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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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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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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7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242g | 128*188*20mm
ISBN13 9788932917757
ISBN10 8932917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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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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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엄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과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 대학원에서 라틴 아메리카 소설을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는 루이스 세풀베다의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 『길 끝에서 만난 이야기』, 『우리였던 그림자』, 공살루 M. 타바리스의 『작가들이 사는 동네』, 『예루살렘』, 로베르토 아를트의 『7인의 미치광이』,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인상과 풍경』, 리카르도 피글리아의 『인공호흡』, 사비나 베르만의 『나, 참치여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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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예전에는 잘 날아다녔단다. 하지만 지금은 날 수가 없구나. 옛날에, 그러니까 너희 달팽이들이 이 들판에 살기 훨씬 전에는 나무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지. 너도밤나무, 밤나무, 떡갈나무, 호두나무, 참나무 등등, 셀 수 없을 정도였어. 그때만 해도 모든 나무들이 다 내 집이나 마찬가지였단다. 밤마다 나무들 사이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녔지. 사라져 버린 나무들에 대한 추억이 쌓이면서 몸이 너무 무거워지는 바람에 이젠 날 수조차 없구나. 보아하니 넌 아직 어린 것 같은데. 하지만 지금까지 네가 본 것, 쓴맛이든 단맛이든 네가 여태껏 맛본 것, 그리고 비와 햇빛, 추위와 밤, 그 모든 것들이 너와 함께 움직이다 보니 무거울 수밖에. 그 무게를 다 감당하기는 아직 네가 어리기 때문에 몸이 느린 거란다.」
「이렇게 느려 터져서 뭘 한단 말이에요?」 달팽이가 볼멘소리로 투덜거렸어.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로서도 해줄 말이 없구나. 그 대답은 너 스스로 찾아야만 해.」
--- p.20~21

껍질 안은 칠흑처럼 깜깜했어. 그 좁은 공간 속에 몸을 다 밀어 넣다 보니 그의 목과 머리, 그리고 더듬이와 눈이 하나로 뒤엉켜 껍질과 똑같은 모양이 되었지. 하지만 이런저런 상념에 사로잡히는 바람에 쉬이 잠을 이루지 못했어.
든든한 납매나무와 친구들을 떠난 게 실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목소리 ─ 분명 자기 목소리는 아닌데 ─ 가 그의 귓전에 계속 울려 퍼지기 시작하는 거야. [달팽이들이 느린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그리고 네 이름, 그러니까 너만이 갖는 이름은 너라는 존재를 특별하고 분명하게 만들어 줄 테고. 생각해 봐!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 p.32

「어르신들의 말씀이 맞아요.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새로운 민들레 나라를 찾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요.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여기서 얼마나 더 가야 되는지도 모르니까요. 더구나 가는 도중에 우리가 어떤 위험에 부딪힐지,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이 다 같이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찾는 새로운 민들레 나라는 앞에 있지, 뒤에 있지는 않다는 점이에요. 어떤 일이 있어도 저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저와 함께 가든지, 아니면 우리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든지 알아서 결정하세요.」
말을 마친 반항아는 느릿느릿, 아주 느릿느릿하게 앞으로 나아갔단다.
--- p.71

「이젠 모든 게 끝장이로군요. 전 결코 달팽이들을 새로운 민들레 나라로 데려다주지 못할 거예요. 제가 수리부엉이님만큼 아는 것이 많았다면……. 하지만 저는 그저 느린, 그것도 아주 느린 달팽이에 지나지 않는걸요.」
「내가 주변을 관찰하고 뭔가를 파악할 줄 아는 건 타고난 본성이란다. 달팽이 네게도 좋은 점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느리다고 한탄만 하고 있어서야 되겠니? 내가 [반항아]라는 이름의 달팽이를 알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네가 몇 걸음 가다가 뒤에 누가 쫓아오는지 보려고 고개를 돌리는 거북이처럼 느린 덕분 아니겠니. 넌 코앞에 닥친 위험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서 그들을 구하려고 애를 쓰는 용감한 달팽이란다. 그러니 반항아야,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 테니 다시 한 번 용기를 내봐.」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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