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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가 내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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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가 내게 묻다

: 당신의 삶에 명화가 건네는 23가지 물음표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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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628g | 152*215*30mm
ISBN13 9791185459493
ISBN10 1185459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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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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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왜 좋아하냐는 질문에 관한 나의 대답은 하나다. 그림을 통해 마주하는 타인의 삶이 결국 내 앞에 놓인 인생을 좀 더 숙고하게 만든다. 그림은 내게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것들의 ‘당연하지 않음’을 가르친다. 명화를 어떻게 봐야 하냐는 질문에 관한 대답은 이렇다. 권위와 지식을 앞세우는 엄숙주의에 짓눌리지 말고 마음속에서 샘솟는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믿을 것. 그것의 정체와 의미를 자신의 말로 정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해볼 것. 이 과정에서 궁금한 점이 생길 때 자발적으로 공부할 것.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물음은 독자가 스스로를 테마 삼아 생각을 풀어나갈 수 있게 하려고 존재한다. 정답은 없다. 각자의 대답이 있을 뿐이다. --- p.8~9

얀 하빅스 스테인이 그린 [단장 중인 여인] 속 스타킹을 벗는 여인이 이 시대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녀가 포토샵으로 종아리를 매끈하게 다듬고 스타킹 자국을 지워버린 뒤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면 어땠을까? 미술사에 존재하는 수많은 인물화 가운데 그녀의 그림에 호기심을 느끼고 멈추어 바라볼 이유를 찾을 수 있었을까? 스타킹 자국이 없었어도 오래도록 이 그림 앞에 서서 그녀에 대해 생각했을까? 그녀 마음속에 쌓인 피로와 서글픔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결국 내 마음을 울린 건 스타킹 자국으로 상징되는 그녀의 완벽하지 않음과 갖지 못함, 그러니까 ‘없음’이었다.
--- p.23

르누아르 그림 속에서 수잔 발라동은 꽃잎처럼 우아하게 나풀거린다. 근심할 일이 별로 없는 상류층 여인의 풍요로운 일상이 그녀의 몸을 매개로 표현된다. 반면 툴루즈-로트렉의 그림 속에서는 삶의 여러 굴곡을 겪어낸 상처 많은 여인의 얼굴이다. 귀족 신분이었지만 키가 152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 장애 때문에 주류 귀족 사회에 끼지 못했던 툴루즈-로트렉. 그가 환락가의 매춘부나 악사를 반복해 그리며 천착했던 소외와 외로움이라는 주제가 발라동의 초상에서도 읽힌다. 한마디로 화가들은 수잔의 얼굴에서 자신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봤고, 원하는 것을 취했다.
--- p.53

일감은 한가득 쌓여 있고, 정신없이 해치워도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데다가 누군가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한다면 저라도 한숨이 끊이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이런 질문이 스멀스멀 올라오겠죠.
“나는 왜 이 일을 하는 걸까?”
지금 여기 사람들도 당신처럼 지친 표정을 자주 짓거든요. 그런데 일이란 것을 좋아할 수는 없을까요? 월요일이 반갑지 않아도 적어도 어디로 도망가고 싶은 기분이나 슬픔, 부담감, 조바심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시달리지 않을 수는 없는 걸까요?
--- p.91

이건 그냥 내 이야기였다. 내 이야기 같은 구절이 책 안에 차고 넘쳤다. ‘돈을 필요로 하는 것 이상으로 일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대개 일하는 습관이 뼛속까지 배어 있는 무식한 사람’이라는 구절이나 ‘패디 같은 사람은 시간을 때울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할 일이 없으면 쇠사슬에 묶인 개처럼 비참해진다’라는 구절을 읽을 때, 나는 뜨끔했다. (……) 인정해야만 했다. 나는 푸념을 가장해 바쁨을 자랑하고 있었다. 나를 바쁘게 만든 일들이 스스로에게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 그 일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따져보지 않고 일단은 손이 비어 있는 것보다는 바쁜 게 낫다고 생각했다. 바쁘면 어쨌든 쓸모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남보다 바쁘다는 사실에서 희열을 느끼던 나는 조지 오웰이 말한 잡역부 정신의 소유자였다.
--- p.153~154

그의 그림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이런 질문이 샘솟는다. 그림 속 인물들이 하고 있는 일상적 행위-신문 읽기, 창문 내다보기, 편지 읽기, 잡담 나누기-를 딱 저 한 순간에만 했을까? 어제도 하고 그제도 하지 않았을까? 어제 한 신문 읽기와 오늘 한 신문 읽기에 크게 다른 점이 있어서 저 날만 그림으로 남기기로 한 걸까?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쓰거나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이 과연 대단히 특별해서 화가가 그림으로 남긴 걸까? 그림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특별해진 건 아닐까? 어느 날, 불현듯 깨달았다. 특별해서 기록하는 게 아니라, 기록해서 특별해졌음을.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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