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음식 재료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것은 ‘기미(氣味)’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다. 기미는 음식의 따뜻한 성질과 차가운 성질 그리고 맛의 작용이다. (중략)

기미가 중요한 이유는 인체 내의 평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인체는 기운과 혈액의 순환 그리고 오장육부의 활동이 항상 균형적이고 평형상태를 유지해야 건강하다. 만약 평형상태가 깨지고 한쪽에 편중하면 질병이 발생한다. 좋아하는 음식을 편식하면 기미가 편중되고 기미가 편중되면 평형이 깨져 질병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것이 음식독이다. 예를 들어 차가운 기미가 편중되면 냉병을 일으키고, 뜨거운 기미가 편중되면 열병을 일으킨다. 또 한 장부에 기미가 편중되면 장부병을 일으키고, 그 장부에 속한 기관들도 병이 든다.

현대의 많은 질병이 기미의 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고혈압·당뇨병·암·골다공증 같은 성인병, 위장질환·간질환·심장질환 같은 장부병, 분노조절장애·화병·우울증·불면증 같은 정신질환, 안구건조증·백내장 같은 눈 질환을 비롯한 이목구비와 인후의 많은 질병이 기미의 편식에서 발생한다.
---「머리말」중에서

매운맛의 발산작용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 기운과 혈액을 빠르게 순환시키고, 체하거나 뭉친 것, 막힌 것을 뚫고 흩어뜨려 통하게 한다. 매운맛이 곧 순환제이며 노폐물을 제거하는 약이다. 매운맛을 적당히 먹으면 순환장애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 p.87

모으기만 하고 내어주는 데 인색한 사람이 신맛을 즐기면 욕심꾸러기가 된다. 욕심꾸러기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강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하다. 배려심이 부족한 이기주의자는 신맛을 멀리해야 한다. 짠맛은 신맛보다 더 응축하는 맛이니 자린고비는 짠맛을 금해야 한다.
--- p.179

덥고 습한 여름에는 제습기를 써서 습기를 제거하고 냉방기를 써서 온도를 낮추어야 곰팡이와 세균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제습기의 역할은 매운맛이 하고 냉방기의 역할은 쓴맛이 한다. 인체의 습열은 맵고 쓰고 찬 것으로 제거할 수 있으니 맵고 쓰고 찬 것이 면역력을 기르고 항생제의 사용을 줄이는 약이 된다.

<b>사람은 맛에 살고 맛에 죽는다</b><br/><br/>인간이 먹는 모든 음식물은 맛을 가지고 있다. 달고, 쓰고, 맵고, 짜고, 시고, 떫고, 담담한 맛은 나름대로의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으며, 치료제로서의 작용을 한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요즘, 현대인은 음식을 먹을 때 맛의 좋고 나쁨을 따지면서 당장 입맛에 맞는 것만 먹으려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음식을 먹을 때는 기미(氣味)를 제대로 알고, 편식을 멀리하여 인체의 평형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임을 알아야 한다. <br/><br/><b>맛,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이 된다</b><br/><br/>단맛은 에너지원이므로 몸이 약한 사람에게는 보약이 되지만 습열을 일으키며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대인이 외면하는 쓴맛은 사람의 몸과 정신을 단단하게 하며, 소염제 역할을 한다. 매운맛은 스트레스를 풀어 주지만 지나치면 상기증(화병)의 원인이 된다. 신맛은 피부를 매끄럽게 하는 화장품 역할을 하지만 몸이 비만한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짠맛은 굳은 것을 단단하게 하며, 끈기와 근성을 길러 주지만 지나치면 신장을 손상한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다양한 맛은 우리 몸에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니, 굳이 비싼 약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감지하여 몸이 필요로 하는 맛을 찾아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br/><br/><b>이 책을 읽고 나면 밥상이 자연스럽게 바뀐다</b><br/><br/>이 책을 읽다 보면 맛의 세계가 참으로 오묘하고 다소 복잡하게도 느껴져서 오히려 ‘무얼 먹고 살지?’ 하는 고민이 생긴다. 고민하지 말자. 책의 뒷부분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것은 자연의 질서에 따라 그 계절의 기운이 들어 있는 제철음식이다. 기후 변화에 맞추어 우리 땅에서 나는 식품을 골고루 먹으면 웬만한 병은 생기지 않는다. 제철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제철과일 포함)로 밥상을 차리는 것이 가족을 지키는 건강 밥상의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