개도에서 하트 모양의 섬을 볼 수 있어요. 또한 전남 신안의 비금도 주변의 하트 해변은 2006년에 방영되었던 [봄의 왈츠]라는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했답니다. 특정 위치에서 바라보면 하트의 모양이 나타나는 이곳은 마치 연인들이 의도적으로 서로의 장점은 부각시키고, 단점은 사각지대로 보내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최초의 연애 컨설턴트, 지구」중에서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마약의 대표가 아편이라면, 아메리카 대륙에서 생산되는 마약의 대표는 코카인입니다. 코카인은 코카나무 잎에서 추출하는 마약으로 중독성이 강하고 오남용 시 수면장애, 인성장애 등의 정신적 장애와 폭력, 반사회적인 행동 등을 유발하게 되어 지구상의 모든 국가에서 법으로 생산 및 사용과 유통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안데스 산지에는 우리나라의 대관령 주변 지역처럼 해발고도가 높지만 상대적으로 평탄한 알티플라노 고원이 있습니다. 이곳은 1년 내내 봄과 같은 날이 계속되는 기후 환경을 바탕으로 과거에 잉카 문명이 찬란하게 꽃피웠던 곳입니다. 알티플라노의 원주민들은 오래전부터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고산병을 막기 위해 코카나무 이파리를 씹어 먹었습니다. 그렇다고 이곳 사람들이 전부 마약 중독자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정제하지 않은 코카나무 이파리에는 마약 성분이 없기 때문입니다.(중략)
우리가 즐겨 마시는 코카콜라도 초창기에는 코카나무 잎을 삶은 후 코카나무 열매 추출물과 각종 향료를 섞어 만들었습니다. ‘코카’콜라의 이름은 바로 ‘코카’나무에서 따온 말입니다. 코카콜라를 줄여서 ‘코크(coke)’라고도 하는데 이는 코카인의 속어이기도 하죠. 물론 코카인의 마약 성분의 유해성과 위험성이 알려진 이후에는 콜라에 코카인 대신에 카페인을 첨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마시는 코카콜라는 엄밀히 말하면 ‘코카’가 없는 콜라인 셈입니다.---「코카콜라에 마약이 들어 있었다?」중에서
흔히 ‘뽀통령’이라고 불리는 뽀로로와 친구들은 한류의 주인공이며 세계화의 중요한 사례로 꼽히곤 합니다.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불편한 진실에 담겨 있습니다. [뽀로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계의 기후 구분 및 변화와 판의 이동, 해류에 의한 동물의 이동, 그리고 그들 간의 먹이사슬 관계가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뽀로로]의 배경은 ‘눈 덮인 숲 속 마을’입니다. 작품 속에서는 다설 지역에서 주로 짓는 경사가 급한 지붕이나 단순 침엽수림인 타이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전형적인 냉대 기후 지역의 특징입니다. 대략 러시아 동부, 혹은 캐나다 지역의 타이가 지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향후 [뽀로로] 영상 수출을 고려할 때 선진국을 타깃으로 삼는다면 미국 5대호 근처나 캐나다가 좋은 선택이 될 듯합니다.
그런데 등장 동물들의 실제 고향을 살펴보면 놀라운 특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주인공인 뽀로로는 남극 펭귄(한대 동물)입니다. 왕성한 호기심의 소유자 뽀로로가 남반구와 북반구의 해류를 따라 바다를 헤엄쳐 북반구의 타이가 지대로 이동해온 것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활달하고 사교성 좋은 펭귄인 ‘패티’는 뽀로로가 이곳에 정착하여 자신의 종을 이어나가기 위해 포섭한 미래의 반려자이자 ‘뽀로로 왕국’이라는 신세계 형성을 위한 여왕 펭귄입니다. (중략)
결론적으로, [뽀로로]의 배경인 냉대 타이가 지역에는 지구온난화, 판의 영향에 의한 대륙 이동, 해류의 영향으로 모이게 된 남극 한대 기후(EF) 출신의 뽀로로와 패티, 한대 기후(ET 및 EF) 출신의 포비, 냉대 기후(Df) 출신의 비버루피, 온대 기후(Cfa) 출신의 해리, 건조 기후(BW) 출신의 에디와 통통이(드래곤), 열대 기후(Af)와 아열대(Cw) 기후 출신의 상어, 크롱, 그리고 외계인 등의 등장 동물들이 함께 평화로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평온 상태는 이들의 먹이사슬 관계를 살펴보면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뽀로로와 패티는 상어에게, 루피와 해리는 에디에게, 에디는 포비에게, 포비는 크롱에게, 크롱은 머지않아 인간에게 잡아먹히는 안타까운 먹이사슬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이들의 가지고 있는 동물적 본능이 살아나는 날, 아슬아슬한 평온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뽀로로 마을은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뽀로로]를 보면 세상이 보인다」중에서
오늘날의 지름신이 ‘나의 욕구와 필요’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소’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물건을 사고자 할 때, 진정 내가 필요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사도록 유도되는 장소’에 있음으로써 그 물건을 사게 된다는 뜻입니다. 인간은 항상 장소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도서관 열람실에 들어서면 자동적으로 정숙하게 되는 것이나, 클럽에서 본능적으로 흥겨움을 느끼는 것, 또한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가서 물건을 잔뜩 사게 되는 현상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름신’이라는 존재가 백화점에서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지리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시작해봅시다. 백화점에는 ‘이것’이 없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창문과 시계입니다. 창문과 시계가 없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창문과 시계는 우리가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물건들입니다. 쇼핑을 하다가 창밖을 보면 ‘아, 벌써 어두워졌네. 이제 들어가야겠다’라든가, 시계를 보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하고 느끼게 되지요. 그래서 쇼핑몰에서는 그런 것들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이런 단순한 아이디어부터 백화점 내에서 소비를 촉진하는 지리를 재현합니다.
백화점 입구에는 명품 잡화와 화장품 코너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샤넬, 루이비통, 프라다, 구찌, 크리스찬 디올, 페라가모 등 이름만 들어도 고급스러운 각종 명품들이 주로 백화점 1층을 담당하는 브랜드들입니다. 그리고 각 층별로 영캐주얼, 여성 정장, 남성 정장, 스포츠, 가전제품 등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백화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고급스러운 사람들’로 변신합니다. 입구에서부터 계속해서 비싼 물품에 노출되다 보면, 나머지 위층에 있는 물품들의 가격대가 굉장히 인간적으로 느껴지지요. 여기서부터 백화점의 매혹이 시작됩니다. 고급스러운 향수와 화장품 향기를 느끼며 쇼핑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혹시 백화점에서 화장실을 찾는 데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었나요? 백화점 안내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대부분의 화장실은 모두 백화점의 구석에 위치합니다. 즉 특정 층에서 화장실을 가고자 한다면 5개 이상의 브랜드를 거쳐야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급한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고객을 계속해서 브랜드에 노출시키는, 교묘하고도 재미있는 백화점의 전략적 공간 기획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딱히 필요하지 않던 물건인데도 ‘필요한 물건이다!’ 혹은 ‘저렴한 물건이다!’라는 생각과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오늘날 백화점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만이 아닙니다. 각종 문화 행사나 문화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한 백화점에서는 갤러리, 문화센터, 웨딩센터를 운영합니다. ‘문화의 중심’을 지향한다는 슬로건 아래 소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교양 있는 공간으로서 백화점을 만든 것이지요. 또한 문화센터 내에서는 각종 스포츠 댄스, 바리스타교육, 노래 연습, 팝아트, 임산부 요가, 스트레칭 등 많은 프로그램들을 분기별로 운영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수강생이라면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 백화점을 방문하는 일에 익숙해질 것이고, 백화점에서 소비를 하는 것도 아주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되겠지요.
---「지름신이 내리는 장소는 따로 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