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을 주제로 했던 교양도서『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가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 시작한 것은 1999년의 일이었다. 그해 출판계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 중의 하나로 인정 받았던 이 기획도서는 재미있는 캐릭터가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서 중간중간 관련된 과학 상식을 보여주는 형식을 취했다. 무겁지 않은 책의 분위기에, 누군가 물어오면 궁금해할 만한 과학적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는 것이,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까지 인기를 끈 비결이었다. 그리고 2001년 같은 주제의 어린이용 학습만화 시리즈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이 아이세움에서 출간되기 시작하여, 2002년 8월 제 4권 `빙하' 편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두 시리즈의 출간 연도의 간격을 보아도 알 수 있겠지만,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은 단순히 앞의 시리즈가 성공하였기 때문에 그 열기에 편승하고자 서둘러서 대충 만들어진 시리즈는 아니다. 그렇게 판단하게 되는 1차적인 이유는 책을 펼쳐 들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그림과 채색의 완성도 때문이다. 컴퓨터로 채색된 그림이지만, 채색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보면 붓터치가 매우 정성 들여 작업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고, 사용된 색도 전체적으로 시중에 나온 많은 컬러 학습만화와는 분명하게 격을 달리한다. 물론 그런 채색 작업이 돋보일 수 있는 것은 만화 작가의 깔끔하고 능숙한 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개성 있고, 명랑한 캐릭터들의 출현과 익살스런 연기, 그리고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어린이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는 점이다. 만화 문외한의 과학분야 전문가가 아니라, 만화의 스토리를 전문으로 하는 작가가 이야기를 이끈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시리즈가 지금처럼 꾸준하게 사랑 받는 이유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점은 실용성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린이용 교양도서의 주요한 주제인 과학, 특히 지구과학, 생물, 물리 영역의 상식이 풍부하게 소개되고 있고 이 점이 학부모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 `빙하' 편에서는 극지방의 역사와 환경 소개, 남극과 북극의 차이, 극지방이 추운 이유는 물론, 빙하의 종류, 얼음에 관한 상식, 극지방 탐험에 관한 역사적 사실, 극지방의 동물 소개, 오로라와 기타 기상 현상, 자기장, 지구 온난화 등 알아두면 뿌듯한 과학 상식이 사진과 함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