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바깥 기척을 살폈다.
이번에는 아예 노크 소리도 없이 쟁반을 내려놓는 소리뿐이었고, 발소리는 그대로 멀어져갔다. 발소리가 계단을 다 내려갈 때까지 기다렸다 살며시 문을 열었다.
쟁반 위에는 역시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딱 먹기 좋은 컵라면이 놓여 있었다.
순간적으로 머리끝까지 피가 솟구쳐올랐다. 어머니는 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심통이라도 부리려는 걸까.
평소에는 자기주장이 거의 없고 세이지에게도 엄격하지 않은 어머니였던 만큼, 이런 방법은 세이지의 신경에 몹시 거슬렸다.
“어이! 불만 있으면 말로 하면 될 거 아냐! 대체 뭐하자는 거야, 아침부터!”
고함을 지르며 계단을 뛰어 내려가다 다리가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아버지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고, 식당 식탁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세이지가 아버지보다 더 어려워하는, 단 한 번도 반항해본 기억이 없는 누나 아야코였다.
3년 전 나고야로 시집간 후로는 1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하는 정도라 방심하고 있었는데…….
“야, 너 언제부터 엄마한테 ‘어이’라고 할 만큼 대단해졌니?”
배배 꼬인 목소리로 따지고 드는 박력은 여전했다.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더 박력이 넘쳐났다.
“컵라면이 세 끼나 계속되는데도 엄마 상태가 어떤지는 알아채지도 못하고, 얼굴 벌겋게 해갖고 따지러 덤벼드신다? 팔자 한번 좋으시네. 밥을 못할 만큼 몸이 안 좋을 거란 생각은 못하나 보지?”
“누, 누나가 웬일이야? 일은 어쩌고?”
“네가 지금 내 일 걱정할 상황이니? 난 필요할 때 필요한 휴가를 낼 만큼은 제대로 일해. 몹쓸 아버지한테는 기세 좋게 대들더니만, 세월아 네월아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는 너랑은 달라.”
누나는 나고야에 있는 개인병원의 장남에게 시집을 갔는데, 의료 관련 자격증을 몇 개나 갖고 있는 덕분에 병원 경영에 관해서도 시대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듯했다.
“나, 나도 세월아 네월아 시간만 보내는 건 아니야. 구직활동도 제대로 하고…….”
“그것도 요즘은 등한시한다고 들었어, 엄마한테. 아르바이트로 겨우 용돈벌이나 할 정도고, 기껏해야 형식적인 구직활동이나 하고, 돈 떨어지면 다시 아르바이트로 때우고. 몹쓸 아버지한테는 다 큰 어른처럼 큰소리치면서, 부모한테 찰싹 들러붙어 부담 없는 백수 생활이나 하시는 거겠지.”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