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책 읽기가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 읽은 것들이 나의 우주를 만든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누구도 자기의 우주 바깥으로 나가 살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자기가 만든 우주 안에서만 숨 쉬고 생각하며 살 수 있어요. 책을 읽는다는 건 그 우주의 경계를 더 넓게 밀어 가며 확장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해서 자기의 우주가 넓어지면 그만큼 운신의 폭이 넓어지니 자유로워지는 것이고요. 그래서 나는 책 읽기를 자기만의 우주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책을 아주 안 읽거나 읽더라도 조금만 읽은 사람의 우주는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요? 아마도 독방같이 협소한 공간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요? 그 사람은 어쩌면 자기의 우주가 그런 좁고 누추한 곳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 p.22
그러므로 지적으로 풍요한 삶을 누리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만의 서재를 갖추어야 합니다. 평론가인 와타나베 쇼이치는 《지적 생활의 발견》에서 “자신만의 라이브러리를 꾸미는 즐거움”을 얘기합니다. 자기만의 도서관을 꾸미는 즐거움을 모른다면 과연 진정한 교양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는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지적 생활이란 꾸준히 책을 사들이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만의 도서관을 꾸미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먼저 책을 가지런히 정리해 둘 수 있는 공간을 집 안에 확보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그곳에 서가를 들이고 그 서가에 꽂을 만한 책을 모아야겠지요. --- p.44~45
책 읽기는 타자라는 거울을 빌려서 자기를 비춰 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를 돌아보고 성찰하면서 자기 생각을 확장하는 것이지요. 또 새로운 것과 접속을 하고 자기 삶에 대한 쇄신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책 읽기를 통해 자기 삶을 보다 의미 있게 만들어 갑니다. 또 나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타주의적인 삶의 중요성을 깨우칠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책 읽기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 p.51
책을 읽을 때는 저자와 서로 생각을 주고받는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읽어야 해요. 저자의 생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반론을 제기하면서 읽는 거지요. 그렇게 하면 책 읽기가 훨씬 입체적으로 변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그저 문장만 따라갑니다. 그렇게 피동적으로 문장만 따라가며 읽다 보니 앞부분을 잊어버리면 돌아가서 다시 읽고, 그렇게 애를 쓰다가 결국 다 못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책을 읽는 사람들 중 열에 아홉은 내용을 기억하는데 집착을 해요. 그래서 책 읽기가 더디고, 읽더라도 오십 쪽쯤 읽다가 포기하기 일쑤입니다. --- p.88
종종 어떤 글이 잘 쓴 글이냐는 질문을 받는데, 나는 그때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자기답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 글, 잘 쓴 글이라고 얘기합니다. 또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훌륭한 작가들은 모두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어요. 박경리, 이청준, 최인훈, 김연수, 김훈, 카프카, 보르헤스, 헤밍웨이, 나보코프, 로맹 가리…… 각자 삶의 파고를 헤쳐 나가며 하나의 스타일을 완성해간 작가들입니다. 모두 스타일이 좋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작가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고요. 스타일이라는 것은 곧 쓰는
사람의 삶, 경험, 자세, 태도가 글로써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 p.101~102
나는 강연을 할 때 특히 이십 대에 자신만의 삶의 원칙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써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 자신만의 도덕과 규범을 만드는 가장 쉽고 좋은 방식은 무엇일까요? 나는 인생 선배들이 쓴 훌륭한 책들을 읽는 것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들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살면서 그런 책들을 읽어 나가야 자기만의 숨은 도덕과 규범, 질서를 위한 튼튼한 토대를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인생에서 거센 파도를 만나더라도 극복할 힘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 p.125
나는 실용적 목적을 위한 책 읽기는 매우 편협한 독서 행위라고 봅니다. 그것은 단지 외부의 정보를 자기 내부로 옮기는 일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독서 행태는 보람과 성취감은 있을지 모르지만, 책 읽기에 따라오는 “부싯돌로 불꽃을 일으키는” 것 같은 깨달음과 지속적인 기쁨은 없어요. 아울러 인격을 닦거나 사유의 폭을 넓히고 통찰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또 꾸준히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어 주지도 않고요. 나를 성장하게 하는 책 읽기는 그보다 훨씬 더 폭넓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실용적 독서’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 p.144
대개 훌륭한 책들의 저자는 ‘앎의 거인들’입니다. 그들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앉아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어요. 두루 많이 알고 비범한 능력을 갖춘 저자가 쓴 책을 읽으며, 그 폭넓은 앎과 비범한 능력을 빌려 세상을 넓게 바라볼 수 있는 거지요. 또 무른 인격을 다져 고매함에 이른 사람치고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 p.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