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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같은 사람들이 나를 지우려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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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같은 사람들이 나를 지우려 할 때

: 희미해진 내 자신을 선명하게 덧칠할 시간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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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9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64쪽 | 300g | 114*162*30mm
ISBN13 9791188090259
ISBN10 118809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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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나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라져 가는 나를 찾아낼 시간 말이다. 희미해진 내 자신 위에 선명하게 덧칠할 시간. 그렇게 되새겨지는 나를 오롯이 마주 보고, 집중해서 살피고,
웃으며 격려할 시간. 나는 여기에 있다. 아주 잘. 지금 이렇게 살아 있다. 살고 있다!
---「나 덧그리기」중에서

가장 마음이 잔잔할 때가 언제인가 생각해 보니, 바로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때였다.생각은 늘 걱정으로 이어졌고, 걱정은 항상 자신의 뒤에 물음표를 달았다. 물음표는 항상 답을 원했고 결국 답을 찾으려고 생각 속으로 빠져들다 보면 또 걱정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걱정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걱정은 의문문이다」중에서

홍수가 나면 미리 알아 두었던 피신 가능한 길을 통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 대피하라고 배웠다. 하지만 예상과 현실에는 차이가 있다. 아니, 사실상 그것은 전혀 다르다. 내가 예상하는 나의 삶에는 항상 나를 위한 시간이 존재했다. 오늘을 정리하고 내일을 계획할 시간. 하지만 현실에서는 밀린 일거리와 밀쳐 둔 관계의 문제들에 잠식되지 않으려고 바짝 긴장한 내 모습이 보인다. 아니, 그것이야말로 흔하디흔한 풍경이었다. 나를 위한 시간 같은 건 사치였다. 시간에 내쫓길 땐 대피할 곳도 없었다. 구조해 줄 사람도 없었다. 나는 순식간에
떠밀려 갔다.
---「대피와 도피」중에서

새벽하늘 어딘가에 숨은 고향 별의 향기를 실어 온 듯한 착각이 들고. 왠지 모를 그리움에 자꾸만 깊이 숨을 들이마시게 된다. 그 짧은 새벽이 지나가는 것은 늘 아쉽다.
새벽은 내게 참 특별해서, 그 시간에는 잠들고 싶지 않았다. 새벽에만 느낄 수 있는 정서라는 게 있고, 그걸 놓치면 내 하루의 소중한 무언가를 놓치는 듯해서이다.
---「피터 팬을 기다리는 웬디」중에서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나타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눈을 깜빡이면 짠 소금물이 툭 떨어질 것만 같아 먼 산을 바라본다. 자칫 그 한 방울이 열 방울로 늘어나고, 열 방울이 눈물줄기로 이어질 것 같아 자꾸만 천장에 뭐가 있는 듯 눈꺼풀을 한껏 들어 올린다.
왠지 모를 서러움, 시간의 압박감에서 오는 스트레스, 관계의 이유 모를 삐거덕거림, 엄마의 한숨, 미래에 대한 불안.
아, 이런 것들이 내 안에서 죄다 녹아 바다가 되어 버린 건가?
---「눈물의 배신」중에서

“너 걸음이 빨라.”
뭐, 혼자 걷는 내 빠른 걸음도 나쁘지 않았다고, 씩씩했다고, 능률적이었다고 스스로 위안을 해 본다.
살짝 늦게 깨달아 민망하지만, 이제는 속도를 늦춰 걸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걸음에 맞춰 걷는 일. 나도 그 나란하고 다정한 산책 같은 걸음의 주인공이 되어 보고 싶다.
---「걸음의 속도」중에서

그렇다면 내가 말로 나를 가두는 일, 안일한 마음으로 내 가능성을 스스로 덮어 버리는 일을 꼭 해야 하겠는가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더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단정을 짓지 말자. 우리는 다 파랑새다.
---「파랑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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