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 기간이 크게 단축된 가축의 고기는 그 자체로 패스트푸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패스트푸드가 꼭 햄버거와 콜라만을 가리키는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새끼 돼지를 어미로 키우는 데 예전엔 2년이 걸렸지만 요즘은 종자 개량, 육골 사료, 성장 호르몬을 써 7개월 만에 만들어 냅니다. 닭은 자연 방목에서 성계로 키우는 데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돼요. 하지만 기업형 축산 방식으로 키우면 같은 무게의 닭을 만드는 데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지요. --- p.12
일상생활에서 우린 음식을 경시하는 ‘의식주(衣食住)’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의식주라는 표현에는 음식보다 옷을 앞세우는 인식이 전제돼 있습니다. 실제 생활에서도 옷을 음식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지요. 옷에 들어가는 돈은 아깝게 여기지 않는데 음식을 먹는 데 쓰는 돈은 아까워합니다. --- p.22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2퍼센트 정도입니다. 도시 국가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이 가장 낮지요. 그중 콩은 자급률이 8.8퍼센트, 밀은 자급률이 2퍼센트가 채 안 됩니다. 쇠고기, 채소, 과일의 수입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수입 먹거리가 없다면 우린 밥상도 제대로 차릴 수 없는 딱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 p.31
유전자 재조합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교배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교배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유전자 조작은 인공적이지요. 자연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결합이라도 유전자를 조작하면 가능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가지에 코끼리 유전자를 넣어 코끼리 다리만큼 큰 가지를 만들려고 하는 게 GMO 기술입니다. --- p.42
농약, 성장 호르몬, 방부제가 잔류돼 있는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반드시 건강에 이상이 생깁니다. 그리고 좋지 않은 음식이 주는 영향은 먹는 사람 자신에게만 그치는 게 아니에요. 오랜 기간 나쁜 음식을 섭취한 사람들에게선 건강이나 발육이 부실한 자녀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거든요. 한 연구에 따르면 농약이 잔류된 음식은 본인은 물론 이후 3대에 이르기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 pp.59-60
식량권은 국제연합(UN)이 공표한 기본 인권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는 시민들의 식량권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충족시켜야 할 의무가 있지요. 식량권에 대해공부하면서 자신이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있는지, 국가는 시민들의 식량권을 제대로 보장해 주고 있는지 문제의식을 갖게 됩니다.
“좋은 음식만큼 명품도 없습니다. 명품 운동화나 가방은 없으면 좀 불편하고 자랑거리가 없는 것에 불과하지요. 하지만 음식이 없으면 개개인은 생존이 불가능하고 사회도 유지될 수 없습니다. 다만 음식은 매일 접하는 것이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지요.” 김종덕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