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인생의 낭비라는 사람도 있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SNS를 하지 않는 MZ세대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자신이 게시물을 올리지는 않더라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중 하나쯤은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는 통로로 사용한다. 특히 MZ세대가 주목하는 콘텐츠는 타인의 ‘일상’이다. 세대, 성별, 직업, 주제는 상관없다. 특별한 일 없이 흘러가는 평범한 일상이어도 괜찮다. 나와 비슷한 모습에는 공감하고, 조금 더 나은 삶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내 주변에서 본 적 없었던 색다른 일상이라면 더 알고 싶어 하며 ‘구독’을 누르고 예능처럼 챙겨보기도 한다. 특히 2019년은 사회나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을 따르는 ‘마이싸이더’의 해로, 선생님, 변호사, 트렌스젠더, 성소수자, 회사원 등 자신이 추구하는 방식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마이싸이더’들이 유튜브와 SNS에 자신의 삶을 드러냈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확인한 한 해였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만 켜면 나와 닮거나 다른, 수없이 많은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오늘의 환경이 MZ세대를 ‘다만추 세대’로 진화하게 했다. --- p.63
영화 [토이스토리3]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는가? 주인공 앤디는 자신의 어린 시절 전부와 같았던 장난감들을 이웃집 아이에게 넘겨주고 대학 기숙사로 떠난다. 앤디의 둘도 없는 절친이었던 우디는 손을 흔들며 “잘 가, 파트너(So long, partner)”라고 읊조린다. 세상 슬픈 이 이별 신에서 이들의 찐 우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은 과연 어떨까? 관태기를 앓던 MZ세대는 더는 인간관계에서 찐 우정을 기대하지 않는다. 나와 모든 것이 통하는 끈끈한 관계도 좋지만, 이런 친구는 찾기도 힘들고 관계를 이어가기도 어렵다. 진하고 끈끈해야만 친구인가? ‘가끔 만나야 오래 본다’고, 간간이 인스타그램 DM으로 안부를 물어오는 친구가 더 반가울 때도 있다. 인스타그램 DM과 같이 온라인에서의 넓고 얕은 소통에 익숙해진 MZ세대는 관계에 대한 기대가 낮다. 이들은 휘발적인 관계에 만족하고 이 관계가 더는 지속되지 않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또한 온라인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데 거부감이 없으며 온라인에서 처음 만나는 누군가와도 서슴없이 소통한다. 이렇듯 가볍고 휘발되는 관계에도 만족하며 누구나와 친구가 될 수 있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후렌드’라 칭한다. --- p.98
2017년, MZ세대는 자신의 힘으로 사회를 바꾸는 경험을 했다. 이후 이들은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며 소신 태클을 거는 ‘화이트불편러’로서, 그리고 작은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고 일상에서도 소신을 표현하는 ‘소피커’로서 꾸준히 선한 영향력을 미쳐왔다. 이런 MZ세대의 지속적인 소신 표현으로 도덕, 정의, 공정에 대한 사회의 기본값이 높아졌다. 어릴 적 재미있게 봤던 개그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다시 보면, 이젠 불편함을 느낀다. 별생각 없이 보고 넘겼던 기업의 홍보 문구가 눈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차별을 조장하는 댓글을 보면 ‘요즘이 어느 시댄데!’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2019년, MZ세대는 자신들의 선한 영향력이 바꾼 건강한 사회를 일상 곳곳에서 실감하고 있다. ‘올바름’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가진 MZ세대는 불편함에 목소리를 내고, 개인의 일상에서 소소하게 표현해온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며 변화를 만들어간다. 개개인의 참여가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기에 단 1그램이라도 참여하려 노력한다. 혼자서 해결하기 힘든 문제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뭉쳐 솔루션을 제시하고 실질적인 변화까지 이루어낸다. 나의 티끌 같은 참여도 뭉치면 태산이 될 수 있다고 믿으며 세상을 바꿔나간다. 높아진 올바름에 대한 기준으로 소신을 표현하고 실질적인 변화까지 이루어가는 MZ세대. 먼저 행동해서 선한 변화를 이끄는 능력, 이를 ‘선취력’이라 부른다. --- p.138
페이스북에서 누군가의 더러운 방 사진을 봤다. 당신이라면 어떤 행동을 하겠는가? 아마도 ‘정말 더럽다’고 생각만 하거나 무관심한 태도로 피드를 내릴 것이다. 하지만 MZ세대는 ‘더’ 더러운 내 방 사진을 첨부한 댓글을 게재한다. 2018년에 신뢰하는 사람에게 손을 들어 동감을 표현하던 MZ세대는, 이제 내 손을 맞대어 손뼉을 치며 참여한다. 더러운 방 사진을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내 방 사진을 올리며 한술 더 뜬다. 즉, 단순하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한다. 그리고 기꺼이 즐길 수 있는 ‘판’이 존재하는 콘텐츠에 반응한다. MZ세대의 한술 더뜨기 성향으로 인해 콘텐츠에서도 ‘내가 재밌게 놀 수 있는 판이 있다면 기꺼이 즐기겠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그렇다면 그들은 판을 찾기만 할까? 아니다. 자발적으로 나서서 판을 만들고 이끌어가기도 한다. 플레이할 판이 크든 작든 개의치 않는다. 그저 ‘재밌으면’ 된다. 그리고 ‘숟가락을 얹을 수 있는 요소만 있으면’ 된다. MZ세대는 이미 벌어진 판에 참여하기도 하고, 주도적으로 판을 벌여 플레이하기도 한다. 이에 놀거리가 있는 판을 찾거나 놀 수 있는 판을 만드는 MZ세대의 행위를 ‘판플레이’라 칭한다. --- p.172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용량은 잡아먹지 않되, 언제 어디서나 내가 필요한 만큼 더 많은 용량을 쓰고 싶을 때 사용하는 클라우드. MZ세대는 소비에도 클라우드를 응용한다. 이들은 애초에 원하는 모든 걸 가질 수 없다는 걸 안다. 심지어 소유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필요한 만큼만 선택적으로 소유하고, 나머지는 잠시 저장해둔다. 그러면서 내가 원하면 언제든, 바로 옆에 원하는 효용과 닿아 있기를 원한다. 필요할 때 언제든 클라우드에 저장해둔 것을 꺼내 쓰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MZ세대에게 소비는 더는 다다익선이 아니다. 최적의 만족을 위해 밸런스를 꼼꼼히 따지는 ‘밸런스익선’이다. 가심비 와 나심비 를 거치며 이들에게 소비를 통한 정서적 만족감은 당연해졌다. 이제 중요한 건 내게 어떤 만족을 주는지가 아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만족을 주는지다. 필요한 건 확실히 더하고 아닌 것은 가차 없이 덜어낸다. 내게 남는 ‘잉여’는 공유로 돌리며 궁극의 밸런스를 맞춰간다. 공간, 제품, 서비스뿐 아니라 개인의 능력까지. 그 범위에도 한계가 없다. 소비 밸런스를 통해 궁극의 만족을 완성해가는 MZ세대에게 만족스러운 삶이란 멀리 있지 않다. 먼 미래의 거창한 행복을 꿈꾸며 이를 위해 견뎌내는 하루는 어울리지 않는다. 당장 오늘이 삶이고, 바로 지금이 내가 가장 행복해야 마땅한 순간이다. 당장 나의 불편을 없애주고 니즈를 채워주는 모든 순간이 삶의 질이다. 안 그래도 빡빡하고 어려운 인생, 매 순간이 궁극의 만족으로 가득 차길 바라며 소비 밸런스를 유지하는 MZ세대의 ‘클라우드 소비’를 들여다보자..--- p.208
광고 속 직장의 모습이 달라졌다. 피로회복제를 건네는 상사에게 “피로회복제도 좋지만 사람을 더 뽑아주세요”라고 말하고, 야근 전 저녁 식사 메뉴를 물어보면 퇴근을 시켜달라고 한다. 오늘날의 MZ세대에게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없다. 일에서 의미를 찾고, 나아가 일과 자신을 동일시하기까지 했던 직전 세대와 비교하면 일을 대하는 가치관이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그렇기에 맹목적 애사심을 갖지도 않고, 회사 내에서 맺는 인간관계에도 과거와는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팩트광인 동시에 화이트불편러가 되길 주저하지 않는 MZ세대는 공정함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부당한 일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의 성장 가능성과 성취를 제1의 가치로 생각해 취업 후에도 자기계발을 비롯한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나간다. 이런 가치관을 지닌 MZ세대는 다양한 일에 도전하기 위해 샐러던트(saladent, salaryman+student)가 되길 주저하지 않으며, 시간을 쪼개 N잡러가 되기를 자처한다. 직장, 직장인의 모습이 달라지는 동안 아르바이트생과 아르바이트 시장에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르바이트가 더는 정규직의 하부구조에 머물지 않고 자체적인 영역을 형성하여 정규직이라는 시장과 동등한 위치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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