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입학시험, 입사시험, 승진시험, 하다못해 간단하게 SNS에 글을 쓰는 것까지
형태만 다를 뿐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이유는 자꾸 많아지고 있다.
간혹 글쓰기를 특수 집단의 탁월한 능력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타고난 능력으로 천재적인 솜씨를 발휘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간’과 ‘노력의 힘’으로 글쓰기 실력을 키우고 있다.
그러니 대단한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사람을 위해 가장 먼저 쓰인다.
나는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이다.
조금이라도 글쓰기를 편하게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냥 어려운 글쓰기’가 아니라, ‘나도 글을 쓸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가지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쓰기, ‘족쇄’가 아닌, ‘날개’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글쓰기가 필요한 시간」중에서
--- 본문 중에서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시절, 내세울 것이 별로 없었던 나는 늘 불안했고, 그 마음을 달래볼 요량으로 펜을 들었다.
펜이 없는 날에는 자판을 두드렸고, 그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날에는 메모지를 찾아 적어 내려갔다.
‘글쓰기’라기보다는 오히려 ‘마음쓰기’가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에, 계속 쓸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호기심을 잃지 않았던 게 아니었을까.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글쓰기도 그렇고 많은 일들이 그런 것 같다.
‘재능’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재능과 상관없이 시작되는 일이 있는 것 같다.
나에게는 글쓰기가 그랬다.
p. 25
영글지 못한 생각이나 서툰 표현들이 제멋대로 속살을 드러내고, 익을 대로 익어 저절로 터진 아람이 아닌 미생(未生)의 상태로 세상과 조율을 시도한 흔적이 역력하다.
첫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남편을 제외하고 아무도 몰랐다. 다른 가족들은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물론 나 스스로도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했다. 이게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
하지만 인생은 그런 것 같다. 처음부터 가치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지만, 훗날 다시 재평가되는 것
도 있는 것 같다. 「행복한 백만장자」가 그랬던 것 같다.
무엇을 위해서도 아니었고, 무엇 때문에도 아니었다.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도 아니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물리적 제한을 뛰어넘을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했고, 자아를 잊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는 글쓰기가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첫 책이었다.
p.28
타고난 재능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의 힘’으로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자신이 지킬 수 있는 글쓰기 규칙을 만들어보자.
새벽 4시에 일어나 5,6시간 동안 글을 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 새벽 4시에 일어나 오후 5시까지 글을 쓴다는 「7년의 밤」의 정유정 작가만큼은 아니어도,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글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하
는 시간’이 필요하다.
글 쓰는 시간을 정해놓고, 매일 글을 쓰자.
이번 책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쓰기 실력을 걱정하기보다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마음가짐에 집중해보자. 글 쓸 거리가 없다고 한탄하지 말자. 거창한 것만 쫓다가 놓친 것은 없는지 먼저 살펴보자.
글쓰기 또한 기술 이전에, 태도가 먼저라는 것을 잊지 말자.
쉬운 글쓰기는 세상에 없다.
p.52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문’은, ‘내 안에서 잠근 문’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처럼 견고하고 단단한 것이 없다. 그러나 경험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글쓰기를 진행하면서 그 문에 틈이 생겨나는 것을 보았고, 벌어진 틈 사이로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미는 모습도 보았다. 종국에는 자신의 손으로 문을 밀고 나오는 모습까지 보았다.
내 안의 문을 열어보겠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겠다.
내 생각을 점검해보겠다.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겠다.
나와 나를 둘러 싼 것들을 살펴보겠다.
삶 전체를 훑어보겠다.
어떤 이유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어느 경우든, 글쓰기가 마음의 문을 여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p.64
사실 첫 생각을 밀고 나가기만 해도 어느 정도의 글은 나온다.
첫 생각에 ‘자유로움’을 확보해줘야 한다.
글을 쓰기도 전에,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하면 쓸 게 없다.
내부 검열자의 요구를 외면해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완벽한 글쓰기’가 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회복’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배는 출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묶여있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글쓰기도 비슷하다.
글쓰기는 누군가를 위해, 평가받기 위해 탄생한 것이 아니다.
글쓰기의 궁극적인 방향은 ‘자기 해방’이며, ‘자유로운 삶’으로의 행복한 여행이다.
첫 생각을 포기하지 말자.
일필휘지(一筆揮之) 못할 거라고, 어떤 지적이 들어올 거라고, 미리 걱정 하지 말자.
적어도 글쓰기를 시작하는 지금은, 처음 떠오르는 생각이 정답이다.
처음 떠오르는 생각을 포기하지 말자.
p.66
제목은 글쓰기나 책 쓰기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물론 제목은 나중에 바꿔도 상관없다.
하지만 제목이 있는 상태에서의 글쓰기와 없는 상태에서의 글쓰기는 현저한 차이가 난다.
출항을 했는데, 바다위에서 나침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다.
제목, 제대로 가고 있는지, 방향에서 벗어났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첫 번째 도구이다.
제목을 정해 놓고 글을 쓰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의도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라는 의심이 생겼을 때, 빨리 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글을 쓰다가 꼬이면 맨 처음, 제목으로 돌아가자.
제목으로 돌아가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 다시 확인해보자.
글이 길을 잃지 않도록 수시로 제목을 들여다보자.
좋은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p.78
삭제, 부가, 재구성.
“글쓰기도 어려운데, 꼭 퇴고까지 해야 하나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고쳐 쓰기나 퇴고는 하지 않고 마구 쓰기만 하겠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 질문의 대답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명언으로 대신할까 한다.
“모든 초고는 걸레다”
사실 개인적으로, 몇 시간을 고생해서 쓴 글을 ‘걸레’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매일 나는 1,2시간씩 걸레를 쓰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고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이유는,
그의 말을 적당히 동의하는 이유는, ‘퇴고의 힘’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p.112
지금까지 댓글은 물론이며, 공감도 얼마 되지 않지만 블로그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처음부터 ‘블로그에 글을 써서 성공하겠어’라는 욕심으로 덤벼들었던 것이 아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하루에 한번, 혹은 일주에 2,3번의 블로그 글쓰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공개적인 장소에 쓰는 글은 아무래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한 번 더 들여다보기 마련이다.
어떤 표현이 더 적절할 지, 무엇을 더 소중하게 다뤄야 할 지 고민하게 된다.
그 고민에 누군가가 흔적, 예를 들어 댓글이나 공감을 달아주기라도 하면, 마치 짝사랑하던 사람에
게서 쪽지를 받은 것처럼 행복해지는 것도 블로그의 매력이다.
블로그, 글쓰기 열정을 식지 않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이름이다.
p.150
글쓰기를 위한 최고의 비법이 “많이 쓰기”이라면, 글쓰기 최고의 친구는 “독서”이다.
독서가 인생을 위한 진짜 공부라는 측면을 떠나, 글쓰기만 봐도 ‘독서를 하는 사람’과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의 글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오늘부터 10분만이라도 독서를 시작하자.
유시민 작가는 글쓰기 영업 비밀을 두 가지로 단순화 시켜 이야기했다.
“첫째, 정확한 어휘와 훌륭한 문장으로 된 글을 읽고, 또 읽으세요.
둘째, 계속 쓰세요.
컴퓨터가 되었든 메모지가 되었든 매일, 꾸준히 1년만 써보세요.
그러면 1년 뒤에는 분명 나아져있을 거예요”
결국 한 줄로, ‘많이 읽고 많이 쓰기’이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정직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p.160
글을 쓰기 위해 세상과 단절하거나 고립될 필요는 없다.
글을 쓰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혼자 산으로 갈 필요도 없다.
오히려 ‘산’이 아니라, ‘삶’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세상의 그 무엇도 ‘삶(살아가는 것)’보다 우선일 수 없다.
어른들 표현처럼, ‘한 평생 잘 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생을 잘 살아내기 위한 여러 방법 중에 ‘글쓰기’가 있을 뿐이다.
아침에 일어나 식탁에 밥상을 차리는 일상, 새벽밥을 먹고 직장으로 달려가는 일상, ‘이 곳만 아니면 되는데’라는 일상, 그런 ‘일상성’을 벗어났을 때, ‘완벽한 글’이 나온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인생은 ‘고요한 밤’이 아니라 ‘질퍽한 밥’에 더 가깝다.
글쓰기는 질퍽한 밥 한 그릇 후에 마시는 한 모금의 물과 같다.
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글을 쓰면서 새롭게 깨달은 사실이 있다.
“글쓰기는 삶을 껴안는 방법이며, 삶을 사랑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계속 써내려가야 한다.
멈추지 말고 계속 써내려가야 한다.
‘지금까지의 당신’과 만나야 하고, ‘앞으로의 당신’과도 만나야 한다.
진짜 글쓰기를 해야 한다.
p.219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