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와 현존이 만나 합쳐질 때, 비어 있음이 형상이 되고 형상이 비어 있음이 되어 사라질 때, 보는 자가 보이는 대상 속으로 사라질 때, 주체와 객체가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연인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때, 무엇이 남아 있습니까? 세상의 모든 관념이 단지 관념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때, 생각이 자기의 자연스러운 리듬으로 돌아갈 때, ‘원숭이 같은 마음’이 마침내 무익한 추구를 멈출 때, 무엇이 거기 있습니까? --- p.18~19
깨어나면, 영화는 영화로 보입니다. 깨어나면, 꿈은 꿈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실제가 아니지만, 당신이 몰입해 있을 때는 실제인 것처럼 보입니다. ‘당신’의 이야기, 당신의 과거와 미래는 본질적으로 실제가 아닙니다. 오직 삶이라는 꿈-영화에 매료되어 있을 때만 실제인 것처럼 보입니다. …… 이야기는 계속되지만,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 간파됩니다. 그것은 투명해집니다. 영화는 계속해서 상영되지만, 영화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당신을 해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 p.53~54
자유는 원하는 것을 갖는 데 있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어떤 것을 갖는 순간, 가진 것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게 됩니다. 참된 자유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잃어버릴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두려움의 끝입니다. 아무것도 당신의 것이 아닐 때, 모든 것이 당신의 것입니다. 이것이 투쟁의 끝입니다. 당신이 아무것도 아닐 때, 당신은 또한 모든 것입니다. 이것이 모든 추구의 끝입니다. --- p.134~135
과거 없이, 미래 없이 존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유입니다. 완전히 홀로 존재하지만, 단 한 순간도 외롭지 않은 것. 삶을 직면하는 것. 평생 무언가를 추구하느라, 어떤 사람인 척 가장하느라, 날것 그대로의 경험을 회피하려 애쓰느라 지칠 대로 지쳤음을 인정하는 것. 삶을 맑은 눈으로 보면서 그것이 언제나 기적이었음을 아는 것. 그것이 애초부터 당신의 삶이 아니었음을 보는 것. 그것이 자유입니다. --- p.191
그것은 무(無)에서 나와 무(無)로 돌아가며, 그 사이에 이 경이로운 놀이가 있습니다. 이것은 ‘모든 것’으로 있는 게임을 하는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분리되어 있는 게임을 하는 ‘하나임’입니다. 우리는 결코 그 불가사의를 발견할 수 없으며, 결코 깨어남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나 이미 그것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것을 살고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가 그것을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그 자체를 살았습니다. --- p.192~193
신은 언제나 우리 눈앞에 명백히 있는데, 어째서 우리는 신을 찾는 것일까요? 신은 모든 보이는 모습, 소리, 냄새 속에 있습니다. 나무들과 꽃들, 새들 속에, 자동차의 굉음 속에, 심장의 박동 속에 있습니다. 이런 말들 속에, 바깥에 있습니다. 하얀 종이와 검은 잉크 속에 있습니다. 공간 속에도 있고, 침묵 속에도 있습니다. 사이에도 있고, 보이는 것 속에도 있으며 보이지 않는 것 속에도 있습니다. 삶의 맥박 속에도 있고, 죽음의 평화 속에도 있습니다. 아기의 울음 속에도 있고, 노인이 임종 시 내는 가래 끓는 소리에도 있습니다.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으로서, 신은 노래합니다.
--- p.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